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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남미영화

미스 베네수엘라

by 똥이아빠 2019.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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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베네수엘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세계 미인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많은 미인들 가운데 국적이 베네수엘라인 경우가 여럿 있었다. 기록을 보면, 미스 유니버스, 미스 월드, 미스 인터내셔널 같은 국제 대회에서 1950년 이후 가장 많은 1위는 베네수엘라 국적의 여성이었으며, 이들은 미스 유니버스에서 6회, 미스 월드 5회, 미스 인터내셔널 5회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서 특이하게 1위가 많다.

베네수엘라는 민주주의의 발전과 함께 미인대회가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잡았지만, 오늘날 베네수엘라 뿐 아니라 모든 '미인대회'는 반여성적이고,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도구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베네수엘라에는 여전히 미인대회와 관련한 경제시장이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유치원의 어린 여자아이부터 성인 여성까지 온갖 종류의 미인대회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미인대회는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으며, 자본의 이윤추구의 상품으로 작동하고 있을 뿐아니라 불안정한 사회, 빈부격차, 독재권력 등 사회문제를 은폐하고 대중의 여론을 조작하는 요소로 작동한다.

 

베네수엘라 여성들은 미인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성형수술을 하고, 미인대회에 출전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스폰서'를 구한다. 하지만 수많은 여성의 바람과는 달리 세계대회에 진출하는 여성은 불과 몇 명이고, 99.99%의 여성은 돈과 시간, 노력을 투자하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 그 과정에서 미인양성학원이 돈을 벌고, 성형수술 하는 병원과 의사가 돈을 벌며, 미인대회를 주최하는 회사가 돈을 번다.

세계 미인대회에서 1위가 된 베네수엘라 미인도 실제 '베네수엘라 여성'의 외모와는 많이 다르다. 이들은 모두 성형수술을 거쳐 다시 태어난 여성들이며, 미인의 기준은 백인 여성이다. 즉, 백인이 아닌 베네수엘라 여성이 백인 여성처럼 모리칼 염색, 피부 미백, 얼굴 형태의 개조를 통해 서구형 미인으로 재조립되는 것이고, 이렇게 전면적 개조의 결과로 '세계 미인'이 탄생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미인을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라고 홍보하지만, 정작 세계에서 가정폭력이 가장 심각한 나라다. 한 해에 약 5백 명 정도의 여성이 남성(남편, 애인)에게 맞아 죽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렇게 심각한 여성 폭력, 억압, 착취가 일어나는 가난한 나라 베네수엘라에서 '세계 미인'에 대한 집착이 극심한 것은 권력과 자본이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고, 여성들도 그것만이 유일한 탈출구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제 '미인대회'라는 이름이 거의 들리지 않는 사회다. 아직도 '미스 코리아' 같은 대회가 열리고 있지만, 이런 대회가 여성의 성을 상품화한다는 비판여론이 강하고, 공중파에서는 중계도 하지 않을 정도까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은 성형수술 대국이고, 많은 여성이 진한 화장, 성형수술을 필수로 여기고 있다. 또한 여성 아이돌은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노래하고, 춤춘다. 여성 공중화장실에는 여성의 몸을 훔쳐보려는 몰래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지 불안에 떨어야 하고, 대중교통 수단에서는 성추행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나라이기도 하다.

 

여성 문제는 곧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남녀가 평등하다는 모토는 당연하지만 지켜지지 않는다. 인류의 역사 이래 여성은 항상 억압당하고 있으며, 남성과 동등한 자리에 서 있지 못하고 있다. 가부장사회는 남성우월주의에 기반하고, 성의 불평등을 당연하게 여기며,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억압한다. 이런 불평등이 남성에게 이로울 거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남성 일반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 민주주의는 발달하고 있지만, 아직 여성의 권리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고 있으며, 여성의 권리와 민주주의를 위해 남성들이 함께 나서야 하는 것은 의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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