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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출판/자유로운글

여성의 몸-주체적인가 성의 상품화인가

by 똥이아빠 2020. 2. 7.

여성의 몸-주체적인가 성의 상품화인가

 

결론을 내리고 쓰는 글이 아니라 애매할 수도 있겠지만, 이 주제는 나의 개인적인 과제이기도 하고, 많은 남성들이 겪는 애매함에 대한 일종의 '질문'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먼저,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현상을 몇 가지 살펴보자.

 

  • 여성 아이돌들의 의상은 거의 벌거벗은 상태다. 그들의 노출은 자발적인가? 아니라면 그런 노출에 대한 여성 아이돌의 생각은 어떨까?

  • 가수 비욘세의 '싱글 레이디' 동영상을 보면 노출이 심하다. 비욘세의 노출은 자발적인가? 아니라면 비욘세의 생각은 어떨까?

  • 심하게 노출이 된 옷을 입고 무대에 서는 여성 가수들을 바라보는 여성들의 생각은 어떨까? 어린 여성 아이돌이든, 비욘세 같은 세계적인 가수든 바라보는 여성들은 노출에 대한 시선이 불편한가? 아니면 당당하고 주체적이라고 생각하는가?

  • 왜 남자 가수, 연예인들은 무대에 오를 때 노출이 심한 옷을 입지 않는가? 여성들이 남자들의 노출을 싫어하기 때문에? 남성 가수나 연예인들이 그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 인터넷 방송-아프리카, 유튜브 등-에서 지나친 노출과 선정적 몸짓을 통해 남성 시청자들로부터 돈을 벌어들이는 행위는 주체적인가, 성의 상품화인가.

 

이런 논의를 하기 전에 전제해야 할 명제가 있다. 이미 사회적 합의가 끝나 여성에 대한 성착취가 분명한 사안들을 정리하고, 여성의 성착취와 성상품화를 분명하게 구분하는 것이다. ‘성상품화’도 넓은 의미에서 ‘성착취’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개인의 ‘성’이 ‘상품’으로 거래되는 것은 성(젠더)을 구분하지 않는다. 자본의 속성은 ‘이윤’에 있기 때문에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다.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범인 윤리와 도덕은 인류의 문명이 존속하기 위한 사회진화적 선택일 뿐, 체제의 이념과는 원리적으로, 합목적적 인과관계가 없다. 따라서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의 속성과 압력에 의해 개인의 선택은 자율성을 갖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강제된다. 

자본의 압력은 ‘노동자에게는 굶어 죽을 자유만 있을 뿐’이라는 명제로 확인할 수 있다. 자본주의는 노예제와 봉건제에서 묶여 있던 개인을 해방시킨 진보적 체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게 해방된 개인은 자신의 노동을 판매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자본-토지, 생산수단-을 보유하지 못한 개인(프롤레타리아, 룸펜프롤레타리아)은 자본의 통제 아래에서 노동-육체노동, 지식노동-을 제공하고 그 보상으로 임금을 받는다. 

같은 이유로, ‘성’을 판매하는 것도 ‘노동’을 판매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노동을 판매할 수 없거나, 노동하는 것보다 더 큰 보상을 받기 원할 때, 그것이 ‘성’이라면, 자신의 ‘성’을 판매하려는 개인이 등장한다. 성을 판매하는 성 판매자 가운데 특히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는 성을 구매하려는 구매자가 압도적으로 남성이기 때문이지만, 여성이 사회의 약자이고 소수자인 원인도 크다. 수요는 공급을 창출하고, 자본주의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남성우월주의, 남성가부장제가 자본주의와 결합하면서 남성에 의한 성착취가 절대 비중을 차지한다.

남성우월주의 사회가 여성의 성착취를 노골화하는 이유는 당연히 ‘불평등 구조’에 있다. 여성은 같은 조건에서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으며 일상적 불이익을 당한다. 여성과 남성이 사회적으로 평등한 위치에 있다면 여성의 성착취는 거의 사라질 것이다. 따라서 여성이 자신의 ‘성’을 판매하는 것은 자발적 행위가 아니라 구조적 불평등, 자본의 착취, 사회적 압력-생존 압력-때문인 것을 알 수 있다.

극히 일부, 여성이 자신의 ‘성’을 자발적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 역시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즉 건전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노동의 대가가 정당하고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할 때, ‘성’을 판매해서 얻는 수익이 훨씬 클 경우, 자발적으로 ‘성’을 판매하려는 여성이 나타난다. 이때 ‘자발성’은 개인의 자유의지가 아닌, 체제 속에서 생존의 위협을 느끼거나 더 큰 욕망을 채우기 위한 사회적 압력에 굴복해 자신을 강제한 결과이다.

그럼에도 여성이 자신의 몸이나 성을 상품화하는 것은 복합적 이유가 있다. 인간의 행위는 체제와 이념에 의해 규정되지만 개인의 욕망을 발현하는 것은 체제나 이념이 다룰 수 없는 심리적 기제가 작동하므로 단순하게 해석할 수 없다. '성 판매'와 다르게 '성 상품화'는 합법의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성을 매매하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성을 상품화하는 것은 규제하지 않는다. 자본은 이윤을 추구할 수 있다면 '성'은 물론 인간의 육체를 부위별로, 장기별로 구분해서 팔 정도로 상품화를 추구한다. 

성 상품화가 자본의 강제로 발생하는 것은 정치경제학으로 분석할 수 있지만, 인간의 자발적 심리가 개입하고 있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성을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면 평범한 노동자로 사는 것보다 더 빠르고 편하게 물질적 풍요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개인은 그것이 비록 체제의 압력이긴해도 그런 상황을 이용해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 노력한다. 즉 자발적 성 상품화를 하며, 성 상품화의 목적은 경제적 이익과 함께 대중에게 주목받고자 하는 인정 욕구가 발동한다. 

인간이 상대적으로 주체적 동물임은 분명하고, 개인의 욕구와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는 진화이론에 근거하며, 사회적으로는 인정욕구에 기인한다. 별다른 재능이 없어도 인터넷의 동영상 스트리밍을 통해 자신의 벗은 몸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보통의 노동자들이 노동을 해서 버는 재화보다 훨씬 큰 재화를 벌어들인다면, 그 유혹을 떨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여성의 성을 상품으로 바라보려는 남성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남성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대가로 재화를 교환한다는 정당한 거래라고 판단하면 성 상품화는 불법이 아닌데다 생산성이 높은 재화가 될 수 있다.

성 상품화에 자본이 개입하게 되면 개인의 재능을 결합한 형태로 성 상품화가 이뤄진다. 어린 여성을 여러 명 묶어 '아이돌'로 훈련시켜 시장에 내보낸다. 이때 '아이돌'은 자본의 상품이자 개인으로는 자신의 재능과 욕망을 발현하는 주체가 된다. 자본의 상품으로 '아이돌'은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대중 앞에 서서 노래와 춤을 춰야 하며, 팬덤이 형성되면 팬을 위한 서비스를 감당해야 한다. 상품으로의 '아이돌'과 개인의 존재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은 존재의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자신이 자본의 상품으로 재능과 성적 매력을 판매하고 있다고 자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대중의 인기를 얻어 '스타'가 되고, 사회적 지명도가 높아지면서 짧은 시간에 많은 재화를 축적할 수 있다는 욕망과 욕구의 충족이 개인의 내적 갈등을 억누르게 된다.

하지만 개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상품으로의 '아이돌'은 상품성의 순도에 따라 판매가 지속되거나 중단된다. 이런 판단은 오로지 자본의 의지에 따른 것이며, 자본의 의지는 '이윤'이라는 척도로 결정된다. 상품으로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는 순간, 대중의 인기를 얻었던 '아이돌'이라해도 대중 앞에 서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예전과 같은 재화를 가져갈 수 없게 된다. 개인의 재능과 노력에 따라 개별적으로 성공하는 '아이돌'이 있지만 이런 경우는 예외적이다.

성 상품화는 자본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른 원칙에 의해 거래되며, 성을 상품으로 내놓은 개인의 존재가 더 이상 상품으로 가치가 사라지면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다. 따라서 성의 상품화를 오래 지속시키기 위해 개인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고, 그것은 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성 상품화를 부추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