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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장산범

by 똥이아빠 2017.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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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산범

공포 스릴러. 도시에서 살다 시골로 내려온 희연 가족은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모시고 어린 딸 준희와 함께 산다. 이 가족에게는 심각한 가족 트라우마가 있는데, 어린 아들 준서를 5년 전에 잃어버렸다. 희연은 여전히 아들이 어딘가 살아 있다고 믿을 뿐 아니라 면소재지 학교 앞에서 아들을 발견하지만 그 아이는 사라지고 만다.
이후, 산속에서 어린아이를 발견하고 그 아이가 준희와 똑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 무당이 등장해 가족을 유인하는 것 등을 보면서 영화 ‘곡성’이 떠올랐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존재하지 않는 악이 인간의 모습으로 현현한다는 것이고, 이 악이 인간을 홀려서 끝내 죽인다는 것이다. ‘곡성’에서는 악마가 등장하고, 그 악마는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악마’의 형체를 드러낸다. 또한 무당과 협업하여 사람을 미치게 만들고, 그렇게 미친 사람이 자기 가족을 죽이도록 만들지만, 이 영화에서 ‘장산범’은 목소리로 사람을 홀려 동굴 깊숙한 곳으로 끌어들인다. 목소리는 거울 속에서, 벽장 속에서, 으슥한 골목에서도 들려오고 그 목소리를 듣는 사람은 홀릴 수밖에 없게 된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곡성’에서 악마의 존재는 공감이 되면서도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장산범’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선뜻 공감이 안 된다. 악마나 장산범 모두 완전한 허구의 존재로 상상으로만 존재하는데, 왜 악마는 공감을 하고 장산범은 공감할 수 없는 것일까. 존재하지 않는 것을 있도록 만드는 것은 인간의 믿음이다. ‘곡성’에서 악마의 존재는 바로 우리 인간의 내면에 있는 악마성을 최대로 끌어내 형상화한 것이다. ‘곡성’에 등장하는 악마는 악마이면서 동시에 신이다. 인간이 믿는 신이 선하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고, 악마와 신이 실제로는 하나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반면 ‘장산범’은 일종의 귀신이다. 귀신 역시 인간이 만들어 낸 존재이긴 하지만, ‘절대자’는 아니다. 귀신은 보통 원한을 가진 자의 혼령이며 원한을 풀기 위해 살아 있는 사람을 해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산범’은 우리나라의 전통 설화나 전설에도 등장하지 않는 최근에 만들어진 도시 전설이다. 하얀털에 덮인 짐승이라고 알려졌지만 가공의 생물이며,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들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고 있다.
이 영화가 낯설고 설득력이 약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래 된 이야기거나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이야기라면 악마든, 귀신이든 설득력이 있을텐데 인터넷에 떠도는 도시전설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다보니 ‘장산범’이라는 존재에 감정이입을 하기 어렵다.
주인공 희연이 가지고 있는 깊은 트라우마가 정신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그것이 아주 약한 외부의 자극에도 격렬하게 반응하면서 공포가 확산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는 있다. 이 모든 사건의 전 단계에는 아들 준서를 잃어버린 희연의 슬픔과 두려움이 내재되어 있고, 치매를 앓는 엄마까지 돌봐야 하는 고통도 있으므로 환각과 환청은 희연의 우울증과도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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