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씨는 정치 그만두시죠.
과거의 인연이 있어 험한 말은 하지 않으려 했지만, 요 며칠 페이스북에서 안철수 씨가 한 발언을 보면서, 안철수 씨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정치를 할 사람은 결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안철수 씨가 정치에 입문한 것도 자신의 오랜 고민이나 철학에 기반한 것이 아닌, 대중의 인기에 영합해 내린 결론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소위 '대통령 꿈'에 젖어 있던 안철수 씨는 오랜 시간 정치적 단련을 이겨내고 성공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 같은 깊은 내공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사회에서 IT 기업인으로 성공했고,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안철수 씨에 대한 인간적 호감이 대중에게 각인되어 있었고, 그것은 안철수 씨에게 큰 자산이었습니다. 그런 귀한 자산을 바탕으로, 한국의 부패하고 수준 낮은 정치계에 혁신의 바람을 일으킬 거라고 믿는 시민들의 바람을 안고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정치계에 발을 디딘 이후 안철수 씨가 보여준 행보는 기존 정치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난 행적에 관해서는 거두절미하고, 최근 며칠 사이에 안철수 씨가 발언한 내용만으로, 안철수 씨가 왜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없는가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지난 4월 9일, <포퓰리즘 반대 및 긴급재난구조 기조에 대한 특별성명문>을 발표했습니다. 성명문에서 안철수 씨는 세 가지를 주장했습니다. 1) 포퓰리즘을 배격하자, 2) 긴급재난지원금(기본소득) 대상을 제한하자, 3) 코로나19 이후를 위한 전략회의를 제안한다, 입니다.
포퓰리즘을 배격하자는 배경은 '재난지원금'을 국민 모두에게 빠짐없이 주자는 여당, 야당, 이재명 지사의 주장에 대한 반박입니다. 그러면서 재벌이나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에게 지원하는 것을 명백히 반대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원대상에서 '공무원, 공공기관 근로자, 교사, 직업군인, 안정적인 대기업 근로자'는 제외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제외하면 지급대상자가 2,750만 명이라고 했습니다.
안철수 씨. 이런 주장이 얼마나 심각하게 국민을 분열하고, 감정 상하고, 기분 나쁘게 만드는 말인지 혹시 진짜 모르는 건가요? 긴급재난기본소득을 차별 지급한다는 발상은 자본주의, 사회주의 같은 경제 체제의 문제나 민주주의, 독재 같은 정치 체제의 문제를 떠나 상식적으로도 옳지 않고, 국민의 감정을 대단히 불쾌하게 만드는 발언입니다. 안철수 씨 주위에 제대로 된 상식을 가진 참모도 없거나, 모두 안철수 씨가 주장한 것과 같은 생각을 하는 참모들만 있다면, 안철수 씨는 매우 불행한 정치인입니다.
한국 경제는 세계 10위권에 있고, 국가부채 역시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따라서 국민 한 사람마다 긴급재난기본소득으로 100만원을 지급해도 충분한 여력이 있습니다. 국민 모두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면 마치 나라가 망하는 것처럼 떠드는 사람들은 두 부류입니다. 1) 무조건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려는 멍청한 인간들, 2) 한국 경제의 수준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한 인간들이 그들입니다.
재난기본소득을 국민 모두에게 100만원씩 지급한 이후, 이것을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이내 모두 소진하도록 하고, 소득 수준에 따라 연말에 연말정산을 통해, 소득이 높은 사람에 대한 지원은 다시 세금으로 환수하면 됩니다. 매우 간단하고 편리한 방법으로 국가재정을 활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재난기본소득을 일부에게만 준다면, 그 대상을 분류하고, 조사하고, 지급하는 과정에서 매우 많은 인력과 비용이 발생합니다. 그보다 더 나쁜 것은 정부가 국민을 차별한다는 인식을 주게 되는 것입니다. 국민은 모두 국민의 4대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데, 왜 재난기본소득에서는 차별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기도 싫습니다.
오히려 안철수 씨에게 묻습니다. 왜 국민을 차별합니까? '공무원, 공공기관 근로자, 교사, 직업군인, 안정적인 대기업 근로자'를 제외하자는 그 발상의 이유는 단지 그들-모두 노동자들입니다-이 수입이 많기 때문인가요? 그렇다면 왜 건물주인, 의사, 변호사, 변리사 같은 고소득자에 관해서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습니까? 그들에게는 재난기본소득을 주어야 한다는 말인가요? 진짜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은 언급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노동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사람들을 재난기본소득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그 발언의 본심은, 지금의 어려운 상황에서 부자를 보호하고, 노동자에게 위기를 떠넘기는 매우 악랄한 자본가적 발상이라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안철수 씨는 경제에 관한 기본 개념도 없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도 가진자, 부자, 권력자의 시각으로 국민을 대하고 있으니, 만일 안철수 씨가 대통령이 되면, 정책을 펼 때도 부자, 권력자를 위한 정책을 펼 것이라는 예상을 당연히 하게 됩니다. 그래서 안철수 씨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어제(4월 10일) 안철수 씨는 '배달의 민족'이 갑자기 수수료를 정액제에서 일회당 5.8%로 대폭 올리겠다고 발표한 후, 여론과 언론, 이재명 지사의 발언 이후 자신들의 정책을 철회하겠다는 발표에 관해,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발언을 비판했습니다. 이재명 지사는 '배달의 민족'이 보인 독점의 횡포를 막기 위해 '배달 공공앱'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것을 두고 '시장의 영역을 침법하는 것이며 인기영합주의'라고 비판했습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시장만능 논리'는 자본주의자들이 늘 하는 말입니다.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는 식상하고 짜증날 정도죠. 안철수 씨에게 묻습니다. 예전에 미국에서 금융위기 사태가 터졌을 때, '시티뱅크'를 비롯해 미국 금융권에 무려 7천억 달러(770조원)의 자금을 미국정부가 미국시민이 낸 세금으로 지원한 건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한국에서도 지난 IMF 때, 정부에서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돈을 빌려 기업에 195억 달러(23조원)를 투입해 기업을 살린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 그건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갚아야 할 돈이었습니다.
자본주의자들이나 안철수 씨의 논리라면, 미국은 이미 공산주의 국가입니다. 자본주의자들은 경제가 순탄하고, 돈을 잘 벌 때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다가, 경제가 악화하고 자신들이 돈을 벌지 못하면 정부가 왜 시장에 개입하지 않으냐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즉,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절대 명제를 자기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이기적인 인간들이 바로 자본주의자들인 것입니다.
안철수 씨는 경제 정책에 관한 자기 중심이나 철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널리 알려진 자본주의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되풀이 하는 수준에 그치는 걸 보면, 안철수 씨는 경제를 이끌어야 할 대통령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됩니다.
이재명 지사가 말하는 '배달 공공앱'은 경기도가 직접 '배달 공공앱'을 개발하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재명 지사는 안철수 씨의 비판에 대해 자세하게 반론하고 있습니다. 그 반론 읽어보셨나요?
'경기도가 추진하는 공공배달앱은 경기도가 직접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아니고, 지역화폐망 등 공적 자산들을 활용하되 민간 기술과 경영노하우를 활용해 설립운영하므로 반시장적이라고 비난하거나 실패의 저주를 할 이유가 없고 또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공공앱은 군산의 배달의 명수가 자리잡아 가는 것처럼 100% 독점배달앱에 대항해 독점횡포를 저지하고 시장질서를 회복시키는 순기능을 할 것이고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정치에 발을 들인 이후, 안철수 씨가 하는 발언은 많은 사람들에게 조롱과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도 알고 있겠죠? 그럼에도 여전히 안철수 씨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 여론을 알 수 있는 여론조사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대통령 후보 지지도, 이번 총선에서 안철수 씨가 만든 '국민의당' 지지도를 보시면, 안철수 씨의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안철수 씨가 정치를 그만두고, 자선사업을 하거나, 아니면 그냥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 행복한 삶을 살기 바랍니다. 먹고 사는 문제에서 완전히 해방된 자본가이자 부르주아인 안철수 씨는, 정치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습니다. 아니면 빌 게이츠처럼 정치가 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봉사를 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안철수 씨도 정치를 하는 일부 국회의원처럼 친일매국노, 반역자가 되고 싶지는 않겠죠? 게다가 이명박이나 박근혜처럼 권력을 차지해 자기의 이익을 극대화하거나 무능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꼭둑각시가 되는 것도 원치 않으시죠? 그렇다면 지금 여기서 정치를 그만두는 것이 가장 올바른 태도입니다. 앞으로 안철수 씨가 계속 정치를 할수록 안철수 씨의 말과 행동은 비웃음과 비난을 받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정당지지도로 '국민의당'은 6%가 나왔습니다.(2020년 4월 10일 '미디어오늘 기사) 이 숫자라면 아마 비례 의원으로 2-3명 정도의 의원이 나올텐데, 앞으로 안철수 씨의 정치행보에 과연 도움이 될까요? 이런 참혹한 결과가 나온 것은 과연 누구 탓일까요? 더구나 비례대표 4번인 김근태는 말과 행동이 극단적이고 악랄한 인물인데, 이런 사람을 쓰겠다는 의도가 대체 무엇인지 묻습니다.
다음 대통령 후보로 지목되는 이낙연, 이재명, 황교안, 안철수(이상 한국갤럽 조사 순위)의 지지도는 이낙연 26%, 이재명 11%, 황교안 8%, 안철수 5%로 나왔습니다. 지금 지지도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언제든 역전할 수 있다고 믿으시나요? 그런 자기 확신이 나락의 구덩이로 들어가는 길이라는 것도 그러면 알고 계시겠지요?
안철수 씨는 행정 경험도 없고, 정치 경험도 없는 '문외한'입니다. 그런 점에서 황교안도 마찬가지죠. 적어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를 가졌다면, 정치와 행정에서 오래 경험을 하고, 공부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안철수 씨는 그런 공부를 할 기회가 없었죠. 그런데도 지금 대통령이 되겠다고 생각하는 건, 일하지 않고 열매만 따먹겠다는 욕심이며, 망상입니다.
과거 안철수연구소(안랩)에 있을 때, 안철수 씨는 행복했습니다. 적어도 제 눈에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정치에 입문한 이후, 안철수 씨는 눈빛이 달라졌고, 늘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자주 웃는 모습을 보던 저로서는 그런 안철수 씨의 모습이 몹시 낯설고 기이합니다. 왜 정치에 뛰어들어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안철수 씨는 자신을 희생해 국민의 삶에 기여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졌기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국민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해 꼭 정치를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사회와 국민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쓰는 것은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지금 국토달리기도 그저 쇼에 불과하다는 말을 들으실 걸로 압니다. '국민의당'도 후보를 내지 못하고, 정당비례후보만 낸 상태이고, 그것마저도 성과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대통령의 꿈은 이미 안철수 씨가 기간 보여준 행보만으로도 실패했습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깨끗하게 정치와 결별하고, 행복한 개인으로 돌아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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