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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기록/집짓기 관리

014_집짓고 1년이 지나서

by 똥이아빠 2022.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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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_집짓고 1년이 지나서

 

2005년 8월에 입주했고, 살기 시작해 1년이 채 안된 2006년 5월의 집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시골에서 살던 경험이 없어서 모든 것이 어설프고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시골 내려오기 전에는 줄곧 아파트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내 집'이긴 했어도 '관리'를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아파트는 집이면서도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이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아파트를 선택하고, 아파트에 사는 걸 좋아한다. 우리는 아파트의 편리함을 버리고 시골의 단독주택을 선택했다. 그러면서도 단독주택에 살아 본 경험이 없어서 많은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새집 느낌이 난다. 노출콘크리트는 깨끗하고, 전면의 적삼목도 새것 그대로다. 집 주변에 잡다한 것들이 없어 단정하고 깨끗하다. 지금은 온갖 살림살이가 많아져서 집 주변이 지저분하다.

마당의 잔디도 1년이 채 안되어 아직 고르게 퍼지지 않은 상태. 얼마전 만든 테이블이 비교적 보기 좋은 상태로 마당에 놓여 있다. 여기서 가족, 친지, 이웃들과 밥을 먹었다. 마당에서는 불을 피워 고기를 구울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집을 짓고 초기에는 봄, 가을로 바베큐를 자주 해먹었다.

마당의 잔디가 아직 고르게 퍼지지 않은 상태. 잔디는 잘 성장했지만, 잔디 사이에 나오는 잡초를 뽑아주는 일은 매우 성가시고 귀찮은 일이다. 우리집 마당은 시간이 지나면서 무성해지고, 잡초도 함께 자랐다.

집과 마당 사이의 데크. 15년이 지날 때쯤 이 데크 한 개가 삭아서 부서졌다. 방부목이 아닌, 일반 구조목으로 데크를 만들었는데, 15년을 버틴 것도 꽤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도 전체를 다시 교체하는 공사를 곧 할 계획이다.

마당 가장자리에 심은 나무들이 아직 어려서 파릇파릇할 때. 지금, 17년이 흐르고, 나무들은 잘 성장해서 커다란 나무가 되었고, 열매를 맺는 나무들은 해마다 열매를 맺고 있다.

마당 가장자리를 빙 둘러 주목을 심었는데, 나중에 데크 공사를 할 때, 심었던 주목을 모두 뽑아야 했다. 현관 앞에 데크를 놓을 생각은 처음에는 하지 못했고, 몇 년 지나서야 데크를 놓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모두 잔디가 너무 무성하게 자라고, 잡초까지 자라면서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현관 앞. 노출콘크리트 벽면이 새것이다. 1년이 지났을 때도 이렇게 깨끗하다는 건, 시골의 공기가 좋다는 뜻이다. 현관 앞에 계단도 나 혼자 공사를 다시 한 것인데, 나중에 이 계단의 가장 높은 곳을 기준으로 데크를 놓게 된다. 17년이 지나서 조금 낡긴 했지만, 지금도 이 모습 그대로다.

직사각형의 가장 단순한 형태로 지은 집. 집을 지을 때, 이웃 주민들이 오가면서 창고 같다, 연립주택이냐, 짓다 말았냐 등등 재미있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우리가 집을 지을 때인 2004년만 해도 서종면 전체에 노출콘크리트로 지은 집이 한두 채였다. 내가 사는 마을에는 노출콘크리트로 지은 집이 없었고, 몇 년이 지나서 한 채가 들어섰지만, 그 건물은 하자가 심하고, 마을 외진 곳에 있어서 거의 언급이 안 되었다.

우리집은 마을 한가운데에 있고, 주민들이 자주 오가는 곳이어서 눈에 잘 띈다. 마을 어르신들 눈에는 이렇게 지은 집이 '짓다 만 집'처럼 보이나보다. 겉에는 콘크리트가 그냥 있고, 나무쪼가리 몇 개 붙여 놓은 집인데, 안으로 들어와서 보면 모두들 놀란다. 밖과 안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기준으로는 안과 밖이 똑같다.

새집이 나이들면 사람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도 젊어서는 파릇파릇하고, 생기가 넘치지만, 나이들면 육체는 낡아가고, 생기가 사라진다. 대신 원숙하고 무게가 생긴다. 집도 15년이 지나니 조금 낡은 모습이 보이고, 원숙한 느낌이 든다. 우리집 근처에 비슷한 시기에 지은 다른 집들과 비교하면, 노출콘크리트로 지은 우리집은 오히려 외모의 변화가 덜하다. 단순한 재료와 단순한 디자인이어서 변화하는 속도도 느리다는 생각이다.

마당 가장자리. 주목을 모두 돌아가며 심었지만, 나중에 모두 뽑아서 다른 사람을 주었다. 오른쪽 가장자리에는 철쭉을 심었다.

마당 끝에서 본 풍경. 붉은 단풍나무는 지금도 잘 자라고, 앵두나무도 엄청 커졌지만, 열매는 거의 맺지 않는다. 주목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담장 노릇을 하고 있다.

오른쪽에 있는 나무들은 대부분 지금도 잘 자라서 커다란 나무가 되었다. 나무는 처음에는 잘 자라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몇 년 지나면 눈에 띄게 성장하는 모습이 놀랍다. 시골에 집을 짓고 나무를 여러 그루 심으면서 가장 기분이 좋았는데, 내가 살면서 자연을 망가뜨리고, 온갖 오염물질을 내놓은 것에 대한 아주 작은 보상을 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무를 심는 것은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빚갚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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