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카리오 : 데이 오브 솔다도
전편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와 이 영화의 공통점은 시나리오를 쓴 사람이 테일러 쉐리던인 것과 맷과 안레한드로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헐리우드에 혜성처럼 나타난 시나리오 작가 테일러 쉐리던은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로 신선한 충격을 주더니 바로 뒤이어 '윈드 리버'와 '로스트 인 더스트'로 그의 실력이 최고라는 걸 입증했다.
테일러 쉐리던의 영화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의 작품 속 배경이 미국의 중서부와 중남부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테일러 쉐리던이 남부 뉴멕시코 국경 근처에서 태어나 자라 그곳의 풍경에 익숙하고, 국경지대의 독특한 삶을 경험하면서 자랐기에, 누구보다 경계선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컸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전편인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를 보고 썼던 글을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전편에서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다음이다. 전편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FBI요원 케이트는 보이지 않는다. 케이트의 역할은 전편에서 이미 자기몫을 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영화는 미국-멕시코 국경지대에서 미국 쪽으로 밀입국 하는 멕시코 사람들이 미군에게 발각되고, 그 가운데 한 남자가 가지고 있던 폭탄으로 자살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장면이 바뀌고, 북아프리카 수단 지역에서 특수부대의 활동이 보이고, 생포된 남자가 미군기지에 묶인채 컨테이너 공간에 혼자 있을 때, 한 남자가 등장한다. 그가 바로 맷이다. 전편에서도 등장한 맷은 미국 정부가 '더러운 일'을 해결할 때, 정부의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기획자'로 활약하는 남자다. 그는 전편에서 이미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파괴, 해체하는 과정에서 FBI요원 케이트와 갈등을 빚었던 사람이다. 그가 하는 행위가 불법이라는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늘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로 발표하는, 그러나 그 모든 작전 기획은 철저하게 뒤에서 통제하고 명령하는 비선조직이 있다는 걸 알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는 그런 사건을 맡아 해결하는 사람이다.
전편에서 해결해야 할 대상은 마약 카르텔과 그 조직의 두목이었지만, 이번에는 '밀입국'을 사업으로 벌리는 조직이 대상이다. 마약보다 오히려 밀입국 사업이 돈을 잘 벌고, 안전하며, 뒤탈이 없다는 걸 멕시코 범죄조직은 알게 되었고, 국경은 밀입국을 시도하는 쪽과 그것을 막는 미군 사이에 늘 긴장이 감돌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은 멕시코의 카르텔을 분열시키기 위해 가장 강력한 카르텔의 두목 딸을 납치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 작전을 위해 맷은 민간인들로 구성한 전투부대를 만들고, 전편에서도 함께 일했던 알레한드로를 불러들인다. 그리고 이번에는 알레한드로에게 지켜야 할 룰이 없다고 말한다.
전편에서 알레한드로는 자신의 복수를 위해 멕시코 마약 카르텔 조직과 미국 정보부 사이를 오가며 위태로운-경계선을 오가는-행동을 보였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에 놓인다. 그들은 멕시코의 조직들을 갈라놓기 위해 상대편 조직에서 일으킨 전쟁처럼 보이려고 조직을 위해 일하는 변호사를 대낮에 길거리에서 살해하고, 두목의 딸을 납치한다.
미국 정부가 노리는 것은 국경선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마약과 밀입국 시도를 멕시코 내부의 조직 분열을 통해 일정 정도 막거나 줄여보겠다는 것이고, 시도는 성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두목의 딸을 납치하는데 성공하고, 상대조직의 관할 지역에 그 딸을 안전하게 데려다 놓기만 하면 작전은 성공하는데, 멕시코에 들어서는 순간, 그들은 범죄조직에 고용된 경찰-자신들을 보호하려고 앞뒤로 따라오는 바로 그 경찰-에게 공격당한다. 전편에서도 멕시코의 부패한 경찰들이 범죄조직에 고용되어 하수인으로 행동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것은 멕시코가 여전히 부패가 만연한 나라임을 드러낸다. 멕시코로서는 매우 기분 나쁠 장면이지만, 이 장면이 결코 근거 없는 내용이 아니다. 가장 최근에도 멕시코 대통령도 멕시코 경찰이 부패해서 범죄가 증가한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이 영화에서 부패한 경찰이 범죄조직의 행동대원으로 미군 정보요원과 특수부대요원을 살해하려는 장면은 사실에 가까운 묘사다.
결국 멕시코 부패경찰의 공격으로 이들은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이때 함께 있던 여자아이(납치된 두목의 딸)가 도망치고, 알레한드로 혼자 여자아이를 찾아 나선다.
멕시코 국경에서 자살폭탄을 터뜨리고, 미국 쇼핑몰에서 자살폭탄을 터뜨린 범인들의 신원이 처음에는 멕시코에서 넘어온 밀입국자이자 이슬람 ISIS요원인 것으로 예상했던 미국정보부는 수사를 통해 이들이 중동에서 넘어온 것이 아니고, 미국시민권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국경에서 벌이고 있는 비밀작전계획을 철회하기로 결정한다. 여기에는 멕시코 쪽에서 벌어진 미군특수요원과 멕시코 부패경찰의 전투에서 멕시코 경찰이 수십 명 죽었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즉, 언론에서는 죽은 멕시코 경찰이 부패경찰이라는 내용은 나오지 않고, 오히려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온 미군특수부대와 교전하다 사망한 멕시코 경찰로만 나오기 때문에 여론에서는 미국 쪽이 불리한 상황이었다.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명령으로 처음 의도했던 작전을 철회되었고, 납치한 여자아이와 함께 있는 알레한드로를 살해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알레한드로는 국경으로 향하고, 맷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하지만, 맷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알레한드로는 여자아이와 함께 국경을 넘기로 작정한다.
전편에서 알레한드로의 아내와 아이들은 멕시코의 마약조직에 의해 살해당하는데, 알레한드로의 딸은 언어장애가 있어 수화를 했고, 이때 배운 수화가 영화에서 매우 중요하게 쓰인다. 알레한드로는 납치한 여자아이를 보면서 자기의 죽은 딸을 떠올린다. 딸과 여자아이는 비슷한 나이였고, 사랑스러웠다. 비록 범죄자의 딸이지만 그 아이는 아무 잘못이 없으니, 아이를 납치한 것은 그 아이에게 비치는 자신의 모습은 '범죄자'인 것이다. 이것은 중의적 의미를 내재하고 있으며,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서 있는 알레한드로의 처지를 잘 보여준다.
영화의 곁가지로 등장하는 멕시코의 밀입국 범죄조직 이야기는 나중에 알레한드로와 여자아이의 밀입국과 나중에 만나게 된다. 밀입국 과정에서 알레한드로의 정체가 발각되고, 사막으로 끌려가 총을 맞고 죽는다. 여자아이는 부모에게 돌려보내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는 범죄조직 사이의 힘의 균형과 갈등 구조가 내재되어 있어 매우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알레한드로를 버린 맷은 그를 죽이겠다는 상부의 명령을 거부하지만, 결국 자신이 직접 알레한드로를 처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고는 국경을 넘기로 결정한다. 맷은 알레한드로와 헤어질 때 GPS 발신기를 주었는데, 단순한 위치추적 뿐 아니라 위성으로 실시간 사진을 볼 수 있어 알레한드로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알레한드로는 밀입국 범죄조직원의 총에 맞아 죽고, 여자아이는 그들의 차에 실려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헬리콥터로 국경을 넘은 맷 일행은 여자아이가 탄 트럭을 습격해 트럭에 탄 조직원을 모두 살해하고, 여자아이를 구해 미국으로 돌아간다.
죽었던 알레한드로는 다시 살아나는데, 총알이 뺨을 관통하면서 치명상을 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1년의 시간이 지나고, 알레한드로는 자신을 쏜 소년을 찾아간다. 결국 영화에서 해결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두목의 딸을 납치했다고 해서 조직이 붕괴된 것도 아니고, 마약이나 밀입국자의 상황이 나아진 것도 아니다. 미국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멕시코와의 국경에 거대한 벽을 세우겠다고 발표했지만, 그 막대한 예산을 의회에서 승인하지 않을 거라는 건 트럼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결국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은 여전히 변한 것 없는 상황에서 소모전만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다음 편을 예고하는 듯 한데, 이제 겨우 스무살의 청년이 '시카리오'가 될 것인지를 다음 편에서 보여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때도 알레한드로는 그 청년을 도구로 써서 멕시코의 범죄조직을 어떻게 분열시키고 붕괴시킬 것인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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