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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남미영화

위기의 민주주의

by 똥이아빠 2020.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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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위기의 민주주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브라질에서도 여성 대통령이 탄핵당했다. 지구의 정반대 땅에서 벌어진 이 두 사건은 그러나 드라마틱한 희비극을 보여주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부패와 무능 혐의로 한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에서 한국 최초의 탄핵당한 대통령으로 이름을 남겼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한 시민은 촛불을 들고 평화 시위를 통해 역사를 바꿨다.

반면 브라질에서는 노동자당 출신으로, 시민의 전폭적 지지를 얻은 브라질 첫 여성대통령이 야당과 극우세력, 기업의 합작 음모로 탄핵당하게 된다. 룰라 대통령의 뒤를 이어 노동자당과 연합정당의 대통령으로 선출된 지우마 호세프대통령은 브라질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 1970년대 민주화 투쟁을 벌인 전투적 여성 투사였으며, 감옥에 갇혀 고문을 당했던 민주주의자였다. 그가 룰라의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것은 브라질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지우마와 노동자당을 둘러싼 주변 환경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브라질에는 여전히 극우 세력과 자본가 계급의 강력한 연대가 존재했고, 대통령 선거에서 지우마에게 진 극우 정당의 후보는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곧바로 지우마 대통령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극우세력과 자본가가 적극 동조했고, 브라질 경제가 좋지 않은 환경, 지우마의 정치적 미숙함과 전략적 실패 등이 겹치면서 지우마의 지지율은 급격히 낮아졌다.

브라질 민중은 서로의 이념에 따라 진보와 보수(극우)로 나뉘었는데, 이것은 박근혜 탄핵 이후 선명하게 드러난 한국의 정치 상황과 매우 비슷하다. 지우마의 탄핵을 추진한 것은 하원(야당)에서 시작해 결국 상원에서 결정했다. 여당은 연합정당이지만 이들이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표결에서 진다.

극우 정당과 세력은 현 대통령 지우마를 탄핵하는 것은 물론, 전 대통령 룰라까지 부패 혐의로 체포, 감금한다. 이것은 명백한 의회 쿠데타이며, 반동 세력이 민주주의 세력을 짓밟는 폭력이었지만, 권력을 뺐긴 민주주의 세력은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일련의 쿠데타 과정에서 칼을 휘두른 집단은 '수사판사'였다. 부패 혐의가 있는 기업과 정치가에 대한 무차별 조사를 시작한 '수사판사'는 지우마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가는데 근거를 제공했고, 룰라 전대통령을 감옥으로 보내는데 앞장섰다. 그들이 내놓은 증거는 명확하지 않았지만, 수사와 판결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절대권력을 가진 모루 판사이자 검사는 룰라 전대통령에게 12년 1개월 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중요한 점을 보여준다. 한국에서도 지금 문재인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 주장을 하는 자들은 극우정당의 정치인이거나 극우세력의 언론, 집단이다. 이들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일방적 주장만으로 문재인대통령 탄핵을 외치는데, 이것은 명백한 쿠데타 시도이므로 가차없이 처벌해야 한다.

결국 룰라 전대통령은 2년이 채 안 되어 감옥에서 나오게 되고, 탄핵당한 지우마 대통령 후임으로 당시 부통령 테메르가 임시 대통령이 되었지만 테메르는 곧바로 부패 혐의가 발각되어 수사를 받아야 할 위치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하원은 테메르를 옹호하고, 부패 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권력을 유지한다.

이에 브라질 시민들은 다시 대규모 시위를 벌여 테메르를 비롯한 부패 집권 세력에 대한 시위를 시작하고, 브라질 정부는 경찰을 앞세워 폭력 진압을 한다. 새로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룰라가 다시 정치를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보였으나 감옥에 갇히고, 극우 정당인 사회자유당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르루가 대통령 후보로 나와 55%를 득표하며 대통령이 된다. 

지금 브라질은 극우정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민주주의는 다시 압살되었다. 한국은 지난 10년의 부패, 무능한 정권의 시대를 벗어나 촛불시민의 힘으로 문재인 정부를 만들었다. 하지만 브라질은 오히려 룰라와 지우마 정부의 민주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반동들에 의해 극우, 반동, 독재의 시대로 돌아갔다. 지금 브라질을 지배하는 세력은 과거 브라질의 민주화운동을 탄압하고, 고문했던 바로 그 집단이다.

한국도 언제 이런 반동의 발톱과 칼날이 민주시민을 할퀴고, 억누를지 알 수 없다. 쿠데타 세력과 극우 반동은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반동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지금은 촛불시민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브라질의 정치에서 배워야 할 것은, 시민이 항상 깨어 있어야 하며, 반민주, 쿠데타에 대한 시도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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