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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기록/컴퓨터하드웨어

기계식 키보드 열 가지 비교

by 똥이아빠 2024. 6. 2.

기계식 키보드 열 가지 비교

 

며칠 전에 갑자기 발작을 일으켜 키보드를 한꺼번에 세 개를 구입했다(아직 샤오미 키보드는 도착하지 않았다). 오늘 집에 키보드가 몇 개나 되나 찾아보니 지금 가지고 있는 것만 열 개였다. 샤오미 키보드가 도착하면 열한 개가 된다. 돈이 썩어나서 키보드를 일회용으로 쓰려고 마구 사들인 건 당연히 아니고, 여기 있는 키보드는 전부 2-3만원 대 저렴한 키보드들이다. '커세어'처럼 비싼 키보드는 내가 산 게 아니고, 아들이 쓰다 고장난 걸 내가 한동안 쓰다 묵혀두었다. 10만원대 키보드도  하나 있지만, 그것도 할인 판매할 때 구입했다.

좋은 키보드를 찾으려는 노력은 내가 글쓰는 일과 깊은 관련이 있다. 지금은 노트에 연필, 볼펜 또는 만년필로 글을 쓰는 사람을 한 손에 꼽을 만큼 보기 드물어서, 거의 모든 사람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키보드로 글을 쓴다. 나 역시 1980년대 후반부터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종이에 글쓰기는 과거의 유물이 되었다.

요즘 기계식 키보드를 쓰는 사람이 늘어난 건 아무래도 컴퓨터 게임의 영향이 크다. 순발력이 필요한 컴퓨터 게임에서 동시에 여러 키를 눌러야 할 때, 멤브레인 방식의 키보드는 오작동하는데, 기계식 키보드는 이런 오류 없이 빠르고 정확하게 키를 누를 수 있다.

1980년대, 90년대에 컴퓨터를 시작한 사람은 아는 사실이지만, 의외로 초창기에 기계식 키보드가 널리 쓰였다. 지금도 오리지널 제품으로 나오는 IBM 기계식 키보드가 그 시절에 쓰던 기계식 키보드 디자인이고, 기계식 키보드의 기본 기술은 그때 이미 구현되었다.

지금은 키보드 자판의 눌림에 따라 청축, 갈축, 적축, 흑축 등으로 세부적 구분을 따로 하고, 각 종류마다 선호하는 사람들이 큰 그룹을 이루고 있으며, 기계식 키보드 시장은 프로게이머 뿐 아니라, 전국의 피시(PC)방에 기본으로 설치하는 아이템이 되었다.

기계식 키보드 시장은 2000년 이후 멤브레인 키보드보다 훨씬 비싼 값을 유지했고, 품질, 성능에서 멤브레인 키보드보다 우수한 제품으로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기계식 키보드는 청년층과 일부 글쓰는 사람들, 하이엔드 유저, 얼리어답터 등에서나 유명할 뿐, 대부분의 컴퓨터 사용자는 키보드에 관해 그리 관심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지금도 대기업 제품의 컴퓨터나, 인터넷 컴퓨터 몰, 용산 전자상가, 하이마트 등에서 컴퓨터 본체를 구입하면 키보드와 마우스를 기본 선물로 준다. 최근 내가 구입한 컴퓨터 본체에는 '로지텍' 제품의 멤브레인 키보드와 마우스가 함께 왔는데, 기계식 키보드를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기계식 키보드가 낯설고 불편할 걸로 안다.

그럼에도 타이핑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기계식 키보드가 타이핑 효율이 높고, 정확도와 손가락의 피로도가 낮다는 걸 체감한다. 그렇기에 기계식 키보드 시장이 꾸준히 커지고, 단순한 사용, 활용을 넘어 '맞춤형(커스텀) 기계식 키보드' 시장도 등장했다.

하이엔드 기계식 키보드 시장은 최소 몇 십만 원 이상이어서 나같은 사람은 언감생심 넘볼 수 없는 별세계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아래의 키보드들은 중저가 제품들로, 누구나 쉽게 구입해서 쓸 수 있는 평범한 물건들이다. 각각의 제품들이 어떤 타이핑 느낌인가를 아래에서 알아보자.

 

커세어 K70

프로 선수들이 쓰는 키보드로 널리 알려진 제품. 비싼 만큼 타이핑 느낌이 상당히 좋다. 커세어의 대표 제품으로 여러 버전이 있다. 키의 반발력이나 누르는 힘의 크기는 너무 무겁거나 가볍지 않고, 타이핑할 때 키를 두드리는 소리 역시 적당한 수준으로, 너무 잘그락 거리지 않고, 부드러운 느낌이다. 청축, 갈축, 적축의 차이는 분명하므로, 키보드를 어떤 공간에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키보드 종류를 선택해야 한다.

 

맥스틸 G800K

외국 제품인줄 알았는데, 한국 제품. 타건 느낌이나 키에서 나는 소리가 조금 가볍다. 잘그락거리는 소리와 LED 조명이 붉은색 한 가지인 점이 아쉽다. 몇 년 전에 나온 기계식 키보드들 가운데 중저가 제품은 LED 조명이 한 가지 색인 경우가 많은데, 이 제품도 그렇다. 나온 지 오랜 제품이라 지금 기준으로 평가하는 건 적당하지 않고, 이 제품이 여전히 고장나지 않고 잘 쓰고 있다는 걸 장점으로 여긴다.

 

쿠거 퓨리 

하남 스타필드의 전자제품 파는 매장 한쪽 구석에 거의 쓰레기 취급을 받던 이 키보드를 발견해서 싼값에 구입했다. 독일 제품으로 이미 단종되었지만 키보드의 기본에 충실한 꽤 괜찮은 키보드다. 요즘에는 '쿠거' 제품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이 제품은 나름 희소성이 있다.

 

유그린  

각종 충전기와 케이블을 만드는 중국 회사 '유그린'에서 만든 기계식 키보드. 키보드를 비롯한 컴퓨터 하드웨어 전문 기업이 아닌 걸로 아는데, 기계식 키보드를 만들어서 신기했다. 기계식 키보드로는 저가 제품이지만 그렇다고 '싸구려' 물건은 아니다. 키감은 부드러운 편이고, 가장 기본적인 기계식 키보드로 볼 수 있다.

 

로지텍 K120

이 제품은 기계식 키보드가 아니라 멤브레인 키보드다. 컴퓨터 본체를 구입하면 마우스와 함께 서비스로 주는 키보드인데, '로지텍'이라는 이름이 있어 싸구려 제품은 아니고, 키보드 성능이나 타건감도 나쁘지 않다. 타이핑을 많이 하지 않는다면 이 정도 키보드로도 충분히 컴퓨터를 쓸 수 있다.

 

AULA F87 PRO 다크그레이

유무선 기계식 키보드로 키보드에 동글이 같이 들어 있다. 유무선을 함께 쓸 수 있어 장점인데, 키가 87키인건 단점이다. 보통 책상 위에서 타이핑할 때는 풀배열 108키 또는 104키를 쓰는 게 편리하다. 아니면 키패드를 따로 뺀 키보드를 쓰고, 별도의 키패드를 사용하는 방법이 좋은데, 풀배열이 아닌 키보드는 익숙하기 전까지는 쓰기가 조금 불편하다.

 

로지텍 G413 SE 

컴퓨터 하드웨어의 명가 로지텍 제품은 일단 믿을 수 있다. 로지텍은 1만원대 키보드부터 수십만 원대의 프로게이머용 기계식 키보드까지 종류가 다양한데, 이 제품은 기계식 키보드이면서 값은 중저가에 해당하고, 기능은 가장 기본이 되는 유선 제품이다. 타이핑할 때 느낌도 좋고, 유명 회사답게 소프트웨어 지원도 훌륭하다.

 

HP GK400F 

휴렛팩커드(HP)는 컴퓨터, 스캐너, 프린터, 서버 등 컴퓨터 제조회사로 널리 알려진 미국 기업이다. HP에서 키보드를 만드는 걸 아는 사람이 드문데,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하드웨어로도 매우 유명하고 또 매출 비중도 높다는 걸 안다면, HP가 MS를 따라 할 거라는 예상도 할 수 있다.

놀라운 건, HP에서 만든 이 기계식 키보드가 중저가에 성능은 꽤 훌륭해서, 기계식 키보드의 기본을 알아보고 싶은 사용자라면 중국 제품보다는 오히려 이 키보드를 써보길 권한다. 

 

키크론 K5 

풀배열 슬림 유무선 키보드. '키크론'은 키보드 전문 제조회사로 중국 기업이다. 키보드 가격대도 중간 이상이어서 중저가 제품과 차별을 두고 있다. 제품의 완성도가 높고, 종류가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은 게 장점이다. 집이나 사무실 책상에서 쓸 때는 풀배열 108키나 104키를 쓰는 게 편리하다.

키보드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도 훌륭해서 키보드를 다양하게 활용하려는 사람에게 좋은 제품이다.

 

키크론 K9 Pro 유무선

풀배열 108키가 100% 크기라면, 이 키보드는 60% 크기에 불과하다. 내가 가장 아끼는 키보드로, 가방에 항상 넣고 다니며, 카페에서 노트북 컴퓨터로 작업할 때 이 키보드를 연결해 타이핑을 하면 능률이 상당히 오른다. 작고 얇은 크기에 타이핑할 때 소리도 적어서 카페나 도서관 등에서 쓰기에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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