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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기록/집짓기 관리

집짓기를 말하다_009_고재로 벤치 만들기

by 똥이아빠 2022.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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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기를 말하다_009_고재로 벤치 만들기

 

2006년 초, 마을에서 방앗간을 헐었는데 그때 나온 나무를 앞집에서 사 두었다. 앞집은 남자 혼자 살고 있었는데, 그 역시 외지에서 들어 온 사람 같았다. 우리도 마을에 들어 온 지 얼마 되지 않을 때여서 먼저 들어와 살고 있는 그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다만 그의 집 마당에 고재가 쌓여 있고, 그것은 거의 방치되다시피 아무렇게나 놓여 있어서 머지않아 땔감으로 사라질 운명에 있었다. 나는 그 남자에게 고재를 팔라고 했다. 남자도 좋다고 했고, 얼마를 원하느냐고 했더니 6만원을 달라고 했다. 나는 돈을 지불하고 나무를 마당에 가져다 놓았다. 

5월달에 마당으로 가져 온 고재는 몇 달을 그 자리에 있었다. 당장 무엇에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재가 땔감으로 쓰이는 것이 안타까워 가져왔기에, 어떤 용도로 써야할 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몇 달 동안 이렇게 마당 한쪽에 방치하고 있다가, 그해 말이 되어서야 마당에 긴의자라도 만들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만 해도 가지고 있던 도구는 톱, 망치, 끌 정도였고, 목공 기술이 초보 수준이어서 멋진 벤치를 만든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 만들라고 하면 이때 만든 것보다는 조금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나름 최선을 다해 만든 벤치. 못을 거의 쓰지 않고, 나무를 파내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 만들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못을 써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나무 길이가 짧거나 비틀린 것들이 있어 원하는 길이 만큼 잘라 쓰지 못하는 한계도 있었고, 가능한 고재의 원래 모습을 유지하려 했기 때문에 사실 우리집의 디자인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양이 되고 말았다.

가능한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만들었던 마당의 벤치는 2006년 가을에 만들었고, 그후 몇 년 동안 잘 사용하다 나무가 삭아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집 한쪽 귀퉁이에 방치되었다가 최근 이웃에서 텃밭에 호박을 키우는 데, 다 삭은 나무라도 필요하다고 해서 텃밭으로 옮겨졌다.

자연이 그러하듯, 사람이 만든 물건도 일정한 수명이 있고, 그 수명을 다 하면 폐기되거나 다른 용도로 쓰이게 된다. 수명을 다한 나무는 주로 땔감으로 쓰이는데, 우리집에 들어왔던 고재는 집 바로 옆의 텃밭에서 호박을 키우는 용도로 쓰고 있으니, 아직도 현역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나에게 나무를 팔았던 앞집 남자는 어느날부터 보이지 않았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는 어떤 죄를 짓고 숨어 살다 경찰에 잡혔고, 교도소에 갇혔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이야기가 진짜인지 알 수 없으나, 혼자 살던 그 남자의 인상이 그리 좋지 않았던 것은 분명했다.

시골은 사람이 숨어 살기에 적당하지 않다. 오히려 범죄자들이 은닉하기 좋은 곳은 도시다. 도시는 익명성을 가지고 있고, 이웃에 관심을 두지 않으니 말이다. 사람이 옆집에서 죽어도 몇 달이나 알 지 못하며 지내지 않던가. 반면 시골은 비교적 개방되어 있어서 이웃에 어떤 사람이 살고 있는지 대개 알게 된다. 그것이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생각하면 불편하고, 이웃과 함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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