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킹
영화는 주인공 태수의 내레이션과 실제 TV 화면-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관련 자료-을 그대로 내보낸다. 영화는 블랙 코미디다. 앞부분에서 주인공 태수의 일대기를 길게 보여주는 것은 드라마의 리얼리티와 캐릭터의 입체감을 살리기 위한 장치로 보여진다.
그렇더라도 내레이션이 영화 전체를 가볍게 만들고, 실제 TV 화면이 오히려 사실성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이런 정도의 영화라면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 '좋은 친구들'과 같은, 진지하면서도 잔인한 드라마로 만드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냉혹한 현실을 다루는 내용인데, 형식은 블랙 코미디라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말하는 건 타당한 변명이 될 수 없다. 영화에서 현실을 반영하려고 했던 줄기찬 노력이 단지 블랙 코미디로 희화화하려는 것이었다면 그건 조금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성 짙은 영화를 만들 때는 진지하고 심각한 것이 분위기에 맞는다. 코스타 가브라스나 마틴 스콜세즈의 작품들처럼, 진지하고 심각한 접근이 관객을 더욱 잘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켄 로치 감독의 작품들처럼 매우 심각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접근할 수도 있다.
이 영화는 한국 사회에서 진정한 권력 집단이 누구인가를 조명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 권력의 입맛에 맛는 사건을 기획하면서 주인의 발바닥을 핥는 검사 집단이 끝까지 살아남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이 진짜 권력자들이라고 생각한다.
검사들에게 부여한 기소권을 비롯한 권력은 국민이 부여한 것이다. 그들은 공무원이고, 검사로서 해야 할 역할을 충실히 하면 그만이다. 권력이 있다고 그 권력을 사유화하는 순간, 그것은 권력이 아니라 발호이며, 모반이고, 반역이라는 것을 공무원 검사들은 '이해'하고 '지각'해야 한다.
권력이 큰 만큼 그에 대한 책임 역시 클 수밖에 없다. 권력을 남용하거나, 사적 보복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순간, 그런 짓을 한 공무원은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걸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사회의 기본 윤리이고 시민 상식이다.
영화는 그런대로 재미있었지만, 진지함과 가벼움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었고, 배우들의 연기가 가볍게 느껴졌다. 현실이 너무도 잔혹하기 때문에 오히려 영화는 비현실적이고 가벼워 보인 것이 안타까웠다. 훨씬 잔혹하게 그렸어도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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