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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세 친구

by 똥이아빠 2011.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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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례 감독의 세친구는 젊은 날의 초상과도 같다이땅에 태어난 젊은이라면 한번쯤 고민하고 거쳤음직한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삼겹의 말대로 돈없고 빽없는’ 놈들이라면 대학도 군대도 결코 쉽게 풀리지 않는 답답한 미래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세 친구는 대학입시에 실패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자신들의 가난한 계급적 입장’ 때문에 대학 진학은 꿈도 꾸지 못한다.부모들은 자동차 정비나 그 흔한 컴퓨터라도 배워보라고 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섬세는 미용학원에 부모몰래 다니고 무소속은 무관심한 아버지 밑에서 만화가가 될 꿈을 키운다삼겹은 비디오나 실컷 보는 것이 꿈이다이들의 꿈은 소박하지만 그 소박한 꿈마져도 마음대로 꾸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젊음을 짓누르는 현실스무살의 혈기가 오히려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으로 다가오는 현실이런 정신적인 고통은 직접 당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들이 한심한 놈들로 비치게 만든다.

가난무식한 부모돈밖에 모르는 사회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현실희망이라고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삼겹은 주유소에 취직했다가 때려치우고’ 비디오 가게에 취직해 꿈을 이룬다하지만 그것도 잠시그의 게으름과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다시 해고되고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먹고 자는 것을 반복한다.

섬세는 군대에 가고 싶지만 정신병력이 있다는 이유로 군대에 갈 수 없게 된다자신이 배우고 있는 미용 기술을 좋아하지만 아버지의 폭력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무소속은 만화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의 노력은 번번이 좌절된다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자해까지 하지만 결국 군대에 끌려 간다’. 그리고 군대에서 고참에게 맞아 귀가 멀어 집으로 돌아온다.

삼겹은 살을 빼기 위해 고통스럽고 섬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호모가 되어 간다무소속은 들리지 않는 귀로 방황한다모든 것이 엉망이고 절망적이다.

세 친구의 절망은 그들 개인의 절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절망을 보여준다임순례 감독은 세 친구의 삶은표피만 보여주었다고 말하고 있다그렇기는 하지만 그 건조한 일상과 파괴되어 가는 젊음을 바라보면서 세 친구의 절망이 그대로 전이되는 것을 느낀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젊음이며 우리가 살았던 시대의 절망이다고통과 불행으로 점철된 한국현대사의 한 모습이며 군부독재와 수출드라이브 정책과 자본가와 기득권 세력을 위한 정치 속에서 소외 당하는 서민들과 파괴된 농어촌의 디테일이다.

세 친구의 모습에서 그들의 부모들이 이농을 하고 공사판에서 전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세상은 결코 변하지 않고 있다고 감독은 말한다.


세친구
감독 임순례 (1996 / 한국)
출연 이장원,정희석,김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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