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작된 도시
공들여 만든 영화인데, 개연성-리얼리티-이 부족한 것이 결정적 흠이다. 이야기는 그렇다고 해도,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비현실적이거나 과장되어 이야기에 집중하기 어렵다. ‘웰컴 투 동막골’을 연출한 박광현 감독은 그의 전작인 ‘동막골’에서도 한국의 분단상황을 환타지로 그렸는데, 그의 연출의 일관성은 이 영화에서도 보인다.
‘동막골’이 조금 더 환타지하고 따뜻한 결말이라면, 이 영화는 그 나름은 해피엔딩이지만 근본적인 악은 여전히 은폐한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어서 암울하고 씁쓸한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초반에 보여주는 화려한 액션은 꽤 공을 들인 장면들로, 이 영화가 ‘액션’을 앞세우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영화 곳곳에서 화려한 몸싸움과 자동차 추격 씬은 볼만하다. 여기에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 장면들이 기존의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어려운 장면이어서 신선했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조금 지루한 면이 느껴지는 것은 사건과 사건 사이를 이어주는 상황이 긴박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주인공을 비롯해 등장인물들의 연기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성격이 모호함을 느낄 수 있다. ‘액션’에 방점을 찍었으니, 분명 ‘액션’영화로 읽어야 하겠지만, 전체 구조는 미스터리 스릴러에 해당한다.
주인공 권유가 일방적으로 범인으로 몰리고, 그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온라인 게임을 함께 하던 사람들이 도와준다는 설정은 재미있지만, 오히려 극적 재미를 반감하는 효과가 있다. 이 영화에서 ‘인터넷’과 ‘정보’는 매우 중요한 소재가 되는데, 이 영화와 비슷하면서도 대척점에 서 있는 영화로 ‘올드보이’를 비교할 수 있다.
‘올드보이’는 15년 동안 이유도 모른 채 사설 감옥에 갇혀 지내던 ‘오대수’가 자신을 가둔 사람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인데, 그는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오대수와 범인은 가까운 곳에 있고, 범인이 오대수 앞에 먼저 나타나는 것이 다르지만, 이야기의 구조는 비슷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잘 만들었고 재미있다. 영화를 조금 더 사회구조적으로 살펴보면, 이 영화는 노동자(계급)와 자본가(계급)의 대결이기도 하다. 영화 ‘지구를 지켜라’가 ‘저주받은 걸작’으로 남은 이유도 한국 사회의 본질을 블랙 코미디로 만들었기 때문인데, 이 영화 역시 노동자인 어머니와 백수 아들이 자본가(기업 총수)와 권력(국회의원)의 조작에 일방적으로 당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범죄를 저지르면, 가난하고 돈 없는 사람을 유인, 납치해 범인으로 몰아 자신들 대신 범죄자로 만들어 감옥에 보내고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 영화처럼 완벽하게 ‘조작’을 하지는 않지만, 한국의 사회는 지금도 돈과 권력이 있으면 어지간한 범죄를 저질러도 면죄부를 받는 세상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가난한 백수 주인공 권유를 돕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모두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사회의 낮은 곳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으며, 작게는 자신들의 ‘대장’인 권유를 돕고, 크게는 사회의 정의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대항한다.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은 자신들을 대리해 ‘조작’에 가담할 인물을 새로 찾을 것이고, 그들의 범죄는 대부분 완전범죄로 끝나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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