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활의 기록/집짓기 관리

020_주택 전기관리, 차단기 교체

by 똥이아빠 2022. 11. 21.
728x90

020_주택 전기관리, 차단기 교체

 

이번 여름은 몹시 덥다. 7월 한달이 거의 폭염이고, 절반 이상 폭염주의보, 폭염경보가 내릴 정도로 높은 온도가 계속되고 있다. 비는 거의 내리지 않고, 한낮 온도가 35도에서 39도까지 올라가니 햇빛 아래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몸이 익는 느낌이다.

이렇게 더울 때는 에어컨이 필수다. 에어컨을 켜면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하는데, 그렇더라도 우선 사람이 살고 볼 일이다. 도시에 살면 가까운 카페나 백화점 같은 곳에 가서 더위를 피한다고 하지만, 시골에 살다보니 근처에 더위를 피해 갈만한 곳이 없다. 

더구나 요즘은 '코로나19' 비상 상황이어서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는 가지 않는 것이 좋고, 가능한 서로 떨어져 지내는 것이 바람직해서, 더위를 피해 어디로 가는 것도 조심스럽다.

 

집에서 주로 일하는 우리 가족은 집이 곧 사무실이고, 작업실이며, 카페이기도 하다. '집짓기를 말하다'를 계속 읽으신 분이라면, 내가 시골에 집짓고 살고 있다는 걸 알 것이다. 시골에 살면서도 불편하지 않은 것은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고, 택배가 오기 때문이다.

우리집은 처음에 에어컨이 없었다. 내가 에어컨을 설치하지 말자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여름이 길어야 8월 한달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실제 그렇게 몇 년을 살았다. 한 5, 6년 정도 에어컨 없이 살다보니 한여름에는 집안 온도가 바깥 온도와 똑같이 올라가는 걸 보면서, 우리 가족도 가족이지만, 손님이라도 오면 더워서 견디기 힘들 것만 같았다.

그래서 2010년에 거실에 에어컨을 한 대 설치했다. 막상 에어컨을 설치하니 1년에 적게는 두세 번, 많아야 대여섯 번 정도 켜고 말아서 에어컨을 자주, 많이 쓰지 않았다. 그건 다행이고, 좋은 일이었다.

 

에어컨을 설치하던 해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래서 어머니 제사를 지내는 날이 7월 중순에서 말 사이쯤 항상 있는데, 몹시 더운 날 제사를 지내야 했다. '코로나19'가 오기 전에는 동생네 가족이 와서 음식을 함께 준비했는데, 자연스럽게 에어컨을 켰다.

그리고 주방에서 음식을 하는데, 주방에서 사용하는 전열기는 '인덕션'이다. 집을 지을 때부터 가스를 고려하지 않았다. 시골 마을에는 거의 대부분 LPG 가스를 충전해서 사용하는데, 우리집은 전기를 사용하기로 계획했고, 지금도 그 결정은 잘 했다고 생각한다. '인덕션'을 사용하면 전기요금이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텐데, 물론 가스보다는 많이 나오지만, 놀랄 정도로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여튼, 에어컨을 켜고 인덕션 화구를 두 개, 세 개 정도를 쓰면 갑자기 전기배전판에 있는 차단기가 내려가면서 집안의 모든 전기가 끊기는 현상이 발생했다. 

 

우리집은 단독주택이면서 주택용 전력을 5kw로 계약해서 쓰고 있다. 보통 단독주택의 전기 용량은 3kw라고 한다. 우리는 전기를 많이 사용할 것을 미리 생각해서 한전에 전기 사용량을 늘려서 계약했는데, 에어컨과 인덕션을 동시에 사용하면 전력량이 딸려서 차단기가 내려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10년을 살았다. 해마다 여름이면 한 번 정도 겪는 불편이어서 잠깐 고생하면 그 다음에는 전기차단기가 내려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 2020년에 다시 에어컨을 한 대 더 설치해야 할 일이 생겼다. 2010년에 설치한 에어컨은 '위니아'였고, '인버터' 기능이 없는, 단순한 에어컨이었다면, 2020년에 설치한 에어컨은 LG 에어컨으로 '인버터' 기능이 있는 에어컨이었다.

에어컨을 설치하고 두 대를 동시에 사용한 적이 없었는데, 올해(2021년) 처음 동시에 사용할 일이 생겼다. 에어컨이 전기를 많이 사용한다는 건 상식으로 알고 있어서, 에어컨을 켤 때는 다른 전자제품을 가능한 사용하지 않고, 전기를 적게 쓰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몇 가지 우연이 겹쳐서 결정적인 상황을 맞이했다.

 

7월 말이 되면서 폭염은 더욱 심해지고, 한낮 온도가 39도까지 올라가면서 실내온도도 34도를 가리켰다. '코로나19' 긴급 상황으로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우리 가족들은 이제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숨을 쉬기 어려운 심각한 무더위 상황에 노출되기 직전이었다.

어쩔 수 없이 에어컨 두 대를 모두 작동했고, 그 사이에 드럼세탁기를 돌렸고, 인덕션 화구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자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집안의 메인 전원차단기가 내려갔고, 집은 정전이 되었다. 심각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아, 그 전에 며칠 동안 에어컨 한 대(위니아)가 고장 나서 멈춰 있었다. 고장의 원인은 센서 이상이었는데, 서비스 신청을 했지만 수리기사가 방문할 수 있는 건 8월이나 되야 겨우 가능하다고 했다. 몹시 더운 날이 계속되었지만, 무더위 속에서 아내는 재택근무를 했고, 더워서 꽤 고생을 했다.

에어컨 수리하는 사설업자를 수소문했지만 지금(7월 중순)은 기술자들이 눈코 뜰새 없이 바빠서 시골에 있는 우리집까지 방문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고, 아주 운 좋게, 연락이 닿은 사설업자 한 분이 예상보다 빨리 방문해서 센서를 교체해 주었다. 그렇게 고장난 에어컨을 고칠 수 있었다.

 

우리집에 전기 설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집을 지을 때부터였다. 다른 공사는 모두 큰 문제 없었는데, 유독 전기공사만은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내가 전기를 전혀 모를 때여서 나서서 지적을 할 수 없었는데, 나중에 집관리를 하느라 공부를 하면서 전기공사가 조금 부실했다는 걸 확인했다.

 

당장 벌어진 긴급한 상황을 해결하려고, 내가 아는 인맥을 동원해 여기저기 전기기술자를 찾았고, 친한 친구의 소개로 전기업자가 우리집을 찾아왔다. 내가 당장 해결하고 싶었던 건 두 가지였다.

1) 에어컨 전용 컨센트를 찾아서 전원을 연결하고 싶다.

2) 마당에 있는 정원등의 전원이 고장나서 고치고 싶다.

이 두 가지만 해결해도 당장 이번 여름은 그럭저럭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이야기를 들은 전기사장님은 집안의 전기 상황을 점검했다. 우리집은 2층 건물로, 전기배전판이 1층용, 2층용으로 나뉘어 있다. 그런데 거의 모든 전자제품은 2층에 몰려 있다. 2층에 거실, 주방, 서재가 있어서 에어컨 두 대도 2층에 있고, 냉장고, 김치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 전자렌지, 인덕션 같은 전기를 많이 쓰는 전자제품이 모두 2층에 있으니 아무래도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많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렸다. 우리집 계약전력이 5kw라고 알려주자 전기사장님은 절대 전력량으로는 부족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기배전판을 살피더니 차단기 용량이 전부 적은 것들이어서 전기를 조금만 써도 차단기가 내려가는 거라고 말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전기를 내부로 들여보내는 집 바깥의 주배전판이 있는데, 거기 설치되어 있는 차단기도 30A 짜리였다. 즉, 처음부터 용량이 작은 차단기를 설치한 것이 원인이었다.

위 이미지는 처음 집을 지을 때 설치한 배전판의 전기차단기 모습이다. 왼쪽 주차단기의 용량이 30A(암페어)짜리고, 오른쪽 네 개가 모두 각각 20A짜리가 설치되어 있었다. 문제의 원인을 알고 생각해보니, 집을 지을 때 전기업자는 우리집의 계약전력을 3kw로 생각하고,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전기차단기를 설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집을 방문한 전기사장님은 전기차단기 용량을 큰 것으로 바꿔보자고 제안했다. 나 역시 그 방법이 첫번째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해서 동의했다. 전기사장님은 양평읍내로 나가 차단기를 새로 구입해 왔다.

 

위 이미지는 새로 설치한 배전판의 전기차단기 모습이다. 왼쪽 주차단기의 용량이 50A짜리고, 오른쪽 네 개가 모두 각각 30A짜리로 설치했다. 이렇게 차단기만 교체한 다음, 집안에 있는 가전제품을 가능한 다 가동시켰다. 에어컨 두 대를 켜고, 세탁기를 돌리고, 인덕션 화구도 하나를 켰다. 그렇게 잠깐 지켜봤을 때 아무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전기사장님이 돌아가고나서도 세탁기는 계속 돌아갔고, 에어컨 두 대도 하루 종일 켰지만, 차단기가 내려가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 인덕션도 쓰고, 1층에서는 컴퓨터와 선풍기도 사용하고 있었다. 결국 전기차단기의 용량이 작은 것 때문에 가전제품을 충분히 쓰지 못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집을 짓고 17년 가까이 살면서 전기 때문에 간간이 불편을 겪으면서도 심각성을 모르다가, 이번 여름의 폭염과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등으로 환경이 바뀌면서 전기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자, 우리집 전기 설비의 문제를 발견하게 되었다.

마당의 정원등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것은 간단하게 해결했다. 집 바깥에 있는 주배전판에 정원등 전용 차단기가 내려가 있었던 것이다. 이것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것인데, 정원등 전용 차단기가 주배전판에 있다는 걸 아무도 알려준 사람이 없었고, 나 역시 물어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번에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좀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문명사회에서 전기는 물과 공기처럼 절대 요소다. 더구나 이렇게 더운 여름에 재택근무를 하면서, 에어컨을 켤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몹시 고통스럽다. 다행히 우리집은 에어컨 수리, 전기차단기 교체 등을 빠르게 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다. 아파트에 산다면 이런 고생은 하지 않을지 모른다. 단독주택에 살다보니 집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고, 돈도 들어간다. 그럼에도 새로운 것들을 하나씩 배우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즐기는 마음가짐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