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자이너 문화사

버자이너 문화사

 

이 책은 도서출판 동아시아가 보내주었다. 좋은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소개한다.

이 책의 원서 제목은 The Origin of the World이다. 눈치가 빠른 분들은 이 제목이 낯 익을 것이다. 그렇다. 바로 꾸르베의 '세계의 기원'이라는 그림의 제목과 같다.

꾸르베의 그림을 '음란물'로 받아들이는 멍청하고 도착된 세계관을 가진 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이 나라에서, 이 책은 그다지 환영받지 못할 듯 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널리 읽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성들은 여성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서, 여성은 스스로 모르는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지 않겠는가.

이 책의 목차는 아래와 같다.

 

1_ 여성성에 대하여

2_ 알맞은 용어를 찾아서

3_ 사실 : 여성 성기의 구조

4_ 생리학 : 성기의 (성적) 기능

5_ 처녀성

6_ 프로이트 이론의 힘

7_ 생식에 관하여

8_ 여성의 성 문제

9_ 클리토리스 절제

10_ 의사와 자궁

11_ 바이브레이터

12_ 여성의 향기

13_ 여성성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

14_ 이상화와 숭배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에 관심이 많지만, 사실 프로이트는 남성우월론자이고, 여성혐오론자여서 그가 가진 세계관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의 정신분석이론은 많은 부분 타당하고 과학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가 인간의 절반인 여성에 대해 무지하고, 편견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이론은 그 때문에 반쪽에 불과한 것이다.

출판사의 책 소개 내용을 보자.

여성의 성기를 소재로 여성의 성적 욕망에 대해 자유롭고 과감하게 서술한 연구서. 성이란 즐겁고 충만한 경험이며, 성을 완벽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그 작동 방식을 알아야 한다는 문제의식하에 익숙한 소재이지만 대부분이 잘 모르는 여성 성기에 대해서 역사적, 해부학적, 인류학적, 생물학적으로 설명한다.

의학 문헌들, 신화, 과학 소설과 판타지 소설, 페미니스트 및 레즈비언 문학 등 갖가지 자료들을 총망라하면서도 경쾌한 필치를 잃지 않는 이 책은 말 그대로 여성 성기에 대한 온갖 지식을 모아놓은 보물창고이자 백과사전이다. 정조대가 있던 중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가 하면, 클리토리스 절제나 음부봉쇄, 처녀성 검사 같은 세계 곳곳의 문화적 풍습들을 소개하고, 성교에 대한 프로이트 이론을 살피고, 성적 욕구 및 성행위와 오르가슴, G스팟, 질경련과 각종 성 문제에 대한 최신 의학 상식까지도 간추려 설명해 준다.

어느 순간에는 소설 속의 등장인물을 살피는가 하면 다음 순간 역사적 사료나 직접적인 실험 결과를 가져오고, 자극적인 시나 낭만적인 소설들에 역사적, 인류학적, 의학적 자료들을 비벼 넣음으로써 다양한 자료들의 정보들로 빼곡한 이 책은 그래서, 여성 성기 또는 여성의 성적 욕망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덴마크의 성의학자가 쓴 책이다. 이와 같은 주제로 우리나라에서 책이 나온다면, 더욱 흥미진진한 역사인류학 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