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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과학을 읽다

아담을 기다리며

by 똥이아빠 2022.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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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을 기다리며

 

최고의 엘리트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하버드' 출신의 젊은 부부가 있다. 그들 자신도 '하버드'라는 이름에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하버드'에 소속되어 있는 것이 특별한 사회적 존재임을 자각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박사 과정의 대학원 스케줄이 몹시 빡빡함에도, 학부 강의도 하고, 남편은 비즈니스 출장을 싱가폴로 자주 가기도 하는, 짧은 시간도 아껴쓰는 철저한 공부벌레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시골 출신에 가난한 집안으로, 자신들의 머리 하나 만으로 '하버드'에 들어왔으며, 공부와 성적에 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그런 내색을 하면 안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매우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고 자부하는 그들에게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는데, 아내가 둘째 아이를 임신한 다음부터 그들의 삶은 극적으로 바뀌게 된다. 아내(마사 베크)는 계획했거나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고, 임신부터 출산까지의 과정을 마사 베크의 주관적 느낌을 글로 옮긴 것이다.

 

이 책은 우선, 마사 베크의 뛰어난 글쏨씨에 빠져들게 된다. 시간을 짜깁기하고 플래시백을 사용한 그의 글쓰기는 적절한 번역을 통해 독자를 사로잡는다. 

임신 이후, 신비한 체험을 하면서, 마사 베크는 지금까지 자신들이 살아온 삶의 방식에 대해 전복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하버드 식'으로 대표되는 냉정한 이성과 합리적 판단이 지성인이 자신들이 가져야 할 삶의 태도라고 믿었지만, 비합리적이고 감성적인 '마음'이 말하는대로 움직이는 삶의 방식도 있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게 된다.

특히, 마사는 임신한 아이가 '다운증후군'이라는 걸 알게 되고, 학교에도 그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당연히' 낙태를 하라고 권했다. 마사 역시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낙태'를 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가 생각하거나 상상한 것과 다르게 전개된다.

마사는 아파트에 불이 나서 죽기 직전까지 가는 위험한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의 도움을 받게 되고, 이런 현상은 그가 임신한 상태에서 여러 번 나타난다. 또한 '보이기'라는 현상을 통해 남편이 싱가폴에서 보고, 느끼는 것을 마사는 집에서 똑같이 느끼는 경험을 한다. 

이런 독특한 경험은 마사 뿐 아니라 남편인 존도 함께 경험하는데, 두 사람은 초기에 이런 경험과 느낌에 대해 매우 낯설어 하고, 자신의 경험과 느낌 조차도 믿기 어려웠으며, 믿으려는 마음도 약했다. 

하지만, 몇 번의 체험을 통해 마침내 두 사람은 서로의 경험과 느낌을 공유하게 되면서, 세상에는 '이성'과 '합리'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임신한 아이의 이름을 본능적으로 '아담'이라고 부르게 된 것부터, '아담'의 존재 자체가 마사 주변의 사람들을 선량하게 하거나, 어려움에 놓였을 때, 자연스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웃들이 나타나는 현상을 체험하면서, 뱃속의 아이, '아담'이 천사의 현신이라고 믿는다.

'다운증후군' 아기를 비롯해 이 세상에 나오는 모든 아기들은 그 존재 자체로 '천사'이며, 어떤 편견이나 차별의 눈으로 보면, 세상을 올바로 보는 것이 아님을 마사는 말하고 있다. '천사'의 모습은 모두 다르며, 아기의 모습은 단지 '다를 뿐'이지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마사의 경험을 통해 말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울컥하는 감동을 느꼈는데, 결혼해서 아내가 임신한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동감하는 부분이 많아서 그랬을 것이다. 이 책은, 아직 임신을 하지 않은 젊은 부부가 꼭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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