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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영화]네브라스카 Nebraska

by 똥이아빠 2018. 7. 16.

[영화]네브라스카 Nebraska


두번째 보다. 흑백 필름의 우울하고도 차분한 분위기가 관객을 화면 안으로 끌어당기는 듯 하다.
배우들도 마치 그 마을 주민들이 직접 연기하는 듯한, 진짜 미국 하류층, 빈민들의 삶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같다. 가난하지만, 굶지는 않는 미국의 하류층 백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주인공 우디 노인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군인으로, 연금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날마다 술을 마시지만 치매에 걸릴 정도는 아니고, 아내도 건강한 편이다. 두 아들은 각기 제 밥벌이를 하고 있어 따로 걱정꺼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그가, 어느날인가부터 네브라스카주의 링컨으로 가야한다며 집을 나선다. 하루 이틀 벌어지는 일이 아니어서 마을의 경찰들도 알 정도로 우디 노인의 가출은 유명해졌다. 아들 데이빗이 아버지에게 가출 이유를 묻자, 우디 노인은 '백만달러'를 받으러 가야 한다고 말한다. 아버지가 보여준 증서는 광고전단지였다.
아버지의 행동이 어처구니 없지만 데이빗은 이번 기회에 아버지와 짧은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그들이 살고 있는 몬태나주의 빌링스에서 네브래스카의 링컨까지는 약 1300km.
가는 길에 아버지와 가족 모두의 고향인 '호손'에 도착해 며칠 묵는다. 우디 노인은 아주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나고, 형과 형의 가족들을 만난다. 하지만 우디 노인이 백만달러를 받으러 간다는 소문은 좁은 마을에 곧바로 퍼져서 사람들은 우디 노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모두들 가난하게 살아가는 빈민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오해를 풀기 위해 데이빗이 해명을 해도 사람들은 믿으려 하지 않는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1년이 하루처럼 아무런 변화도 없는 시골 변두리 마을에서 이런 일이라도 있어야 사는 재미가 있지 않겠는가.
결국 밤중에 지갑을 도둑 맞고, 그 안에 있던 백만달러짜리 증서가 가짜라는 것을 사람들이 확인한 다음에서야 우디 노인은 자신의 고집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한다.
이 영화는 화면이 아름답다. 흑백 영화는 늘 아름답지만, 이 영화는 화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영화 속에서 흑인이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이 영화는 인종차별과 아무런 관련도 없지만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백인들이고, 그 백인들은 한결같이 가난한 빈민들이다. 백인 빈민의 삶을 가깝게 들여다보면서, 관객이 미국의 현재를 확인하라는 감독의 의도가 깔려 있는 듯 하다. 
이 영화는 심심하다. 이야기는 평범하고, 다큐멘터리처럼 건조하다. 게다가 흑백영화여서 화면도 단순하다. 이런 영화를 좋아할 사람이 많지 않겠지만, 나는 이런 영화가 훌륭하다고 보고 좋아한다. 단순하지만 삶의 깊이를 들여다보고, 우디 노인의 고집을 통해 한 인간의 삶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영화가 끝나고도 많은 것을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디 노인의 맹목적인 행동이 흘러간 자신의 삶에 대한 후회와 자식에 대한 사랑이었음을 알게 되면서, 마음에서 뭉클한 감동이 밀려온다. 삶은, '계란'은 아니지만, 그다지 대단할 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가족과 이웃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별 네 개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