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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송환

by 똥이아빠 2011.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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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감독 전작 모음집 14편 500조 한정판 (4Disc) - 10점
김동원 감독/와이드미디어

비전향장기수의 출옥에서 북한 송환까지를 기록한 영화. 처음 봤을 때는 오히려 큰 감동을 느끼지 못했는데, 오늘은 많이 울었다. 특히 늙은 장기수 선생님이 아흔이 넘은 어머니를 만나실 때, 나도 모르게 복받치는 눈물이 났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나니 이 장면이 이렇게 사무치게 다가올 줄 몰랐다.
비전향장기수 선생님들과의 인연이 있다. 그들이 감옥에서 나오고 나서, 경동시장 근처에 한약 다리는 집을 운영하고 있을 때였다. 그렇게 되기까지도 많은 어려움과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나마라도 장기수선생님들께는 위안과 도움이 되는 장소였을 것이다.
초여름으로 기억하는데, 혼자 그곳을 찾아갔다. 특별히 어떤 생각이 있어서는 아니었고, 감옥에서 30년 이상 갖혀 살던 분들이었고,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고 꿋꿋하게 견뎠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분들이라는 생각이었다.
시장에서 배를 한 상자 산 것으로 기억한다. 그저 찾아가서 인사를 드리고, 그 분들이 우리 사회에서 냉대만 받는 것은 아니라는 걸 조금은 느끼셨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물론, 장기수선생님들을 돕는 시민단체와 개인들이 꽤 있었지만, 그 분들에게 남한은 여전히 '적대적'인 공간이 아니었을까.
'간첩'이니 뭐니 해서 엄청 무섭고 강인한 분들일 거라 예상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여느 나이든 노인들보다 훨씬 유연하고 부드러웠으며, 침착하고 안정감이 느껴졌다.
게다가, 생각지도 않게 침까지 맞았는데, 그때 약간의 치질 증상이 있어서 신경이 쓰이던 때였다. 처음 뵙는 노인, 그것도 '사상범'에게 느닷없이 엉덩이를 까게 된 상황이었다. 내가 싫다면 그만이었지만, 나도 좀 어리숙하고 세상 물정을 몰라선지, 선뜻 엉덩이를 까고 보여드렸다.
그렇게 침을 맞고 돌아오는 길에, 어쩌면 다시는 그 분들을 뵙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맞았고, 이 영화 '송환'에서 그때 뵈었던 선생님들을 모두 다시 볼 수 있었다. '악질 사상범'이라지만, 나에게는 그저 따뜻하고 정많은 노인들이었다.

송환
감독 김동원 (2003 / 한국)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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