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싱글라이더
영화의 배경에 깔리는 잔잔하고 슬픔을 머금은 듯한 음악이 인상 깊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강재훈(이병헌)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가족을 호주로 보내고 자신은 기러기 아빠로 살아가는 강재훈은 증권회사 지점장으로 성공한 인물이고, 경제적으로도 상류층에 속한다.
그런 그가 회사의 사기 사건에 연루되어 책임을 지고 사직한 다음, 호주에 있는 가족을 찾아 무작정 날아간다. 그리고 아내와 아들이 살고 있는 집과 주변을 배회하며 그들을 바라본다.
시나리오가 상당히 심심해서 극적인 드라마로 만들기 어려운 내용인데, 감독은 시종 과장하기 않고, 차분하게 가라앉은 시선으로 강재훈을 바라보고, 강재훈이 가지고 있는 복잡한 심경을 천천히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 영화를 만든 이주영 감독은 이 영화가 장편 영화로는 데뷔작이기도 하다. 그는 광고회사에서 짧은 광고 영상을 만들었고, 단편영화를 만들어 상을 받기도 했지만, 본격 상업영화는 이 영화가 처음이어서 장편이 갖는 긴 호흡을 끌고 가는 것이 조금 버거웠을 듯 하다.
이주영 김독은 한예종 영화과에서 영화 수업을 받으며 시나리오를 썼는데, 이창동 감독이 시나리오를 지도해 주었다고 한다. 처음 쓴 시나리오로 곧바로 '입봉'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또 놀라운 일이기도 한데, 투자, 제작 모두 유명한 회사에서 지원을 하고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이 영화는 아마도 흥행에서는 실패할 듯 하다. 영화를 잘 만드는 것과 흥행의 상관관계는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의 주인공이 이병헌과 공효진이라는 점에서 영화를 둘러싼 모든 관계자-제작, 투자, 감독, 스텝, 관객-들은 어느 정도 실망과 타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가 복선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또 필요하다. 하지만 그 복선이 알려지고 나서도 다시 볼 수 있을 정도로 영화의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예전에 나왔던 '식스센스'처럼, 반전을 알고 나면 시시해지는 영화가 있다. '유주얼 서스펙트'처럼 반전이 갖는 충격적인 결말 때문에 다시 보게 되는 영화도 있다.
이 영화는 정적이고 내면의 흐름을 따라가는 내용이다. 상대적으로 저예산으로 만든 영화이고, 전통적인 드라마 형식을 띄고 있으며, 가족의 의미를 다시 묻고 있다. 강재훈이 가지고 있는 가족의 이미지와 아내 수진이 생각하는 가족의 모습은 분명 다르다. 그 다름에서 오는 외로움과 고독의 문제, 다른 면으로 강재훈이 살아왔던 사회적 삶, 증권회사 지점장으로 성공한 삶과 한순간 무너지는 그의 삶이 인간의 보편적 삶에 관한 고뇌와 번민, 아픔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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