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동주
이준익 감독 작품. 저예산-제작비 6억원이면 한국에서는 아주 적은 금액이다-으로 만든 영화로는 상당히 잘 만들었다. 역시 이준익 감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게다가 홍보도 따로 하지 않았음에도 입소문만으로 100만 명의 관객을 모은 것은 영화가 그만큼 볼만 했다는 증거겠다.
흑백으로 만든 영화는, 오래 된 시간의 이미지를 보는 듯해서 어울렸고, 동주를 미화하지 않은 것이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호평했고, 우리의 현대사에서 문학적으로도 중요한 인물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웠다.
그럼에도 나는 이 영화가 그리 재미있지는 않았다. 내용을 대개 다 알고 있어서 그렇기도 했고, 배우들의 연기가 몰입하기에는 좀 어색했다. 사투리도 그렇고.
플래시백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이미 역사적으로 알려진 내용이어서 어쩔 수 없는 방식이기도 했지만, 그래서 지루한 면이 있었다.
동주와 몽규의 삶은 그들이 살았던 일제강점기에서 지식이이 가야 할 몇 안 되는 선택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고뇌는 공감이 되지만, 청년의 고뇌와 함께 시대의 아픔을 보다 절실하게 보여주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윤동주에 관한 문학적, 역사적 해석이 필요 이상으로 과장되거나 과열되는 것은 어떤 경우로든 바람직하지 않다. 그 시기에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 독립운동가들이 아직도 전혀 조명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알려진 극소수의 인물을 영화로 그릴 때 조심해야 할 부분이 바로 그런 점이다.
차라리 '암살'이나 '밀정'처럼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만드는 팩션이 오히려 우리에게 더 필요한 작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여전히 일제강점기의 저항운동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고 있다. 그 시기에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무수한 독립운동가의 활동과 죽음을 역사의 묘비에 각인하는 작업이 더 많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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