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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유럽영화

우리가 떠날 때

by 똥이아빠 2011.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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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정보 없이 이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서,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무겁고, 화가 났다.

이 영화는 분명 픽션이지만, 오히려 현실이 영화보다 더 가혹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무거운 마음은 더욱 가라앉았다.

줄거리는 이렇다.


터키에서 살고 있는 주인공은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아기를 데리고 친정인 독일로 돌아온다.

주인공의 가족들은 그들의 전통에 따라 남편에게 돌아가라고 이야기하지만 주인공은 집에서도 견디지 못해 한부모 쉼터로 쫓겨나다시피 옮긴다. 하지만 그곳까지 쫓아와 행패를 부리는 가족을 피해 직장 동료의 집으로 옮기고, 살아가기 위해 식당에서 일하며 학교 공부를 다시 시작한다.

한편, 친정으로 돌아온 딸 때문에 그의 가족들은 그들의 사회에서 따돌림과 무시를 당하며 딸을 '명예살인'하라는 압박을 받는다.

주인공의 아버지, 어머니, 오빠, 남동생은 주인공의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하고,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국 가족에 의해 '명예살인'이 벌어지지만...


이슬람 문화의 전통이라고는 하지만, 이 영화는 '가부장제도'와 '여성 인권'에 관한 영화이다.

이슬람의 전통이 유독 가부장적이고 마초적이며, 남성우월주의와 남성성의 절대주의를 주장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현대에 들어서면서 많은 나라들이 보편적 민주주의를 실행하려고 노력하고, 시민의 권리가 그만큼 폭넓게 자리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유난히 이슬람 국가와 이슬람 공동체에서는 여성에 관해 매우 엄격하고 지나치게 폭력적인 면이 많이 남아 있음을 이 영화를 통해 알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의 가족들은 그리 나쁜 사람들이 아님에도, 친정으로 돌아온 딸이 가족과 자신들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여기고 몹시 가혹하게 대한다. 여성은 무조건적인 순종만을 해야 하는 피동적인 존재일 뿐이다.

아내를 구타하는 남편, 딸을 폭행하는 아버지, 여동생을 때리는 오빠, 누나를 때리는 남동생 등 온통 남성의 폭력으로 진저리가 처지고 욕지거리가 저절로 나올 정도로, 이 영화에서 남성들은 폭력의 화신들이다.

나도 남성이지만, 이슬람 사회가 여전히 '보편적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거나 용인하고 싶지 않다. 이슬람의 남성들은 자신들에게 퍼부어지는 비판에 대해 '전통'이라는 둥, 이슬람의 교리를 이해하지 못해서라는 둥, 이슬람을 모욕하지 말라는 둥 하는 말도 안 되는 어거지를 펴면서 마초사회의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성을 짓누르고 유지되는 사회가 무슨 전통이 있을 것이며, 어떤 권위와 자존심이 있겠는가. 여성의 입장에서 이 영화는 이슬람 뿐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벌어지는 남성들의 폭력을 다룬 영화이며, 남성의 입장에서 이 영화는 반드시 보고 여성의 입장을 이해해야 하는 교과서 같은 영화다.

여성은 '여성'이기 이전에 '인간'이며, 그것은 '성'의 구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동등한 것이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마초와 멍청이들 때문에 여성은 핍박당하고 억울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문제, 특히 매우 마초적인 이슬람 사회에서의 여성의 삶을 드러낸 감독의 의도는, 문명의 발달과 함께 인간의 이성도 좀 성숙해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메시지에 다름아니다. 제발, 이제는 철 좀 들어야 하지 않을까. 남성들.


우리가 떠날 때
감독 페오 알라닥 (2010 / 독일)
출연 시벨 케킬리,니잠 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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