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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다/밖에서 먹다

절에서 먹은 동지팥죽

by 똥이아빠 2022.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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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1

동짓날이라 마을 근처에 있는 절(청정암)에 올라갔다.

나는 '불교도'는 아니지만, 어머니 생전에 석가탄신일이나 동짓날이 되면 빠지지 않고 절에 가셔서 내가 모셔다 드리곤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이 암자의 스님께서 어머니를 위해 불공을 드려주셨고, 암자 뒷산에 어머니의 뼛가루를 묻었으니, 이런 날 올라가는 것이 당연하리라.

올라가자, 보살님이 묵을 잘라 주신다. 노보살님이 만들어 오셨단다. 시중에서 파는 가짜 묵하고는 맛이 다르다. 찰기도, 맛도 오랜만에 먹어보는 진짜 도토리묵이다.

 

가마솥을 걸고 동지팥죽을 끓이는 모습. 팥물이 가라앉지 않게 계속 저어주어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법회를 하기 전부터 팥죽을 끓이는 보살님들께서 고생하셨다.

 

다 만든 팥죽. 가마솥 가득하게 세 솥을 끓여냈다. 어머니 계실 때부터 해마다 동짓날은 빠지지 않고 법회에 참석하는 이유가 사실은, 이 맛있는 팥죽을 먹기 위함이다. '염불보다 잿밥'이라는 말도 있듯이, 다른 어느 곳에서 먹는 팥죽보다 여기 '청정암'에서 먹는 팥죽은 특별히 맛있다.

내가 팥죽을 특히 좋아하기도 하지만, 일년에 한 번 먹을 수 있는 특별식이기도 하다. 면에 가면 팥죽으로 유명한 음식점이 있기도 하지만, 절에서 먹는 팥죽보다는 맛이 덜하다.

 

오늘 절에 오신 신도들께 팥죽을 나눠드리기 위해 봉투에 담고 있다. 봉투 하나에 세 명 정도는 먹을 수 있는 넉넉한 양이 들어간다. 나도 팥죽을 먹고 봉투 두 개를 얻어 왔다. 븡이군도 맛있게 먹었다. 저녁에도 팥죽을 먹었는데, 세 식구가 김장김치 하나만 놓고도 맛있게 먹었다. 역시 동짓날에는 팥죽이 최고다.

 

절에서 받은 팥죽 상. 동치미와 김장김치가 맛있다. 한 그릇은 뚝딱 비웠다. 어머니가 계셨다면 세 그릇은 먹었을텐데, 혼자 올라가서 먹으려니 쑥스럽기도 하고, 멋적어서 한 그릇만 먹고 내려왔다.

바깥에는 눈이 내리고, 이제 가장 깊은 겨울을 지나고 있으니, 살다보면 좋은 날도 오리라 믿는다. 그런 희망과 믿음이 없다면, 이 참담한 세월을 어떻게 견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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