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가씨
박찬욱 감독. 세라 워터스의 원작소설 '핑거 스미스'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소설 '핑거 스미스'는 영국에서 이미 3부작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19세기 영국을 무대로 하는 소설과는 달리 '아가씨'는 일제강점기를 무대로 만들었다. 친일파가 등장하지만 이 영화에 반일 저항에 관한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히데코, 숙희, 백작으로 이어지는 세 명의 관계 속에서 갈등 구조가 만들어지고, 이들의 이야기가 반전을 일으키며 극의 긴장을 이끌고 있다.
영화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하는데, 숙희의 관점, 히데코의 관점, 마지막 부분으로 되어 있다. 숙희와 히데코는 속고 속이는 관계로 시작하지만 두 사람이 연인으로 발전하면서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숙희와 백작, 히데코와 백작은 서로를 이용하려는 대상으로 설정되어 있으므로 인간적인 관계가 아니어서, 그 결말이 불행할 수밖에 없음을 예상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스토리도 중요하고, 인물들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도 중요하고, 반전 역시 매우 중요하지만, 그보다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박찬욱만이 보여줄 수 있는 미장센이다. 영화의 미장센이 영화를 완성한다고 할 정도로, 이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아무리 미장센이 아름답고 완벽해도 이야기가 엉성하면 재미 없을 터이지만, 박찬욱의 영화에서는 이야기는 기본으로 깔고 가기 때문에, 미장센만을 따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등장인물의 의상, 분장부터 집의 외관, 내부의 소품, 서재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함 없이 완벽하게 만든 것을 보면서, 영화에서 미장센의 중요성과 아름다움을 다시 보게 된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서 여성의 자존감이 높게 드러나고, 여성이 남성보다 현명하거나 이성적으로 그려지는 것은 현실과 비교할 때 확실히 '환타지'에 가깝다. 그렇지만 여성 주인공의 활약이 기분 좋은 것은, 이 사회에서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여러 면에서 뛰어남에도 남성들에게 지배당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도 두 여성 주인공의 해피엔딩이 당연한 결말로 보이지만, 그동안 보여주었던 박찬욱 감독의 영화와는 달리 결말이 조금 심심하고 달콤한 것이 오히려 단점으로 보인다.
또한 두 여성의 동성애 코드는 영화에서 과연 중요한 요소인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즉, 두 여성이 동성애 관계가 아니고, 결말 또한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도록 만들었다면, 즉 영화를 비극적으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남성들의 결말은 필연적으로 처참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자신들이 누렸거나 가지고 있던 것들이 폭력을 통해 가능했던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설령 모르고 있었다해도 그건 그들의 잘못일 뿐이다. 돈과 권력을 가진 남성들을 파괴하고, 그들이 처절한 비극적 상황에 놓이도록 하는 것은 재미있는 결말이지만, 두 여성의 성공과 해피엔딩이 꼭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결과만을 놓고 보면 로맨틱 코미디라는 말을 들어도 이상할 것이 없을 것이다. 앞부분에서 비밀과 음모로 점철되었던 내용이 로맨틱 코미디로 끝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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