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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소설을 읽다

형제 - 위화

by 똥이아빠 2022.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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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 위화

 

오랜만에 세 권짜리 장편소설을 읽었다. 위화의 소설은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 '모옌'의 소설과는 사뭇 다르다. 세 권의 소설 가운데 1권은 중국의 문화혁명 시기를 다루고 있다. 작가인 위화가 이 시기에 어린이로 자라고 있었기 때문에, 소설 속 주인공도 작가와 나이가 비슷하다.

문학혁명 시기부터 현대까지, 두 형제의 삶을 서로 다른 삶을 그리고 있는데, 소년들이 자라서 청년이 되는 시기 즉 문화혁명이 끝나가는 시기까지가 이 소설의 백미에 해당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중국 현대사를 상징하는 전형적인 인물로 해석할 수 있다.

이광두, 송강이 소년으로 이 소설의 주인공이고, 이광두의 친아버지는 화장실에서 여자들 엉덩이를 훔쳐보다 똥통에 빠져 죽는다. 이는 루쉰이 늘 말해오던 '어리석은 중국 인민'의 상징이다. 즉 근대적 중국인민의 어리석음과 멍청함을 이광두의 친아버지가 똥통에 빠져죽는 것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이광두의 의붓아버지이자 송강의 친아버지인 송범평은 중국 인민의 모범이자 영웅으로 그리고 있다. 육척이 넘는 훨칠한 키에 잘 생긴 외모, 겸손하면서 굳건한 의지 등은 중국 인민이 가져야 할 품성임을 알게 된다. 그런 송범평이 똥통에 빠져 죽은 이광두의 친아버지를 꺼내서 이광두의 집까지 데리고 가서 장례를 치르도록 한다.

이광두의 엄마인 이란은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중세의 여성상을 보여주지만, '어리석고 멍청한' 이광두의 친부와 살 때는 주눅들어 살던 이란은 송범평과 새로운 삶을 살면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여성으로 변모한다. 즉, 중국 인민의 변화는 인민 스스로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송범평이 문화혁명 시기에 죽음을 당하는 과정을 자세히 그리면서 독자는 감정이 북받치는 경험을 한다. 문화혁명이 비록 모주석이 시작했지만, 그것이 명백한 정치적 실패임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송범평은 '지주'이기 때문에 탄압을 당했는데, 사실 송범평의 아버지는 지주였지만 그 시기에 이미 자신의 모든 재산을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그 자신도 빈농에 불과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송범평은 중학교 선생으로, 공산당을 지지하고 문화혁명을 옹호하는 사람으로 그려졌는데, 그런 사람을 하루아침에 반혁명분자로 몰아 참혹하게 죽인 것이다. 당시 홍위병들은 대개 젊거나 어린 청년들로, 극좌적 행동으로 중국을 혼란의 도가니로 만든 세력인데, 그 세력의 중심에 모주석과 그의 아내 강청이 있었다. 결국 문화혁명의 광풍이 지나가고 강청은 반혁명분자로 재판을 받고 가택연금 상태에서 자살한다.

이복형제인 이광두와 송강은 나이가 어려 문화혁명의 칼날에서는 비껴났지만 그의 집안은 쑥대밭이 되고, 결국 부모, 친척도 없이 단 둘만 남게 된다. 두 사람은 청년이 되어 공장에 다니기 시작하고, 이광두가 박스공장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것, 두 형제와 임홍이라는 미인을 두고 벌이는 삼각 관계, 이광두가 고물 사업을 시작으로 엄청난 부자가 되는 과정과 송강이 임홍과 결혼하고, 이광두와 절연하면서 서서히 몰락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광두의 출세와 송강의 몰락은 중국 현대사를 상징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는 중국의 거대 도시와 시골의 격차, 현대와 봉건이 공존하는 중국 사회,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병존하는 중국 사회, 그 속에서 이광두와 같은 천박한 자본가들이 돈을 벌어 권력을 갖게 되고, 송강처럼 성실하고 겸손하며 의지가 있는 사람들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자살하게 되는 것을 보면서, 작가는 중국 사회가 지금처럼 변해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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