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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죽여주는 여자

by 똥이아빠 2016.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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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죽여주는 여자

한국사회의 어두운 면을 잘 드러낸 영화. 무겁지만 담담하고, 감정의 과잉 없이 차분하지만 사회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 본 영화. 잘 만들었다.
노인세대의 삶은 그 사회의 복지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은데, 이 영화에서 노인들의 삶은 비참하다. 노인 인구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노인들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를 묻는 중요한 화두를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60대의 노인인 소영은 파고다공원 일대를 배회하며 노인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며 살아가는 '박카스 할머니'다. 이 영화에서 노인의 성 문제는 중요한 소재이기도 한데, 남자 노인들은 여전히 성(섹스)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이상하게 보인다. 나이와 상관 없이 성적인 문제는 늘 개인에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그것이 왜 특히 남성에게 두드러질까 하는 점이다.
비아그라가 양성이든 음성이든 많이 팔리고 있다는 것과 성에 집착하는 남성들이 유난히 많다는 것은 한국의 특징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개인의 욕망과 욕구를 보다 사회적인 현상에 돌리지 못하고, 섹스에 탐닉하는 현상은 한국사회의 구조적 억압시스템과 관련이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영화에는 혼자사는 노인들 뿐 아니라 트랜스젠더, 장애인, 코피노 소년 등 사회의 약자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를 도우며 보살피며 살아간다. 등장인물들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혐오하는 사람들은 인종차별주의자들, 극우주의자, 사회의 보편적 상식에 한참 뒤떨어지는 사람들이지만, 그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 문제다.
그런 차별과 냉대의 눈길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 소수자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서로를 돌봐야 하는 처지가 되고, 약한 사람들끼리 마음을 모아 살아가는 모습은 안쓰럽지만 다정해 보인다.

영화 중반 이후에 이 영화의 주제인 '죽여주는 여자'의 진짜 상황이 전개되는데, 소영은 알고 지내던 남자 노인들의 고민이 하나같이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영화에서 고민하는 남자 노인들의 절망적인 고민은 바로 지금 우리 사회의 노인들이 갖고 있는 심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아직 50대인 나도 그 남자 노인들의 고민에 공감할 정도다.
지금까지 살아 온 것과는 아무 상관 없이,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말 그대로 실존의 문제이며, 가장 심각한 가까운 미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고독사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연약한 인간관계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고, 국가의 복지 시스템이 붕괴되었음을 증거하는 것이다.

노인들은 자신들의 죽음까지도 안심하지 못하고, 무거운 짐으로 여기며 눈을 감아야 하는 참담한 상황에 놓여 있다. 미국영화 '당신은 잭을 모른다'는 차라리 얼마나 인간적이고 인도적인 내용인가를 알 수 있다.
마음 편하고, 안심하며 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국가의 복지 시스템이 할 일이다. 돈과 권력에 관계 없이,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죽을 수 있는 권리는 모든 국민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돈이 없기 때문에 비참하게 죽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면, 또한 가족이 외면해서 쓸쓸하게 죽어야 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국가는 그런 경우의 수를 대비해 노인의 죽음을 돌보는 전문 인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소영의 삶과 죽음을 통해, 한국에서 노인의 삶과 죽음이 과연 어때야 하는가를 절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노인들은 크게 공감할 것이고, 젊은 사람들은 이 영화를 통해 노인의 삶을 이해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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