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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남미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by 똥이아빠 2019. 11. 2.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칠레에 살고 있는 두 청년이 오토바이 한 대를 타고 남미 여행을 떠난다. 의학을 전공한 두 청년은 넓은 세상을 직접 보고, 경험하면서 어떤 삶을 살 것인지 고민한다. 두 사람은 무려 2만5천km를 여행하면서 중간에 오토바이도 망가져 집으로 돌려보내고, 걸어서 여행을 한다.

폭설이 쏟아지는 산을 넘고, 사막을 건너며, 가난한 삶을 사는 남미의 민중을 보고, 쫓기는 공산주의자 부부도 만난다. 1950년대 남미는 가난하고, 착취는 극심했으며, 공산주의자들은 발붙일 곳이 없어졌다.

중산층의 부모를 두고,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할 정도라면 두 청년은 큰 어려움 없이 살았을 것이고, 그들이 20여년을 살면서 보고 느낀 것은 그들의 세계에서 그리 넓지 않았으리라.

그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자신들이 살고 있는 삶의 환경과 실제 세상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고, 얼마나 다른지, 무엇이 다른지 보고, 듣고,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가출'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다. 석가모니도 부귀와 권력을 버리고 가출했으며, 예수도 자기 고향을 떠났으며, 피타고라스도 고향을 떠나 세상을 돌며 뛰어난 지성을 찾아 배웠다.

무언가를 배우고, 새로운 세상을 알려면 집을 떠나야 한다. 익숙한 환경,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낯선 사람, 낯선 환경으로 들어갈 때, 모르던 것과 만나는 문화충격으로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바뀐다. 변화는 변증법적으로 이루어질 것이고, 거부감과 저항의식이 생기면서 한편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시키려는 반작용도 이루어진다.

모순과 부조리를 만난 청년들은 자신의 세계가 깨져나가는 것을 느낀다. 아프로락사스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이다. 알 속의 새가 알을 깨고 나오면, 그 새는 더 이상 이전의 새일 수 없다. 질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두 청년이 2만5천km를 달리며 보고, 듣고, 느끼며 경험한 사건들은 두 청년을 바꿔놓았다. 예전의 자신과 비교할 수 없게 달라진 것이다.

두 청년은 한센병 환자들이 있는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한 청년은 자신을 고용하겠다는 병원에 남고, 한 청년은 일단 집으로 돌아오지만, 이후의 삶은 의사가 아닌 혁명가로 바뀐다. 쿠바 혁명의 주역 체 게바라, 바로 그다.

천식을 앓았던 순수한 청년이자 의사 교육을 받던 중산층 청년은 남미 민중의 삶이 착취로 피폐한 걸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꼈다. 고통당하는 사람의 마음을 공감하는 사람은 누구보다 인간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많은 교육을 받고, 부를 누리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부와 권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지만, 드물게 강한 이타심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다. 마르크스도, 레닌도 중산층의 비교적 안정된 삶을 살던 사람들이다. 체 게바라도, 카스트로도 자신들의 삶은 무난했다. 그들이 혁명가로 나설 때는 불의를 참지 못하는 순수한 열정이 있기 때문이고, 그것이 점차 장교한 이론으로 뒷받침된 것이다.

휴머니즘. 모든 이론과 사상에 앞서 휴머니즘은 사회의 진보를 앞당기는 핵심이다. 인간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 이념을 뛰어넘어 모든 계급투쟁의 목적은 바로 휴머니즘을 보편화하기 위한 노력인 것이다.

체 게바라는 쿠바 혁명에 참가해 혁명을 성공하고, 다시 혁명가로 볼리비아 숲속에서 활동하다 CIA의 총에 맞아 죽었다. 그와 함께 혁명을 일으킨 카스트로는 오래도록 살아남아 쿠바혁명의 아버지로 불리웠고, 체 게바라와 함께 오토바이 여행을 했던 친구도 쿠바에서 의료 전문가로 88세까지 살았다. 우리는 지금도 체 게바라는 알고 있고, 그를 추억한다. 그의 순수한 열정과 따뜻한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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