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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통신대학교

현대소설의 이해와 감상_2020_1학년_기말시험

by 똥이아빠 2020.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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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명>

<현대소설의 이해와 감상> 방송강의를 잘 듣고 이 중 다섯 강을 선택하여 강의 내용을 정리하고 작품에 대한 감상을 쓰시오.

* 분량 : A4 5쪽 내외(글자수 공백포함 6000자 내외)

1) 1강 소설 읽기의 방법/3강 염상섭 만세전제외

2) 작가소개와 주요용어에 대한 소개 제외

3) 각 강의의 작품소개와 작품해설을 중심으로 서술할 것

 

 

1. 강경애 [소금]

이 작품은 19345월부터 월간 신가정에 연재되어 10월호에 제6회까지 연재되고 중단된 작품이다. 등장인물은 봉염의 가족, 봉염어머니, 봉염아버지, 봉식, 봉염, 봉희 그리고 팡둥과 그의 아내, 용애아버지와 용애어머니, 명수 등이며, 배경은 일제가 만주국 성립 직후의 간도로 싼더거우 농가, 용정 팡둥네 집, 해란강변 셋방, 소금밀수입을 하던 두만강이다.

봉염아버지는 용정에서 중국인 지주인 팡둥이 왔다는 전갈을 받고 나간다. 봉염어머니는 걱정이 많다. 간도 땅에서는 중국 보위단 등쌀에 하루하루가 위태로웠다. 공산당이 들어와 보위단이 쫓겨났다더니, 자경단이 들어와 돈을 뜯어간다. 고향에서 마을 참봉에게 재산을 뺐기고, 살길을 찾아 만주로 이주했다. 중국인 토지를 빌려 죽기살기로 일하지만 소금 값이 워낙 비싸 싱거운 반찬으로 끼니를 이어간다. 아들 봉식이는 나뭇짐을 팔러 나가고, 딸 봉염이는 운동화가 갖고 싶다고 조른다.

총소리에 불안하던 봉염어머니는 인기척을 듣고 나가보니 아들 봉식이 총에 맞아 죽은 아버지를 내려놓았다. 공산당이 쏜 총에 맞은 것이다. 봉염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봉식을 집을 나가 사라지고, 봉염어머니는 중국인 지주 팡둥을 찾아가 사정을 말하자 식모로 살게 해주었다. 하지만 팡둥에게 겁탈당해 임신하는데, 어느 날 팡둥이 봉식이가 공산당이 되어 총살당하는 장면을 봤다고 말하며, 공산당을 싫어하는 팡둥은 봉염어머니를 내쫓는다.

봉염어머니와 봉염은 해란강변 어느 중국인 집에 신세를 지지만, 아이를 출산한다. 봉염이 용애어머니와 함께 들어오고, 봉염모녀는 용애네서 신세를 지다 봉염어머니가 유모 자리를 얻어 겨우 숨을 돌리나 싶었을 때, 봉염이 병을 앓다 죽는다. 그 일로 유모 일을 그만두고 나오자 젖먹이 봉희도 숨을 거둔다.

봉염어머니는 궁리 끝에 소금밀수입을 결정하고 밀수입자 패거리를 따라 소금을 머리에 이고 강을 건너는데, 공산당과 만났으나 그들은 소금을 뺐지 않았다. 용정으로 돌아왔지만 새벽에 중국인 순사가 들이닥쳐 그녀를 체포한다.

 

하층민 여성을 주인공으로, 계급적 시각을 반영한 작품으로,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는 민중의 삶을 여성으로 대표해 상징적이면서 전형적으로 그리고 있다. 주인공 봉염어머니는 자기 이름을 갖고 있지 않다. 그는 무수히 많은 하층 여성의 대표성을 가진 인물로, 식민지로 전락한 조국에서 지배계급에게 재산을 뺐기고 간도로 이주한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며, 가난하지만 평범한 가족이 빈곤과 정치상황, 계급 대립으로 한 명씩 죽음을 맞이한다.

남편의 죽음, 아들이 가출해서 공산당 활동을 하다 사망, 중국인 지주에 의한 성폭행, 병을 앓다 죽는 딸 봉염, 먹을 것이 없어 죽는 젖먹이 봉화까지 가족이 모두 죽게 되는 상황과 봉염어머니 자신의 불행은 개인의 불행이 아닌, 민족의 수난이자 개인을 규정하는 시대 상황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가 소금을 밀수입하는 패거리에 들어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소금이 음식의 맛에 없어서는 안 되는 재료일 뿐아니라, 생명을 유지하고, 이어나가는 중요한 상징이기도 하다. 온가족을 잃고도 살아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는 것은, 개인의 불행을 넘어, 민족적, 계급적 자각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2. 김유정 [안해]

이 작품은 1935[사해공론] 12월호에 발표한 단편이다. 김유정은 1935년 후반부터 1936년까지 약 20편의 작품을 발표해 전체 작품의 70% 정도에 이른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은 나, 아내, 아들 똘똘이, 뭉태다. 주인공인 남편 의 눈으로 아내를 관찰하는 주관적 시점이다.

나는 나무장사를 하며 먹고 사는데, 얼마 전, 아내가 아이를 낳았다. 아이 이름은 똘똘이로 지었는데, 퍽 귀엽고 예쁘다. 못생긴 아내는 아이를 낳고부터 나에게 큰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나무장사가 잘 안 되어 벌이가 시원치 않자, 아내가 돈벌이를 하겠다고 나섰는데,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들병이였다.

나는 그것도 괜찮은 생각같아서 아내에게 들병이 노릇을 하려면 노래도 잘 불러야 하니 앉혀 놓고 노래도 가르치고, 신식 노래를 배워오라고 야학에도 보내지만, 아내는 야학에서 뭉태를 만나 술이나 마시고, 담배를 배웠다. 나는 아내를 들병이로 내보내는 대신 차라리 아들이나 더 많이 낳기를 바란다.

주인공 와 안해는 가난한 시골 농민이다. 자기 땅이 없어서 농사를 짓지 못하고, 여름에는 품을 팔고, 겨울에는 산에서 나무를 잘라 장에 내다 파는데, 지게를 두 개 가지고 가서 나무를 가득 올려 묶은 다음, 나뭇단이 실린 지게를 번갈아 가며 지고 가는데, 그 거리가 무려 30리 길인데, 한나절 만에 장에 도착한다. 두 지게를 팔면, 많게는 80, 적게는 60전을 받는다.

이런 나무장사도 시원치 않자 아내가 먼저 나서서 들병이 노릇을 하겠다고 자처한다. 아내의 속셈은 들병이를 하면 밥이라도 굶지 않고 먹을 수 있기 때문이지만, ‘는 아내가 벌어오는 돈으로 일하지 않고 먹고 살 수 있다는 기대를 한다.

1930년대 조선은 일제강점 시기이자, 농업이 전체 산업의 90% 이상을 차지하던 농업국가였다. 가난한 농민은 자기 땅이 없으면 소작을 해야 하고, 소작조차 없으면 품을 팔거나, 날품, 나뭇꾼, 머슴 등으로 생활을 영위해야 했다. ‘의 아내가 들병이로 나서겠다고 자처한 것도, 이 시기 빈민의 가정에서 가장인 남편만의 벌이로 먹고 살기 어려워 아내까지 들병이로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사실에 기인한다.

심한 경우, 가족을 유지할 수 없어 가족 해체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먹고 살 길이 없어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유리걸식하는 일도 벌어졌다. 작품에서 의 가족은 힘겨운 삶을 살아가지만 그 삶을 고통으로 여기지 않는다. 이 낙천성의 근원은 무지다. 무지몽매한 개인은 자신의 삶을 객관으로 바라볼 능력이 없으므로,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려 한다.

와 아내는 배우지 못한 사람이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관심도 없고 알 수도 없다. 그저 나날이 먹고 살아야 하는 방법을 찾으려 애쓸 뿐이다. 작가는 당대의 현실에 대한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고, 단지 부부의 이야기를 핍진하게 그릴 뿐이지만, 부부의 삶을 통해 당대의 현실을 강렬하게 고발하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작품에서 는 무지하고 가난한 남성이다. 그가 아내에게 보여주는 태도는 매우 폭력적이고 가부장적이지만, 그와 함께 아내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의 태도 역시 무지에 기인하지만, 사회적 분위기의 일반성을 드러낸다. 오히려 아내의 태도가 과거 봉건시대 여성처럼 남편에게 순종만 하는 여성이 아닌, 적극적이고 당당한 여성의 모습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아내는 자기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것이 설령 들병이라는 가장 천한 존재로 바뀌는 것이라 해도, 당시 빈민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 가운데 하나였고, 남편이 벌어오는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겠다는 주체적 발상을 한다.

 

3.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이 작품은 193610월 월간 [조광]에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허생원은 장을 돌며 물건을 파는 장돌뱅이다. 이 소설은 봉평 장날의 파장 무렵부터 다른 장으로 이동하는 밤까지의 시간을 배경으로 한다. 오후에 봉평 장에서 시작해 대화장으로 옮겨 가는 밤길의 70리 산길을 걸으며 허생원, 동이, 조선달이 나누는 이야기와 허생원이 과거에 만났던 충주집, 성서방에 처녀에 관한 회고, 동이와 허생원 사이의 관계를 암시하는 내용으로 맺는다.

소설의 배경인 봉평은 작가 이효석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가 살던 봉평은 이때 이미 메밀 산지로 유명했다. 메밀꽃이 피면 달밤에 마치 소금을 뿌려 놓은 듯 하얗게 보이는데, 이 장면이 몽환적으로 보인다. 장돌뱅이 허생원은 평생 장을 돌며 피륙을 팔고 있다. 봉평 장에서는 날씨가 너무 더워 사람들이 장에 나오지 않자 일찌감치 판을 거두고 다른 장으로 가기로 생각한다. 그와 조선달이 단골 술집에 들어설 때, 이미 앉아 계집과 술을 마시던 동이를 발견하고 허생원은 동이에게 화를 벌컥내며 뺨을 때린다. 동이는 반항하지 않고 술집을 나가고, 허생원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이가 허생원에게 달려와 나귀가 발광을 한다고 알렸고, 허생원은 동이와 함께 뛰어나가 나귀를 진정시킨다. 나귀는 암샘을 한 것이다. 허생원, 조선달, 동이는 밤길을 도와 대화장으로 길을 걷기 시작한다. 보름 달밤은 훤하게 비추고, 메밀꽃은 달빛에 눈부시게 아름답다.

허생원은 오래 전, 봉평장에서 겪은 이야기를 꺼낸다. 오늘처럼 달 밝은 날, 봉평장에서 우연히 만나 하룻밤을 보낸 성서방네 딸과의 인연이다. 다음 날 처녀를 만나려 수소문하지만, 처녀의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고, 처녀는 제천으로 갔다는 소문만 있을 뿐이다.

동이도 자기 이야기를 한다. 동이 어머니의 고향이 봉평이고, 제천에서 아이를 낳고 집에서 쫓겨났다는 내용이다. 동이 어머니는 하는 수 없이 남편을 새로 얻어 술장사를 한다고 했다. 동이는 어렸을 때부터 의부에게 맞으며 살았고, 견디다 못해 열여덟 살이 되어 장돌뱅이로 나섰다고 했다. 허생원은 대화장을 보고 오랜만에 제천장으로 가자고 말한다. 그때 동이가 왼손잡이인 것이 눈에 띈다.

 

이 작품은 허생원과 동이의 관계를 암시하는 내용이 핵심이지만, 허생원이 오래 전 경험한 한 사건과 현재가 연결되어 있다. 장을 돌다 만난 젊은 장꾼 동이와 술집에서 인연이 생기고, 그와 함께 밤길을 걷는다. 허생원의 과거 이야기와 동이가 말하는 어머니의 이야기가 과거에서 일치하며 독자는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한다.

1930년대 장돌뱅이의 삶을 드러내는 소설로, 이 시기 지방 경제가 어떻게 순환하는가를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 주로 오일장이 서는 지역은 면 단위로, 면과 면을 오가며 물건을 파는 장꾼들은 허생원처럼 당나귀에 짐을 싣고 다니거나, 등짐을 지거나, 봇짐을 이고 다니는 보부상이 대부분이었다.

보부상을 다룬 작품으로 김주영의 객주가 대표적인데, 장을 돌며 장사하는 사람들은 대개 개인으로 움직이지만, 집단으로 움직이며, 보부상 조직을 갖춘 경우도 있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이 작품에서는 당나귀를 몰며 장을 도는 허생원 개인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허생원이 우연히 만난 성서방네 딸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민중의 삶이 힘겹다는 것을 드러낸다. 성서방네가 빚에 쫓겨 야밤도주를 하고, 성서방네 딸이 아버지 없이 아이를 출산하고 집에서 쫓겨나 남편을 새로 얻는 것은, 여성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삶의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허생원은 평생을 장에서 장으로 도는 삶을 살았지만, 한때는 돈도 모았으나 노름으로 탕진하고, 여자와도 인연이 없었다. 그가 마음을 주는 대상은 반평생을 함께 한 당나귀와 자연이었다. 길을 걸으며 보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자신의 삶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마음 속 깊이 담아두었던 한 여성과의 인연을 되새기며 평생을 살아온 허생원에게 운명적인 만남이 동이였다. 작가는 결말을 열어두었다. 동이 어머니가 과연 성서방네 딸일까, 그렇다면 동이가 자기 아들일까에 관한 결과는 독자는 물론, 작가 자신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4. 이상 [날개]

이 소설은 19369월 월간 [조광]에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는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33번지에는 열여덟 가구가 살고 있는데, 이 구조는 마치 유곽같다. ‘가 살고 있는 방은 아내가 사는 아랫방과 가 사는 윗방이 문으로 나뉘어 있다. 아내에게 손님이 찾아오면 는 방에서 이불을 쓰고 숨죽이고 있어야 한다. 내가 사는 윗방은 해가 들지 않고, 이불을 쓰고 사색하는 공간이자, 외출할 때는 아랫방을 지나야 한다. 반면 아내가 사는 아랫방은 볕이 드는 방이고, 아내가 쓰는 화장품 냄새와 아내의 체취가 있는 방이며, 화려한 치마, 저고리가 걸려 있고, 내객이 방문하는 방이다.

는 윗방에 은거하지만, 드물에 밖으로 나온다. 아내가 외출한 틈을 타 집에서 나와, 아내가 준 은화를 지폐로 교환하고, 거리를 쏘다닌다. 경성역 대합실 티룸에 들렀다가 경성역 시계를 보고, 밤이 늦어 집으로 돌아와 아내의 방을 지나 윗방으로 간다.

는 감기에 걸려 몸살을 앓고, 아내는 내게 약을 먹이고, 은화를 준다. 오래도록 잠을 자며, 밤낮과 시간의 흐름을 구분하지 못할 만큼 여러 날이 지나고, 우연히 아내가 준 약이 수면제 아달린이라는 걸 알게 된 는 다시 집에서 나와 산으로 갔다가 일찍 집에 돌아오지만, 아내의 방에 내객이 있는 것을 알고 거리로 나온다. 경성역을 지나 종로 쪽으로 무작정 걷다 미스꼬시 백화점 옥상에 올라가 정오 사이렌을 듣는다.

 

이상의 시()는 난해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의 소설과 수필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이 소설 날개만큼은 상징과 은유에서 카프카의 소설을 떠올릴 정도로 난해한 작품이다. 이야기는 주인공 와 나의 아내에 관한 이야기를 주인공의 시점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와 아내가 사는 집의 구조는 열여덟 가구나 되고, 그 구조가 똑같다는 점에서, 일종의 상징이다. 그리고 그 작은 방들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아내처럼 젊은 여성이고, ‘는 그들과 말하지 않는다. 작가 이상은 거울을 통한 자아분열에 관해 자주 이야기하고 있는데, 똑같은 집은 거울에 비친 형상의 무한한 반복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또한 는 아내의 물건을 가지고 논다. 거울, 화장품이 대상인데, 이것 역시 자폐적 의식의 반영이다.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자아와 자의식이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며 관찰하는 것이다. 아내는 자기 명함처럼, 꽃처럼 아름다운 존재이지만, 아내는 외출하거나, 아내의 방으로 내객이 찾아온다. 하지만 아내의 직업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아내는 의 또 다른 자아다. 이상은 실제 삶에서 아내인 금홍을 만나 함께 살기도 했으니, 이 장면이 실제 생활을 그린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 작품에서 아내는 실물로서의 아내라기 보다는, ‘의 또 다른 자아, ‘가 바라는 외향적 인물로서의 자아를 아내로 형상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내가 준 은화를 벙어리저금통에 모았다가 한꺼번에 변소에 갖다 버리지만, 아내는 를 나무라지 않고 계속 은화를 쥐어준다. 생활을 위해서 돈(은화)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는 그런 돈을 변소에 버린다. 아내는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은화()을 벌고, ‘는 아내가 준 돈(은화)을 버리거나, 지폐로 바꾸지만 쓰지는 못하고 다시 아내에게 돌려준다.

돈을 거부하는 는 현실의 삶을 지속하려는 의지가 박약하다. 또 다른 자아인 아내를 비난하지 않지만, 내객과 함께 집을 나간다. ‘는 아내에게 지폐를 쥐어주고, 아내의 방에서 잠을 잔다. 이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사회의 규칙에 상응한 행동을 할 때, 자아는 더 이상 분열하지 않는다. 화폐와 교환하는 삶, 그것은 체제에 순응하고, 자아가 분열하지 않는, 정상의 삶으로 돌아간다.

약물에 취해 비몽사몽하는 시간을 지내고, 그것이 자기를 위한 것인지, 자기를 속이기 위한 것인지 판단할 수 없는 는 스스로를 의심하며 밖으로 나간다. 그는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세상과 삶이 모호할 뿐이다. 그는 외부에서 들리는 경고(사이렌)를 들으며 새로운 삶을 살아볼까 생각하지만, 현실은 암담할 뿐이다.

 

5. 황순원 []

이 작품은 19534월 월간 [신천지] 81호에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두 친구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한국전쟁이 계속되던 시기, 황해도 연안의 천태리, 청단을 배경으로 한다. 등장인물은 성삼, 덕재, 혹부리 할아버지, 꼬맹이 등이다.

성삼은 7년 만에 고향 마을로 돌아온다. 치안대원인 성삼은 농민동맹 부위원장인 덕재를 청단까지 호송하겠다고 말하고, 덕재를 데리고 나온다. 성삼과 덕재가 산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두 사람은 부랄친구지만 반가워하지도, 미워하지도 않는다. 성삼은 덕재에게 자신이 고향을 떠난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묻는다. 덕재는 빈농의 자식이어서 어쩔 수 없이 농민동맹 부위원장 자리를 맡았다고 했다. 덕재는 꼬맹이와 혼인해 곧 아이를 낳는다고 했다. 덕재가 피하지 않고 마을에 남은 이유는, 아버지가 앓아누웠기 때문이고, 아버지는 마을을 떠나지 않겠다고 했다.

성삼과 덕재는 어려서 단정학을 한 마리 잡아 몰래 산에서 키웠다. 하지만 총독부의 허가를 받은 포수가 학을 잡으러 온다는 말을 듣고 잡았던 학을 놓아준다.

성삼은 덕재에게 학사냥을 하자고 제안한다. 덕재의 포승을 풀고, 덕재에게 학을 몰아오라고 말한다. 덕재는 성삼이 포승을 푼 것이 자기를 총살하려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지만, 성삼이 학을 몰아 오라고 소리치는 걸 듣고, 성삼의 마음을 알아챈다. 그때 단정학 두세 마리가 하늘로 날아오른다.

 

전쟁의 비극적 상황에서 친구의 우정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이데올로기가 무언지도 모르는 평범한 농민들이 서로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비극의 역사에서 이념보다 더 진한 우정을 통해 이념의 어리석음과 우정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전쟁은 이념전쟁으로, 대립하는 두 이념의 양쪽 진영을 대리한 전쟁이었다. 한 마을에서 오순도순 살아가던 이웃들이 서로 적이 되어 총부리를 겨눈 것도 이념이 강요한 것이었고, 가해자도, 피해자도 온전히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군인보다 민간인이 더 많이 죽은 전쟁, 전투 사망자보다 학살로 죽은 사람이 더 많은 전쟁이 한국전쟁이다. 이 작품은 이념과는 전혀 관계없지만, 어쩔 수 없이 맞서야 했던 동무들이 함께 했던 추억과 우정을 되새기며, 불신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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