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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그물

by 똥이아빠 2017.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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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물

김기덕 감독 작품. 남북한의 반민주적 정권과 정보기관의 닮은 꼴을 보여주고, 그 체제 속에서 죽어가는 평범한 인민의 삶을 그리고 있다. 남북한의 경계에서 어업을 하고 있는 주인공 남철우는 고기잡이 배를 타고 나갔다가 엔진 고장으로 배가 남한으로 표류한다. 남한 쪽으로 내려와 남한 군인들에게 잡혀 정보부로 넘겨진 철우는 간첩 여부를 가리는 조사를 받고, 간첩이 아니라는 결론에 따라 귀순 공작도 받지만 끝까지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철우의 의지에 따라 자신이 몰고 온 배를 타고 북한으로 돌아간다.
남한에 있을 때, 정보기관의 조작으로 간첩으로 몰릴 뻔한 위기를 넘기고, 남한의 도시 풍경을 눈으로 보면서 그 풍요로움에 마음이 조금 흔들리지만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생각하며 귀환의 강력한 의지를 다진다.
남한의 정보부는 끊임없이 간첩을 조작하려 시도하고, 간첩의 존재가 정보부의 위상과 권위를 유지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조작의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북한의 정보부도 그 못지 않게 권위적이고 폭력적이다. 두 국가의 정보기관은 예전 냉전시대의 경직된 사고방식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고, 그들은 공산당, 빨갱이에 대한 증오, 자본주의자에 대한 경멸과 저주로 똘똘 뭉쳐 있는 조직이고 인간들이었다.

평범한 개인은 체제의 성격에 의해 운명이 좌우될 수 있다. 남한에 살고 있는 사람은 자본주의 사회의 착취와 억압 속에서, 반민주 정권의 폭력과 감시와 억압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유사왕조국가인 북한에 살고 있는 사람은 일당독재체제에서 개인의 자유와 사상을 철저히 억압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두 체제에서 권력을 가진 자들은 모두 자신들의 체제가 더 우월하다고 거짓말을 하고, 상대 체제와 권력집단을 비난한다. 이들은 서로를 증오하면서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남한에 사는 우리는 이런 영화의 내용이 매우 익숙하고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 이 영화를 본다면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너무도 기괴하고 말할 수 없이 역겹기 때문이다. 개인의 자유가 철저하게 억압되고, 천박한 자본주의가 개인의 삶을 구조적 착취를 통해 망가뜨리고 있으니 겉으로 보기에 화려해 보여도 속으로는 썩어문들어지고 있는 사회라는 것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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