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를 보다/미국영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몇 편

by 똥이아빠 2020. 8. 30.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몇 편

 

글로리아 올레드

 

멋지고 훌륭한 페미니스트, 여성 인권변호사 글로리아 올레드를 다룬 다큐멘터리. 이런 영화는 한국의 공중파, 종편 등 모든 방송에서 의무적으로 방영해주면 참 좋겠다. 남성, 여성 할 것 없이 보편적 '인권'의 확장을 위해서라도 훌륭한 페미니스트이자 인권변호사인 글로리아 올레드의 삶과 활동은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본받아야 할 모범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이 다큐멘터리는 일방적이지 않고, 고통스러운 내용을 다루고고 있지만 유쾌하다. 글로리아 올레드는 미국에서 유명한 '전투적 페미니스트'이자 여성 인권변호사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이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글로리아는 흑인 코미디언 빌 코스비의 성폭행 피해자를 변호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빌 코스비는 수십 명의 여성을 성폭행했다. 멀게는 40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자신이 성폭행 피해자라고 밝히자 미국의 언론과 여론은 '왜 하필 이제서야'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지, 그리고 변호사가 왜 하필이면 글로리아 올레드인지 공격한다. 

거의 대부분 성폭행 사건은 공소시효가 지나서 빌 코스비를 처벌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피해자들이 직접 대중 앞에 나와서 자신의 피해를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성폭행 피해자들에게는 큰 위로와 힘이 된다는 것을 글로리아 올레드는 잘 알고 있었다. 빌 코스비 사건이 공론화하면서 처음에는 빌 코스비가 처벌받지 않을 거라던 여론과는 달리 성폭행 피해자가 계속 나왔고, 결국 빌 코스비는 징역 10년의 선고를 받고 지금 감옥에 갇혀 있다. 

글로리아 올레드는 1941년생으로, 가난하게 자랐다. 그가 변호사가 되어 페미니스트이자 여성인권 변호사로 이름을 알리기까지의 과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고 어려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글로리아 올레드도 대학생 때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으며, 그로 인해 임신을 하고, 낙태수술을 하면서 목숨을 잃을 뻔했다.

미국에서도 글로리아 올레드는 '전투적 페미니스트'로 알려졌는데, 실제의 그는 다정다감한 성격이라고 그를 아는 사람들이 증언한다. 여성의 사회적 소수자로, 남성중심, 가부장사회에서 생존하려면 '전투적'으로 살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걸 대개의 남성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여성은 지금보다 더 '전투적'일 필요가 있고, 남성들은 여성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페미니스트

 

미국 페미니즘 운동의 역사와 페미니스트의 활동을 담은 영화. 큰틀에서 페미니즘을 지지하지만, 이 영화에서도 나오듯, 주류 페미니즘 운동은 '백인 중산층 여성의 인권 운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유색인종 여성, 계급운동으로서의 여성운동은 주류 페미니즘 운동에서 소외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초기 여성운동은 분명 사회의 진보를 위한 훌륭한 운동이었으며, 페미니스트들은 그들의 존재 자체가 혁명적이고 진보적이었다. 하지만 이 초기의 페미니즘이 일정한 성과를 내고, 사회가 여성운동의 영향을 받아들이면서 여성의 입지, 권리 등이 향상되자, 주류 페미니즘은 기득권화한다. 즉, 백인 여성들이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고, 자신들이 바라는 사회적 조건이 이루어지면서, 더 이상 진보적, 혁명적 여성운동의 동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페미니즘은 하나의 단일한 이념일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여성운동'이라고 해서 세계의 모든 여성이 동일한 이해관계를 갖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노동운동'은 전세계 모든 노동자들이 동일한 이해관계를 갖는다. 즉, 자본주의에서 노동자는 성별, 인종, 민족에 관계 없이 착취당하는 인간이며, 노동조합을 건설하고, 자본주의를 철폐해야 하는 의무를 갖는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이 모두 다르다고 느끼는 것은, 그들의 노동조건, 임금, 노동조합의 유무, 노동자의 의식 수준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 노동자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동일한 집단으로 묶을 수 있는 반면, '여성운동'은 이해관계와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단일한 '운동' 방향으로 나가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미국에서의 여성운동은 백인 중산층 여성이 주도하는 부르주아 페미니즘이었고, 사회주의 페미니즘, 노동계급의 페미니즘, 유색인종의 페미니즘 등 페미니즘의 갈래와 그들의 이해관계는 다르다.

 

 

오드리와 데이지

 

미성년자인 오드리와 데이지는 오빠 친구들이 놀러오라고 해서 자연스럽게 합류한다. 그들은 술을 마시고 취했으며, 자기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여러 명에게 성폭행 당한다. 오드리는 자살하고, 데이지 역시 자살 직전까지 가지만, 성폭행 피해자 모임에 나가면서 자기가 당한 일이 특별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시골 마을로 이사 온 데이지 가족은 가해자들이 그 지역의 유지여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다는 걸 알고 절망한다. 오히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지역에서 따돌림 당하고, 위협을 받는 위기에 놓인다.

이 영화를 보면, 미국이 선진국이라는 말이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야만적이다. 미국에서 10대 미성년 여성이 성폭행 당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고 하는데, 주로 중학교, 고등학교 때 남학생에게 성폭행 당하고, 가해자는 거의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지나간다.

사회는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고, 피해자 가족도 직장을 잃고 살던 곳을 떠나야 할 정도로 성폭행 사건은 지역주의, 가해자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언레스트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알려진 병을 앓는 사람들의 이야기. 만성피로증후군은 아직 정확한 발병 원인을 모르고 있으며, 치료 방법도 없고, 치료약도 없는 상황이다. 불치병이나 마찬가지인 이 병은, 의외로 많은 사람이 앓고 있지만, 대개는 정신적인 문제 또는 꾀병 정도로 알려져 환자가 더욱 어려움에 놓이게 된다.

만성피로증후군을 앓는 사람은 거의 침대에서만 생활하며, 걷지도 못하고, 가벼운 활동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대부분 정신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으며, 자기가 앓고 있는 병을 설명하지도 못하고, 병원에서 진단을 받지도 못해 몹시 곤란한 상태에 놓여 있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병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 바이러스가 어떤 바이러스인지는 알 수 없다. 여러 경로로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 우연히 발병할 수 있으며 남성보다는 여성의 비율이 높다.

원인과 치료법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암보다 더 나쁜 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블린

 

단란한 가족, 3남 1녀의 남매가 엄마와 함께 살아간다. 아버지는 이들이 어렸을 때 이혼하고 집을 떠났지만, 엄마와 네 명의 아이들은 구김없이 자란다. 그러다 대학에 입학한 둘째 이블린이 자살한다. 

우울증인 줄 알았던 이블린의 병명은 조현병. 22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블린. 세월이 지나 가족이 모두 모여 이블린과 함께 여행했던 길을 따라 걸으며 이블린과 함께 생활했던 과거를 추억한다.

이들이 길을 걸으며 만난 모르는 사람들과 우연히 나누는 이야기 속에는 부모, 형제, 친구들이 자살했다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그만큼 우리 주변에는 자살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새삼 알게 된다.

한 가족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다큐멘터리로 시작하지만, 결말에 가면서 우울증, 조현병 등 질병으로 인한 자살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는 것을 환기한다.

 

'영화를 보다 > 미국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0) 2020.11.07
용서받지 못한 자  (0) 2020.11.05
퀸스 갬빗  (0) 2020.11.01
모뉴먼츠 맨  (0) 2020.10.04
아메리칸 머더 : 이웃집 살인사건  (0) 2020.10.01
블랙호크 다운  (0) 2020.08.29
이브의 모든 것  (0) 2020.08.23
씬 레드 라인 - 테렌스 멜릭  (0) 2020.07.26
블러드 심플 - 코엔 형제  (0) 2020.07.26
천국의 나날들 - 테렌스 맬릭  (0) 2020.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