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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영화] 써스펙트

by 똥이아빠 2018.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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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써스펙트
원제는 The Pledge. 제목의 의미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알 수 있다. 숀 펜 감독의 영화는 긴 여운을 남기는 특징이 있다. 그가 연출에서 주목하는 것은 영화의 줄거리나 이야기의 구성, 스릴러 같은 미장센 보다는-물론 그것도 잘 하지만-사람의 심리 특히 주인공의 심리를 깊게 들여다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제리 역으로 잭 니콜슨을 선택한 것은 탁월하다. 다 늙어서 한물 간 배우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잭 니콜슨은 그러나 그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사람'에서 보여준 놀라운 연기만큼은 아니어도 젊었을 때의 감각과는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
영화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퇴직을 6시간 남겨둔 형사 제리는 자신의 은퇴 축하파티가 열리는 시간에 어린이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출동한다. 그곳에서 잔혹한 장면을 보고, 그 어린이의 부모를 만나 반드시 범인을 잡겠다고 약속한다. 6시간이 지나고, 제리는 경찰에서 퇴직하고 평범한 시민이 되었지만, 그는 과거 기록을 뒤지며 이 사건이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 연쇄살인범의 소행임을 밝힌다. 그리고 그 범인이 적어도 세 명의 어린이가 살해당한 지역에 여전히 살고 있다는 걸 육감으로 느끼고, 범행 장소 근처에 있는 주유소를 구입해 장사도 하면서 오가는 사람들, 차를 주의깊게 살핀다.
제리가 다니는 근처 카페에는 딸을 키우며 일하는 여성이 있는데, 그녀가 남편에게 폭행당하고 제리에게 도움을 구하면서 두 사람은 가까워지고 제리의 집에서 함께 생활한다. 그리고 그녀의 8살 딸에게 연쇄살인범이 접근하고, 제리는 그를 잡기 위한 마지막 작전을 펼친다.
하지만 범인은 나타나지 않고, 그를 도와주러 왔던 경찰도 시간이 많이 지나자 포기하고 돌아가고, 어린 크리시가 혼자 있다는 말을 들은 엄마가 달려와 제리를 비난하고 떠난다. 범인을 잡기 위해 딸을 미끼로 내몰았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고, 그에 대해 제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 시간, 연쇄살인범은 운전을 하고 공원으로 오다 트럭과 충돌해 죽는다. 시간이 흐르고 제리는 여전히 주유소를 운영하며 범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영화에서 가장 마음이 쓰이는 것은 사랑하는 아이를 잃은 부모의 슬픔과 고통이지만, 그들은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범인을 추적하는 제리의 태도가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좋을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제리의 행동과 심리를 따라가고 있다. 제리는 어떤 사람일까. 그는 평생 경찰로 복무했다. 그의 퇴직 파티에 경찰서 직원이 많이 참석해 축하하는 장면을 보면 그가 꽤 훌륭한 경찰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삶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 경찰로는 유능했을지 모르지만 그의 삶에서 가족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 딱 한 번, 두 번 이혼했다는 말을 한다. 그에게 자식은 있을까. 마지막 장면을 보면 그에게 자식도 없고, 오로지 혼자 살고 있다. 그는 외로움 사람이다. 이 철저한 외로움이 그로 하여금 연쇄살인범을 끝까지 추적하도록 만든 힘이기도 하다. 제리는 자기 집으로 찾아온 카페에서 일하는 여주인과 아이를 아무 조건없이 받아들인다. 그건 제리의 마음이 너그럽기도 하지만 그가 외로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녀의 딸 크리스를 내세워 연쇄살인범을 잡고 싶은 제리의 욕망도 내재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제리는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자신의 삶을 모두 투자한다. 범죄 현장 근처에 주유소를 구입해 먹고 살 방안을 마련하고, 시간이 걸려도 끝까지 범인을 잡겠다는 집념을 보인다. 그리고 그가 바란대로 범인은 크리스에게 접근하고, 크리스에게 접근한 범인은 친절한 마법사 이미지로 아이에게 다가온 것을 알게 된다. 공원에서 엄마 모르게 마법사를 만난다는 걸 알게 된 제리는 범인이 반드시 나타난다고 확신하고 후배 경찰과 함께 매복을 하지만, 범인은 결국 나타나지 않는다.
제리의 운명은 자신의 의지와 전혀 관계없이 흘러간다. 그는 피해 아이의 부모에게 맹세했다. 반드시 범인을 잡겠노라고. 그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다. 하지만 그는 그가 선 자리에서 꼼짝 못하는 운명에 놓인다. 자신의 약속을 지키려는 맹세는 자신을 구속하는 도구가 된다. 범인은 자동차 사고로 죽지만 제리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운명은 누구에게 잔혹하게 작동한다. 그것은 우연이겠지만, 어떤 삶을 살아가느냐에 따라 잔혹한 운명에 맞닥뜨릴 확률은 높아진다. 우연으로 발생한 사건이 인간의 운명을 바꿔놓기도 한다. 이 영화는 잔혹한 운명과 우연이 결합해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망가뜨리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허무하다면 허무하지만, 제리의 삶을 천착하면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제리보다 나을 것이 있겠는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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