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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유럽영화

북한을 다룬 세 편의 다큐멘터리

by 똥이아빠 2023.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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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다룬 세 편의 다큐멘터리
 
'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 '헬로우, 평양', '태양 아래'
세 편의 다큐멘터리는 북한 실제 모습을 보여준다. 각각의 다큐멘터리는 전혀 다른 의도로 만들었으며, 외부인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과 북한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이 의도이든, 조작이든, 자연스런 행동이든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었다는 점이다.
우리가 볼 때, 세 편 모두 부자연스럽고 어색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지만, 화면을 통해 보여지는 북한의 실상을 통해 그들의 생활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는 호주에 사는 안나가 북한을 방문해 북한 영화인들에게 영화 만드는 과정을 배우는 내용이다. 안나는 다국적기업이 탄층가스 개발로 지역 주민의 건강과 환경을 해치고 있다고 판단하고, 탄층가스 개발에 반대하는 영상을 만들 생각을 한다.
안나는 선전선동 예술의 최고는 '북한'이라고 보고 북한으로 가서 북한의 영화 기법을 배우기로 한다. 안나가 북한을 떠올린건 그의 아버지가 1988년 '88서울올림픽' 때 주한 호주대사로 근무했고, 안나는 아버지의 근무지를 따라 한국을 비롯 여러 아시아 나라를 다녀 아시아에 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세 가지 서로 다른 현실을 보여주면서, 마지막에 단편 영화를 통해 앞에서 보여준 세 가지 다른 현실을 하나로 통합한다. 코믹하면서도 편견 없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이 유쾌하고, 사회주의 프로파간다를 지역 사회의 환경운동에 도입하려는 엉뚱하면서도 신선한 발상이 돋보인다.
안나는 북한 영화인을 찾아가 현재 호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국적기업의 자본이 주민의 건강과 환경을 해치고 있는 상황을 말하고, 탄층가스 개발에 반대하는 영상을 북한의 영화 제작기법에 따라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북한 영화를 만드는 장면이 나오는데, 감독의 권력이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하고, 감독의 태도가 매우 폭력적인 걸 볼 수 있다. 북한 사회는 모두가 평등한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 북한은 봉건사회주의, 봉건공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퇴행하고 있다.
북한에서 남녀 평등은 구호로만 드러날 뿐, 남성우월주의, 가부장제 체제를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다. 북한 남성들이 여성을 대하는 태도는 차별적이며, 봉건적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 감독이 배우를 대하는 태도는 군대의 계급처럼, 권력 관계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배우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얼차려'를 주는 장면은 북한 사회가 내부적으로 뚜렷하게 권력 관계로 엮여있다고 짐작하게 만든다.
영화인들의 태도는 부드럽지만, 우리가 볼 때는 어딘가 모르게 경직되고 어색해 보인다. 그건 그들이 '주체사상'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사로 잡혀 늘 서로를 감시하고, 감시당하는 사회 속에서 개인의 속내를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의심하게 만든다.
 
'헬로우, 평양'은 독일인이 관광을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해 북한 당국에 알리지 않고 북한 사회를 동영상으로 촬영한 다큐멘터리다. 북한 당국의 협조 없이, 불법으로 동영상을 찍었으니 감시와 검열에서는 자유롭지만, 그들(독일인)이 북한에서 방문하는 곳은 여전히 제한이 많아서, 북한 주민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담기는 어려웠다.
이들 독일인은 2013년과 2017년, 두 번 방문하는데, 2013년 풍경과 2017년 풍경은 사뭇 다르다. 2013년이 한국의 70년대 풍경이었다면 2017년 90년대 풍경처럼 보였다. 불과 몇 년 사이의 변화지만, 북한은 평양을 중심으로 나름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안내인들과 사이 좋게 지내며 조금은 불편할 수 있는 질문도 던진다. 북한 사람들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과 관련해서 그들의 '신성성'을 건드리는 질문이나 대화는 회피한다. 북한 주민들에게 주체사상과 김일성 이후 김씨 세습 독재는 '영도력'에 따른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세뇌되고,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걸 두려워한다.
2017년 방문 때는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데, 이때에도 북한 당국에서 제시한 유명 방문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나온다. 북한 당국은 외국인들에게 북한 체제의 우월성, 정당성을 알리려는 목적으로 김씨 일가의 우상화를 선전한다.
 
'태양 아래'는 비탈리 만스키 감독이 북한, 러시아 등의 나라에서 지원받아 북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만들기 시작한 다큐멘터리였지만, 북한 당국이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조작, 왜곡하는 실상을 보면서, 오히려 북한의 부정적인 면을 드러내는 작품이 되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보는 내내 불편하고 역겹다. 북한 당국은 체제 선전을 위해 작위적인 장면을 만드는데, 여기 등장하는 북한 주민들의 표정은 몹시 어색하고,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북한 권력 집단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노심초사, 불안하고 공포에 떨고 있는가를 이 다큐멘터리는 잘 보여준다. 끊임없이 주체사상과 사회주의 이념, 북한 권력자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도록 만들고, 주민들이 서로 감시하고, 경직된 이데올로기를 기준으로 삶의 태도를 유지해야 하는, '이념적 인간'을 만들려는건, 그들이 주장하는 '인간 해방'과는 한참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면을 찾아보자면, 북한 주민들의 소박함과 진실한 태도는 한국(남한)의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세 편의 영화를 보면서, 북한을 무조건 적대하는 건 어리석은 태도라고 생각했다. 북한 주민들은 한국(남한)과 사이좋게 지내기를 바란다. 남북한 권력자들은 서로를 적대하면서 공생하고 있고, 그건 각자의 권력을 유지하기에 바람직하기 때문이며, 남북한 분단 상황을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
남북한의 평범한 국민은 서로 왕래하고, 적대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전쟁 이후 분단된 상태로 살았지만 5천년을 함께 살아온 한민족이고, 지금도 한가족 혈육이 남북한에 떨어져 사는 비극을 겪고 있다.
분단 상황을 유지하려는 개인이나 집단은 우리 민족의 미래를 망치려는 반민족주의자들이다. 북한을 궤멸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통일을 결사 반대하는 주장도, 우리 민족의 가능성과 평화통일, 자유 왕래 나아가 한민족으로 살아가는 당연한 결과를 무시하고, 외면하는 어리석은 주장이다.
남북한의 분단은 특히 일본이 가장 바라는 상황이며, 일본은 한반도를 강점하던 제국주의 시대에 대한 향수가 짙게 남아 있는 국가다. 일본은 호시탐탐 한국을 침략하고, 아시아까지 침략해 중국과 맞먹는 제국을 만드는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한국의 친일매국노들은 주적을 '북한'이라고 하지만, 내가 볼 때, 한국의 주적은 '일본'이다. 북한은 휴전선을 맞대고 여전히 긴장 관계에 있지만, 북한은 우리가 오고가야 할 우리 땅이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도 우리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할 한민족이다.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 못하는 친일매국노들이 나라를 망치는 꼴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답답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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