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을 하다/국내여행을 하다

3박4일 진도 여행 - 01

by 똥이아빠 2024. 5. 5.
728x90

아이가 어릴 때는 여행을 자주 다녔다. 주말 나들이도 매주 토요일마다 에버랜드를 비롯해 미술관, 박물관, 공원 등 하루 나들이를 했고, 2박3일로 국내 여행도 자주 했었다. 그때는 도시의 아파트에 살았고, 아이가 어려서 집에만 있기에는 답답했다. 그러다 시골로 이주하고, 아이는 시골 초등학교에서 마음껏 뛰어 놀며 자랐고,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더 이상 국내 여행을 다니지 않게 되었다.

약 20여 년 정도 - 그 사이 아주 드물게 국내 여행을 하긴 했다 - 마음 먹고 여행을 한 기억은 없는데, 그건 우리가 이미 어지간한 여행지는 다 다녀봤다는 생각도 있고, 우리가 사는 시골이 다른 어느 지역을 여행하는 것 만큼이나 좋다고 느끼기 때문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회사에 출퇴근 하는 아내가 여행을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

하지만, 가끔 유튜브로 보는 전국의 여행지는 그 사이 많이 달라졌고, 발전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지만,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고, 국민의 노력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한국 경제는 2000년 이후 꾸준히 성장하고, 세계 경제 선진국이 미국을 비롯해 유럽의 나라까지 약 15개 나라라고 한다면, 우리는 그 바로 아래까지 성장한 중진국으로, 곧 선진국 반열에 오를 만큼 경제가 성장했다.

이런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민의 삶이 나아지고, 먹고, 입는 것부터 시작해 문화와 예술이 발전하고 여행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었다. 특히 해외 여행을 하는 사람이 빠르게 늘고, 해외 여행은 온국민이 자연스럽게 개인이든, 단체든 여러 번 다녀 올 정도로 흔한 여행 상품이 되었다.

우리 가족은 지난 20여 년 동안, 가족이 있는 미국에 다녀 온 경험 말고, 일부러 해외 여행을 한 건 딱 한 번, 유럽에 다녀온 게 전부다. 그 흔한 일본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여행도 하지 않았고, 국내 여행도 한 손가락에 꼽을 만큼 적게 다녔는데, 경제적 이유보다는, 여행을 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발현하지 않았다고 봐야겠다.

 

2024년은 우리 가족에게 특별한 한 해다. 아내가 회갑을 맞았고, 37년 재직한 회사에서 정년 퇴직을 한다. 평범한 사람은 예순 살을 기점으로 그 전의 삶과 이후의 삶이 달라진다. 회사에 다니던 사람들 대부분 예순 살을 전후로 정년 퇴직, 명예 퇴직을 하고,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한다.

몇 십 년을 회사에 다니면서 월급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생활이 국민 대부분의 삶이기에, 명예 퇴직이나 정년 퇴직은 그런 생활이 끝나고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아내 생일을 전후해 공휴일이 끼어 있어 오랜만에 가족 여행을 하자고 결정했고, 이견 없이 진도를 선택했다.

그동안 국내 유명한 여행지는 대개 다녀봤지만 섬은 거의 다니지 못했다. 지금껏 울릉도도 가 본 적 없는데, 남도의 크고 작은 섬들 가운데 진도나 완도를 가 본 기억이 없다. 지금은 진도나 완도를 잇는 다리가 놓여 섬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지만,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해서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

섬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사는 곳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진도는 거리가 멀다. 아래 지도에서 보듯, 남쪽의 가장 끝에 있어서 이동하는 시간만 여섯 시간이라 부담이 된다. 그래서 특히 짧은 기간 여행은 엄두를 내기 어렵고, 일부러 마음 먹고 와야 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마침 진도에 리조트가 생겼고, 그곳을 예약할 수 있어서 마음 먹고 3박4일 진도 여행을 결정했다. 이번 여행은 계획을 세우지 않고, 가장 편하고, 자유롭게 진도에서 보내다 오는 걸로 생각했다. 미리 계획을 세우면 그 일정에 묶여 움직여야 하는 부담이 있기에, 미리 여행 계획을 만들지 않았다.

오전10시쯤 느긋하게 집에서 출발해 고속도로 휴게소 두 곳을 들렀다 진도에 도착하니 오후 5시가 조금 넘었다. 아래 지도는 우리집에서 진도 '쏠비치 진도'까지의 경로인데, 거의 직선으로 움직인 걸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고속도로는 거미줄처럼 촘촘하고 상태가 좋아서 운전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내려가는 길에 '음성휴게소'에 들렀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휴게소로, 우리가 들렀을 때 사람이 많지 않았다. 5월 1일 노동절이라 휴일이어서 이동하는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고속도로와 휴게소는 한가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는 음식은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휴게소 대표 음식은 '우동'이지만 요즘은 라면도 많이 먹어서 우리는 우동과 라면을 주문해 간단하게 아침 겸 점심으로 먹었다.

우리 동네에는 두 개의 고속도로가 지나가는데, 남쪽으로 내려오려면, 최근 개통한 중부내륙고속도로 구간이 적당하다. 인터체인지가 집에서 약 10분 거리에 있고, 그곳에서 고속도로를 올라 타면, 광주광역시 바로 아래까지 거의 직선으로 달릴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두물머리IC - 중부내륙고속도로 - 여주JC - 호법JC - 중부고속도로 - 회덕JC - 호남고속도로 - 광주외곽순환 고속도로 - 무안광주 고속도로 - 서해안 고속도로로 연결되는 진도 가는 길은 운전하기 편안하고 좋은 길이었다.

오후 늦게 '쏠비치 진도'에 도착해서 체크인 하고, 저녁 먹기 전에 쏠비치 안을 한바퀴 걸었다. 우리가 묵은 방은 '타워C'였는데, 여기서 아래 사진처럼 쏠비치 전경과 바다까지 잘 보이는 풍경이 펼쳐졌다. 건물 뒤로 보이는 작은 섬은 육지에서 약 2km 떨어진 곳에 있는 '무저도'다.

가장 남쪽, 진도에서도 남쪽 끄트머리에 '쏠비치 진도'를 만들 생각을 한 게 신기했다. 풍경은 워낙 뛰어난 곳이니 매력이 있지만, 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 경기에서 보면 약 6시간이 걸리는 먼 곳인데, 이런 곳에 이렇게 웅장하고 멋진 건물을 크게 세워 리조트를 만들 계획을 하는 건 또 다른 문제이며, 이런 계획을 하고, 실행을 한 회사가 대단해 보였다.

건물 오른쪽으로 쏠비치 진도와 이어지는 섬이 보이는데, 하루 두 번 바닷물이 갈라져 '소삼도'와 육지로 연결된다. 이 장면을 직접 보고, 걸어서 '소삼도'까지 다녀왔는데, 이곳이 '작은 기적의 바닷물길'이라면, 여기서 조금 떨어진 '회동마을'에 진짜 '신비의 바닷길'이 있다. 다만 이곳은 3월에만 세 번 바다가 열리는 곳이어서 이때가 아니면 신비로운 장면을 볼 수 없다. 그래도 이곳은 한번쯤 들러볼 가치가 있는 곳이다.

우리는 조금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다. '쏠비치 진도' 바깥으로 나가서 먹어도 되지만, 온종일 운전하고 내려오느라 피곤하고, 간단하게 먹자고 해서 '쏠비치 진도' 지하에 있는 식당에서 물회와 회덮밥을 먹었다.

물회에는 국수가 기본으로 들어있는데, 우리는 밥도 주문해서 같이 말아 먹었다. 새콤칼칼한 국물이 좋았고, 국물이 약간 짠듯하면 물을 조금 넣어서 먹어도 된다. 밥을 말아도 좋고, 국수를 말아도 좋은 음식이다. 나중에 회덮밥을 비벼 물회에 넣어 먹으니 더 맛있었다.

저녁을 먹고, 바로 옆 건물에 있는 로봇 카페로 가서, 로봇이 만들어 주는 커피를 한 잔씩 마셨다. 로봇 커피는 처음 마셔본다. 자동화 하는 서비스를 보면서, 이제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면, 사람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로봇이 그 자리를 대체하면, '로봇세'를 도입해 로봇으로 돈을 버는 기업이나 개인사업자는 로봇을 도입해 얻은 수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납부하는 방식도 생각할 때다.

커피를 들고 리조트를 한 바퀴 걸었다. 바닷가로 이어지는 길도 있고, 바다를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산책길이 잘 만들어졌다. 날씨가 흐려 구름이 드리웠지만 한결 시원하고, 남도의 바다를 원 없이 볼 수 있어 좋았다.

'쏠비치 진도'에는 풀장, 수영장 등이 있는데, 이번 여행에서 풀장을 들어갈 계획으로 수영복까지 준비했으나, 날씨가 서늘해서 풀장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낮에 보는 리조트 전경. 평범해 보이지만 밤에 조명이 들어오면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리조트를 한 바퀴 돌아보고 객실로 돌아왔다. 

밤이 되자 리조트 전체에 조명이 켜지면서 낮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펼쳐졌다. 우리 객실에서 보면, 가장 멋진 풍경이 펼쳐지는데, 검은 바다를 배경으로 리조트 전체가 환상 속의 세계처럼 빛난다. 마치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닌, 환상 속 풍경처럼 보이도록 조명을 디자인 한 까닭은, 고객들이 현실에서 멀리 떨어져, 신비로운 공간에 놓인 느낌이 들도록 고심해서 만든 풍경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런 효과는 충분히 있었다.

이렇게 여행 첫 날이 지나갔다. 집에서 이곳 '진도'까지 오는 길은 멀지만, 오면 후회하지 않는 곳이다.

반응형

'여행을 하다 > 국내여행을 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3박4일 진도 여행 - 04  (1) 2024.05.06
3박4일 진도 여행 - 03  (1) 2024.05.06
3박4일 진도 여행 - 02  (2) 2024.05.05
뮤지엄 산과 안도 타다오  (1) 2023.08.17
설악산  (0) 2023.03.28
외국인 농촌체험  (0) 2023.03.28
서울 나들이  (2) 2023.03.26
40년, 추억 여행  (3) 2022.11.17
충남 서천 1박2일 여행  (1) 2022.11.17
길동무 문학예술 산책_02_이광수의 흔적  (0) 2022.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