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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유럽영화

켄 로치 - 미안해요, 리키

by 똥이아빠 2020.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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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로치 - 미안해요, 리키

 

영화 시작부터 마음이 불편하다. 이 불편한 이유는 어디에 있는 걸까. 아니, 우리는 그 이유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불편하다. 켄 로치 감독의 영화는 환타지가 아니다.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늘 약자이며, 가난하고, 억울한 사람들이다.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를 극악하게 착취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동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켄 로치 감독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지만, 단호하게 발언한다.

 

리키는 택배회사와 계약을 한다. 자영업자로 트럭도 자기 돈으로 구입해야 하고, 배달 책임도 져야 하지만, 일단 계약을 맺으면 마음대로 쉴 수도 없고, 하루 물량을 시간에 관계없이 배달해야 하며, 문제가 생기면 벌금과 벌점을 물어야 한다. 

가혹한 노동조건에서도 리키는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아내가 타던 차를 팔고, 할부로 택배용 트럭을 구입한다. 리키는 간단하게 업무 요령을 듣고, 곧바로 실전을 시작한다. 택배를 배달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좋은 고객도 있지만, 나쁜 고객도 있고, 작은 사건과 사고들이 끊이지 않는다.

 

택배, 운송노동자의 특수고용, 간접고용 문제는 한국에서도 심각하다. '선진국'이라는 영국에서는 노동조건이 한국보다 나을 줄 알았지만, 대처가 만든 '신자유주의' 체제 이후, 영국 노동자의 처지는 더욱 나빠졌고, 이런 노동조건과 노동자의 삶에 관해 켄 로치 감독은 꾸준히 작품을 만들고 있다.

리키는 택배노동자로 특수고용 노동자로 일하며, 그의 아내는 병원에서 도우미로 일하고 있다. 그의 아들은 고등학생인데, 학교 생활에 불만이 많고, 소소한 사고를 치고 다닌다. 딸은 중학생이고, 아빠 리키의 택배일을 도울만큼 속도 깊고 착한 아이다.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살고 있는 이 가족은 리키가 택배업을 시작하면서 생각지 못한 사건이 벌어진다. 지금 월세로 살고 있는 집에서 벗어나 '내 집'을 갖기 위해서는 리키가 하루 14시간씩 최소 2년을 일해야 한다. 그것도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어야 가능한 상황인데, 현실은 결코 녹녹치 않아서, 리키는 업무에서도, 집에서도 사건이 발생하면서 매우 곤란한 상황에 놓인다.

 

아들이 학교에서 사고를 치고 정학을 당하거나, 가게에서 물건을 훔쳐 경찰서에 있을 때도 리키는 택배 배달을 우선하는 회사 관리자의 단호한 태도 때문에 갈등한다. 경찰서에 가야 하는데, 아내는 차를 팔아서 갈 수 없고, 리키가 가야하는데, 시간을 비울 때마다 벌금과 벌점을 물어야 한다. 

가족들은 리키가 일하느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해서 불만이 생기고, 택배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라고 말하지만, 그나마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이 택배 일이고, 이미 택배 트럭까지 할부로 구입해 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족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 리키가 택배 일을 하던 과정에서 강도를 당한다. 그는 강도들에게 폭행당하고, 물건을 도둑 맞고, 스캐너도 망가진다. 도둑 맞은 물건은 보험이 되지만, 여권은 보험이 되지 않아 3천 유로를 리키가 배상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병원에서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집에 돌아온 리키는 다음날 새벽, 엉망이 된 몸으로 다시 일을 나간다. 가족들이 필사적으로 말리지만, 리키는 갚아야 할 빚이 많다고 말하며 트럭을 몰고 나간다.

 

리키는 집안의 가장으로,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다. 어떻게든 돈을 벌어 집을 월세에서 벗어나 번듯한 '내 집'을 갖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 무리를 해서라도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에 택배업을 선택했다.

택배노동자의 현실을 고발하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리키의 가족이 겪는 문제는 결국 '빈곤'의 문제이며, 불공평, 불평등한 사회 구조의 문제다. 리키와 그의 아내처럼 부지런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더 가난한 사회는 빈익빈, 부익부의 착취사회라는 것을 켄 로치 감독은 말하고 있다.

개인의 피와 땀으로 생존을 보장받아야 하는 사회는, 약자를 끊임없이 막장으로 몰아 넣는 사회이며, 약자들-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노인, 어린이-은 자립, 독립적으로 사회에 뿌리 내리기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가진 자들의 소모품으로 전락하거나, 소모품으로 쓰이다 죽을 운명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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