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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영화] 로만 J 이스라엘 에스콰이어

by 똥이아빠 2018.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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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만 J 이스라엘 에스콰이어

국내 개봉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한 영화. 넷플릭스에 있다. 이 영화의 각본을 쓰고 감독을 한 사람은 댄 길로이로, 헐리우드에서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한 사람의 짧은 삶을 다루고 있다. 흑인 변호사 로만은 자신을 소개할 때 '로만 J 이스라엘 에스콰이어'라고 말한다. 의뢰인이 '에스콰이어'가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그는 그 단어의 뜻이 '귀족'이나 '자작'의 사이쯤이라고 말한다. 즉 자신을 평범한 사람과는 다르다는 인식을 가진 인물이다. 그렇다고 그가 엘리트 출신이냐면 그것도 아니다. 그는 하버드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대단한 로펌에서 경력을 쌓아 온 것도 아니다. 그저 자신이 존경하는 변호사의 조력변호사로 35년 동안 사무실에서만 일을 해 온 서류작업 전문 변호사였다. 그의 주급은 500달러, 연봉이 2만4천 달러 정도로 중하층의 삶을 살아왔다. 그는 법률가가 되기 위해 결혼도 포기했고, 독신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의 기억력은 비상하지만, 법정에서 자신의 의뢰인을 위해 변론을 한 경험은 전혀 없는 변호사다.
그런 그의 삶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긴 것은, 변론을 담당했던 자신의 멘토 변호사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져 사망하면서부터다. 그는 처음 법정에 나가 의뢰인의 변론을 맡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정의감을 기준으로 사법부를 판단한다. 검찰과 거래를 하는 것도 서툴고, 사법부를 끔찍하다고 경멸한다. 그 결과는 의뢰인의 자살. 그보다 더 어처구니 없는 일은 자살한 의뢰인이 남긴 비밀을 가지고 공범자를 밀고하고 현상금을 몰래 받는다. 
로만은 법을 통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지만, 자신의 이상과 현실의 차이는 너무 커서, 변호사로 먹고 살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현실 앞에서 좌절한다. 다행히 그는 새로운 로펌에 취직할 수 있었고-그 로펌의 대표가 멋진 사람이다-그는 대인 관계에 서툴고, 법정에서 계속 실수를 하거나 거래에 실패한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저지른 범죄 행위-공범자 밀고와 현상금-가 알려지면서 궁지에 몰린다.
로만의 태도를 보면, 그 인물이 어딘가 모르게 조금은 정상에서 벗어난 듯한 느낌이 든다. 그가 독신으로 오래 혼자 살아왔고, 사무실과 집 외에는 별다른 취미-유일한 취미는 아이팟에 음악을 수천 곡 담아 항상 듣는 것-도 없이 살아오면서, 외부와 교류가 거의 없는 것이 그를 외톨이로 만든 결정적인 요인이 아닐까. 
게다가 그는 정의로운 사회적 감정과는 달리, 현실에서 여러번 좌절하면서 자신의 이상과 정의감을 포기한다. 그는 현상금을 몰래 받아 옷도 샀고, 휴가도 다녀온다. 그리고 NGO에서 일을 하려던 꿈도 접고, 로펌에서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어한다. 무리를 해서 새로 지은 아파트로 이사하고, 과거의 자신과 결별하려는 확실한 의지를 보인다.
하지만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은, 그가 저지른 과거의 범죄 행위다. 그의 삶에서 유일하게 저지른 그 행위는 궁핍한 그의 생활을 보면 이해할 수는 있지만, 변호사의 직업윤리로 보면 그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변호사로 35년 동안 궁핍하지만 정의로운 마음으로 살아온 로만이 왜 갑작스럽게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타락하게 된 것일까. 그렇다고 그가 교활한 인간도 아니고, 조금 어수룩하고 둔한 사람인데, 선량한 인간인 것과는 다르게,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결국 그는 비참한 종말을 맞는다. 그는 가족도 없는 듯 하고, 살아서 남긴 것도 없으니 울어주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자신을 '에스콰이어'라고 경칭을 쓰는 자존감이 강한 사람이 갑작스러운 타락이 나약한 지식인의 어리석음 때문인지, 로만의 개인적 멍청함 때문인지, 똑똑한 로만이 사회에 걸었던 기대와 희망이 좌절하면서 자포자기한 심정인지 우리는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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