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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남미영화

살바도르와 로메로

by 똥이아빠 2011. 9. 20.


살바도르(1disc) - 10점
올리버 스톤 감독, 제임스 벨루시 외 출연/20세기폭스



영화 [살바도르]와 [로메로]를 보았다. 이 영화를 본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혼란과 두려움,공포가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아니,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의 현실과 너무 비슷한 느낌이 들어 숨조차 쉬기  힘든 고통을 느끼면서 이 시대에 살아있음이 부끄럽고 참담했다. 
 이것이 나만의 생각일까. 살바도르의 민중들만이  겪는  고통일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라져 죽음으로 발견될지  모르는  이 공포의 시대를 살면서 우리는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 이 영화는 다시 한번 나의 내면을 고통스럽게  휘젓고 말았다. 
 [살바도르]는 한 미국인 사이비 기자--그러나 그는 진정한 기자였다--  로이가 특종을 얻기 위해 살바도르로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미국에서  만든 이 영화는 헐리우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미국의 일상적인 생활에 찌든  로이는 현실에서 도피하듯이 미국을 떠난다. 친구와 함께. 비록 사이비 기자이기는 하지만 로이의 양심은 남아 있다. 그에게는  살바도르에 애인이 있다.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살바도르는 마치 전쟁터처럼 모든 것이 파괴되고 어지러웠다. 군부에  의해 자행되는 살육으로 민중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게릴라  반군과의 접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지원으로 겨우 버티는 극우 군사독재정권은 공포정치로 일관한다. 
 이런 가운데 로이는 특종이 될만한 사진을 찍기 위해  정부군과 반군의  전투 속으로 뛰어들어가기도 하고 게릴라 본부를 찾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극우 군사독재정권은 미국을 등에 업고  전례를 볼 수 없는 탄압을  자행한다. 평화집회를 열고 있는  민중들에게 총을 발사하여수 십명이 죽어가는  것은 예사이고  반정부 활동이나 데모대의 앞장을 선 사람들을 추적하여 납치, 살해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되어 있을 정도이다. 심지어는 로이의  친구이기도 한 미국인 수녀들을 납치하여 강간한 다음 처참하게 죽여 땅 속에  묻어버린 일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렇게 죽어가거나 실종된 사람들은 수 만명에 이르고 군사독재정권을 조금이라도  비판하면 무조건  좌익,빨갱이,공산주의자로 몰아 정식 재판도  없이 살해하는 것이 살바도르이다. 
 미국인 기자 로이는 점차 자신이 어디에 들어와 있는지깨닫게 된다. 그는 어떤 정치적 이념이나 사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월남이나 캄보디아에서 취재한 경험으로 미국이 살바도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게 된다. 
 이런 가운데 로이 애인의 남동생과 친구가 경찰에 잡혀가자  뇌물을  써서 친구는 겨우 빼내오지만 남동생은 그대로 남는다. 미국 대사에게 부탁을 하였으나 행방을 알 수가 없고 로이의  비판적인 행동은 점차  군사독재정권의 미움을 받는다. 
 다른 신문사 기자이며 친구이기도 한 죤과 함께 정부군과  반군의  전투를 취재하러 나갔으나 미국이 지원한 비행기의 총격으로 죤이 사망하고 로이는 살바도르를 떠날 결심을 한다. 지난번  게릴라 쪽의 취재를 빌미로 군사독재정권은  로이를  체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애인의 남동생은 시체로  발견되고 로이는  애인과 함께 살바도르를 떠난다. 증명서 발급을 위해 미국  대사관의 직원들과 만나지만 미국의 이익을 위해  군사독재정권을  지원하는 그들의 논리에 맞서 말다툼이 벌어지고 증명서를 위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그러나 국경선에서 검문에 걸린 로이는 그를  살해하라는  군사독재정권의 명령을 받은 일단의 테러리스트들에게 죽음을 당하기 직전에  미국  대사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살아난다. 죽음의 늪에서 살아난 듯 안심을 하고 버스를 속에 앉아 있던  로이  일행은 그러나 다시 그 죽음의 늪이 기다리고 있었다. 
 살바도르 사람인 애인을 군사독재정권이 체포하는 것이다. 이에  항의하는 로이까지 체포하여 다시 살바도르로 끌고 간다. 
 이것은 아주 간략하게 줄인 줄거리이다. 이 속에 담긴 많은  것들을 말하기에는 나의 글솜씨가 형편없음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극도의 흥분과 공포, 두려움,  분노, 고통스러움으로 몸이  마비되는 것같았다. 그것은 마치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는  느낌이었다. 물론 있는 그대로를 비교하자면 우리는 살바도르보다   나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독재의 정도가 강하고 약하고의 차이를 두고 민주정부와 독재정부를  나눌 수 있겠는가. 민주주의가 아니면 독재라는 단순 흑백논리는 아니지만  민주주의가 양적인 문제는 아닐 것이다. 


로메로 - 10점
/영상프라자


 [로메로]는 살바도르의 대주교이다. 그는 1980년 3월 24일   암살  당했다. 바로 광주에서 대학살이 일어나기 직전이다. 군사독재정권이  극악무도하게 행동한 시기가 어쩌면 우리와 그렇게 일치할 수 있을까.  당시 남미는 '해방신학'이 카톨릭과 일반 민중들 사이에서 상당한  지지와 호응을 얻으며 솟아 오르기  시작한 때였다. 이것은 바로  남미의  열악하고 참담한 정치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서 극우 군사독재정권이 얼마나  악랄하고  잔인한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쿠바의 혁명이 성공하자 남미의 여러 나라 민중들은 새로운  세계를 그리며 민족해방투쟁을 벌여 나갔다. 미제국주의의  착취와 탄압으로 허덕이던 민중들은 평등한 세상과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투쟁한다. 그러나  미제국주의의 지원을 받는 군사독재정권들은 미국에서 수입한 무기로 자기 나라의  민중들을 대량  학살하며 집권을 한다. 이런 가운데 남미에서 깊은 뿌리를  내린  카톨릭이 어떠한 태도로 나오는가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점이었다. 
 남미에서는 종교, 특히 카톨릭은 생활이다. 그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종교와 하나가 되어 있으며 사제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사제들의 행동은 민중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살바도르에서 평범한 주교 가운데 한  사람인 로메로 역시 그가 살고  있는 조국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하나님의  말씀에 충실히 따르고 모든 사람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바라는 보통의  사제였다. 그런  그가 로마 교황청에서 대주교로 임명되면서부터 변하기 시작한다.  물론 그 전부터 주위의 진보적인 사제들의 영향을  조금씩  받기는 하지만 그것을 쉽게 인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민중들의 삶이  척박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고 군사독재정권이  폭력적  탄압을 하고 있는것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적으로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깨닫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는 대주교로 임명되어 활동을 시작하면서 갑자기 밀어닥친 현실에  어쩔 줄을 모른다. 민중들은 자신의 고통을 호소하고 실종된 사람은  수  만명에 이른다. 평화로운 미사 집회에 총을 쏘아 수 십명이 살해 당하는 현실을 보면서 조금씩 현실을 깨닫기  시작하는 것이다. 
 군사독재정권은 종교의 비판마져도 받아들이지 않고   탄압하기에  이른다. 민중들과 가까이 지내는 사제를 학살하고  체포하여 고문한다. 마침내는  대주교인 로메로 자신마져 체포 당해  유치장에 구금된다. 쿠데타로 집권한 대통령은 대주교를 만나주지 않고 정치범 석방 탄원에 '정치범은 없다'고  거짓말을 한다. 모순과 비리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로메로는 마침내 종교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를 깨닫고 그것을 민중들에게 설교한다. 강도 높은 비판은 민중들을 일깨우고 군사정권을 궁지에 몰아넣는다. 그는 말한다. "미국은 더 이상 살바도르를 지원하지 말라. 미국이 지원하는 무기가 우리 민중들을  학살하는데  쓰이고  있다." "종교는 가난하고 억눌린 자들을 위해 있어야 한다." "고통받는 민중들이여, 그대들은 자유와 정의를  위해 싸워야 한다."이렇게 민중의 편에 서서 독재와 불의에 맞서 싸우던  로메로는 마침내  암살 당한다. 군사독재정권이 그를 암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생전에 그는 암살의 위협을 받고도 태연히  말했다. 
 "나를 죽이는 것은 쉽다. 그러나 나는 죽어서 살바도르  민중의 가슴에  다시 살아날 것이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서 언제나 사라지지 않는 불꽃으로..."


살바도르
감독 올리버 스톤 (1986 / 미국)
출연 제임스 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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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메로
감독 존 듀이건 (1989 / 미국)
출연 라울 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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