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과 전교조

민주노총이 청와대의 초청을 거절한 것과 그 이유를 두고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나는 며칠 상황을 지켜보다가 민주노총의 태도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고, 어느 쪽의 잘잘못을 떠나 민주노총이 청와대의 초청에 응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민주노총은 몇 가지 이유를 들어 청와대의 초청을 거부했는데, 그 이유라는 것이 보통 사람의 시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고, 대중에게 충분히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은 조직의 논리가 우선일 수 있고, 노동계가 아닌 일반 시민들의 생각을 의식할 이유도 없겠지만, 민주노총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적어도 페이스북에서는-조직의 논리에 함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드는 생각이, 민주노총이 한국 노동계를 대표하는 단체인지, 한국노동운동을 이끌고 있는 주역인지, 한국 노동계급의 혁명성을 추동하는 전위적 단체인지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이것은 현재 법외노조 상태인 전교조에게도 하는 똑같은 질문이기도 하다.

통계 자료를 보면,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율은 10% 정도다. 전체 노동자의 10%만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말이다. 노동인구가 2천만명일 때, 노동조합원은 약 200만명이다. 그 가운데 한국노총이 50%인 100만명, 민주노총이 40%인 80만명, 양대 노총에 미가입조합원이 10%로 20만명 정도로 대략할 수 있다.
즉, 한국의 노동자 2천만명 가운데 불과 80만명만이 민주노총의 조합원일 뿐이다. 불과 4%의 조합원을 가진 노동조합이 과연 한국노동운동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을까. 숫자로만 본다면 이는 전혀 의미 없는 주장이지만, 민주노총은 한국노동운동의 역사에서 진보적인 뿌리를 가진 유일한 단체라는 점에서 노동운동의 대표성을 부여받고 있다. 민주노총은 1920년대 일제시대부터 발생한 노동운동의 성과를 이어받았고, 해방 이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독재, 군부독재 상황에서도 노동자의 계급적 모순의 해결과 한국의 정치, 사회상황의 민주주의적 개선을 위해 가장 앞장 서서 가열차게 싸워왔다. 그런 점에서 역사적으로, 사회사적으로 민주노총의 대표성은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민주노총은 예전의 계급적 투쟁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국사회가 전체적으로 민주화의 진전을 보이고, 정치적 민주주의가 형식적으로는 큰 문제 없이 자리잡으면서, 자본의 폭압 또한 시민민주주의의 힘에 의해 일정 부분 양보하는 상황이 연출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이전에는 노동계와 노동운동이 사회의 변화와 민주주의를 추동하는 가장 핵심의 역량이고 중심 노릇을 했지만, 이제는 시민민주주의가 성숙하고 의식이 저변이 넓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노동계급의 지도성은 약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노동계급의 지도적 역량이 급격히 위축된 이유는 노동자와 대표조직인 노동조합이 시대의 흐름을 올바르게 읽어내지 못하고, 고립되었기 때문이다. 고립의 원인은 스스로 변화하려 하지 않는 오만함도 있지만, 무엇보다 노동운동 내부에서 학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노동자들이 배우려 하지 않고, 노동자를 조직하는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교육하려 하지 않고, 스스로 공부하지 않아서 무식하고 무지한 상태에 놓이게 된 것이 노동운동의 퇴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무식하다. 단언컨대, 한국의 노동자들은 공부하지 않는다. 그들이 현장에서 단순조립을 하는 노동자건, 강남의 최고 좋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무직 노동자건 자신이 노동자라는 정체성을 갖고, 노동자의 사회역사적 임무가 무엇인지를 공부하는 노동자는 1%도 안된다는 사실을 장담할 수 있다.
최소한 노동조합에 가입한 노동자가 한 달에 한 권의 책만 사 읽어도 무려 200만권의 책이 팔리게 되고, 한국출판시장이 불황으로 허덕인다는 말은 사라질 것이다. 노동자들은 퇴근하고 술집에 가서 몇 만원, 몇 십만원의 술을 마시면서도 한 달에 한 권 1만원의 책값은 지불하지 않는다. 하루 한 갑의 담배값으로 5천원씩 한달에 15만원은 아무 생각없이 지불해도, 한달에 한권 1만원의 책값은 지불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한국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공부하지 않는 노동자는 역사의 주인도 아니며, 변혁의 추동자도 아니며,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결하는 핵심 세력도 아니다. 그저 멍청한 자본의 노예에 불과할 뿐이다. 민주노총은 과연 노동자의 교육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스스로 물어보기 바란다.

또 하나,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의 조합원들 가운데 권위적이고 부패한 자들이 얼마나 많은가에 대해서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들이 '노동귀족'이라는 말로 비판하는 수구집단의 주장에 대해 매우 모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알지만, 양대 노총이 '노동귀족'으로 불리는 이유 또한 분명히 있다는 것을 양대노총의 지도부가 모를 리 없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대기업의 하부 노동조합에서 조합원으로 가입한 노동자가 현장에서 노동을 하다 대의원으로 선출되자 더 이상 현장에서 노동을 하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그는 회사에서 극진한 대우를 해 주고, 깨끗한 옷을 입고, 손에 기름때를 묻히지 않으며, 저녁에는 노동조합 간부나 회사의 관리직 직원들과 함과 함께 비싼 술집에서 술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단지 단위 노동조합의 대의원일 뿐인데도 이런 대우를 받게 되니 그 노동자는 노동권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새삼 깨달으면서 다시는 현장노동을 하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래서 대의원과 노동조합 임원 선거 때가 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 자리를 차지하려고 돈과 술수를 쓰게 된다. 이 이야기는 내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한국의 대기업 노동조합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명한 현실이다. 
한국의 노동운동은 상당부분 부패했고, 노동자들의 정신은 썩었다. 한국노총이든 민주노총이든 이런 비판에 대해 '아니다'라고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본가와 수구집단이 민주노총을 공격하는 빌미를 스스로 제공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지도부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정파들이 갈라지고, 내부투쟁이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노선투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부의 투쟁으로 인해 계급투쟁과 사회변혁의 동력까지도 내부로 붕괴되는 상황이라면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민주노총이 산하 조합과 조합원들에게 노동계급의 의식을 고양하고, 자본주의를 타파하는 변혁의 주체라는 것을 끊임없이 교육하려 하지 않고, 단지 조직의 논리에 매몰되어 임금인상 따위-여기서 '따위'는 계급투쟁에 비하면 지극히 낮은 수준이라는 비유다-에나 역량을 소비하는 태도가 몹시 마땅치 않다.
이번 청와대 초청 거부 상황도 그렇다. 문재인 정부가 한국의 정치사에서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합법, 민주정부라는 것을 모를 리 없는 그들이 문재인 정부와 대립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일까. 민주노총은 자신들의 논리를 내세우며 자신들이 옳고, 청와대가 잘못했기 때문에 초청을 거부했다고 주장하지만, 대중은 결코 민주노총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대중의 정서가 시대의 흐름에 얼마나 중요한가는 촛불혁명으르 보면서 배웠을텐데, 민주노총은 여전히 잘 모르는 듯 하다.
대중은 이렇게 생각한다. 민주노총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오히려 몸을 낮추고 조용히 있다가 민주정부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기가 살아서 사사건건 훼방이나 놓고 있다고 말이다. 민주노총의 입장에서는, 이 말이 올바르지 않고, 왜곡되었으며, 몹시 분개할 내용이라 해도 이런 이미지가 대중의 머리에 각인되어 있다는 사실까지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민주노총이 전략적으로 판단한다면, 지금 문재인 정부와 함께 손을 잡고 적폐세력인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세력을 먼저 다 때려잡은 다음, 자본(가)을 압박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성과를 얻어내는 것이 올바른 과정이라고 나는 판단한다.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한때 한국의 노동운동을 이끌었던 핵심세력이었고, 민주주의의 견친세력이었다. 그런 점에서 두 단체는 역사적으로 올바른 일을 했고, 그 자체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민주노총과 전교조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내부적으로 부패하거나 정파투쟁으로 동력을 소모하는 것은 그만큼 충분히 비판받아야 한다. 더구나 조합원의 낮은 의식수준은 시민 일반의 평균보다 낮은 지식과 사회성으로 인해 오히려 사회변혁에 방해가 되고 있다. 노동자의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노동자의 계급성을 각성하지 않고는 지금 민주노총과 전교조가 아무리 강한 주장을 한들, 먹히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비난만 받게 될 것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Posted by 똥이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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