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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유럽영화

<영화> État de siège

by 똥이아빠 2015.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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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État de siège

 영화 「계엄령」을 보고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영화가 하나 더 들어왔다. 오랫동안 기다리던 영화였다. 그의 작품 「실종」과 「뮤직박스」는 비디오로 가지고 있을 정도이다. 우선 이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적어본다.
 이 영화는 1973년에 만들어졌다. 따라서 이 영화는 그 이전의 사실을 담고 있다. 1967년의 우루과이. 지금도 그렇지만 제3세계에 대한 미제국주의의 공작이 매우 활발하던 시기이다. 브라질, 칠레, 쿠바, 산타도밍고 등 남미의 여러나라에서 이미 혁혁한 전과를 올린 미제국주의의 CIA와 군부독재정권은 민주세력이 활발한 지역에서 그 지도자나 조직을 와해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화면이 열리면서 황폐한 도시의 음산하고 음울하고 불안한 모습이 드러난다. 버려진 차, 더럽고 낡은 건물들, 그리고 점차 소음이 가득차면서 도로를 메운 차량과 사람들, 군인, 경찰, 무전기를 든 기관원의 모습이 섬뜩하게 보인다. 가끔씩 총소리가 들리고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군인들에게 수색을 당하고 차량도 모두 열린 채 철저하게 수색한다. 길게 늘어선 사람들은 신분증을 제시하고 불안과 공포 속에서 검문을 당하고 있다. 공포와 불안이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수색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미국인 ‘필립 미카엘 산토르’를 찾기 위해서이다. 그는 브라질 영사와 함께 납치되었다. 두 사람을 납치한 조직은 ‘투마파로스(민족해방운동)’이고 군부독재에 반대하여 투쟁하는 민중조직이다. 그러나 결국 산토르는 차안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다. 우르과이 군사독재정부는 일개 민간인 신분의 미국인을 위해 국장을 치른다. 또한 민간인의 장례를 국가의 임시공휴일로 하고 총리를 비롯한 국가의 고위인사와 군사령관 등이 모두 참석하는 이상한 현상을 보여준다. 산토르는 미국민간개발국의 경제조사원이라는 민간인 신분이었다.
 화면이 바뀌고 시간은 산토르가 납치되는 것으로 다시 시작된다. 산토르는 납치되어 어느 지하실에 감금되고 ‘민족해방운동’의 요원들에 의해 심문을 당한다. 처음에는 완강하게 모든 것을 거부하던 산토르도 ‘민족해방운동’에서 제시하는 완벽한 증거물들을 보면서 모든 것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즉, 자신의 정체와 역할을 모두 시인하는 것이다. 산토르는 민간인도 아니고 민간개발국의 경제조사원도 아니었다. 그는 미국에서 파견된 고문,파괴,납치,암살,선동,첩보, 등을 교육하는 전문 기술자이며 지휘자였던 것이다.
 그는 이미 남미의 여러나라들을 돌아다니면서 군사쿠데타를 지원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학생운동,노동운동,재야인사,종교인 등을 암살하고 그 조직을 와해시키는 역할을 맡아서 경찰을 지도해왔던 것이다.
 미국은 참으로 ‘위대한’ 나라이다. 그들은 ‘반공’의 이름으로 군사독재정권을 지원하고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모든 사람들을 잔인하게 학살하고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제3세계 민중의 삶을 갈기갈지 찢어놓았다. 특히, 경찰을 통해 민중을 감시하고 통제하며 민주주의 조직을 와해시키고 그 지도자를 암살하거나 학살하는 방법을 ‘과학적’으로 가리킴으로서 암살과 납치의 피묻은 손을 자랑하는 ‘위대한’ 국가인 것이다.
 제3세계, 특히 남미의 군사독재정권의 잔인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 비하면 금메달과 은메달을 놓고 다툴 정도이지만 그들의 잔임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은, 정권 자체의 부도덕성에서 나오는 것도 있지만, 그렇게 가르치고 있는 미국의 ‘지도’에서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미국은 군사독재정권에게 민주지도자들을 잡아서 어떻게하면 더 효율적으로 고문할 수 있는가를 가르치기 위해 경찰에서 공공연히 ‘고문강의’를 하고 경찰이나 군간부들을 미국으로 특별히 유학시켜 선동,암살,폭파,도청,고문 등에 대해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본 모습이다.
 지금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미국이 그렇지 않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아직도 남미에는 혁명의 기운이 감돌고 군사독재정권이 존재하는 나라가 상당수 있다. 미국은 이른바 민간단체를 통해 경제적 침략을 해오고 그 속에서 훈련된 전투요원들을 투입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더욱 소름끼치는 것은 우리나라의 실정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데에 있다. 경찰의 고문사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원인모르게 학살되어 발견된 운동권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또한 이근안과 같은 고문전문가의 훈련을 보면서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경찰 속에 혹시라도 문민정부의 개혁의지에 반대하는 세력이나 조직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근안이 잡히지 않는 것이 경찰의 무능 때문이라면 그것도 비난받아야 하지만, 혹시라도 같은 경찰이어서 비호를 해주는 것이라면 이것은 단순히 비난의 차원이 아니라 엄청난 음모이며 국민에 대한 도전인 것이다.
 코스타 가브라스의 영화를 보면서 왜 나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자꾸 눈에 밟히는 것일까. 우리나라의 실정과 너무나 닮은 영화 속에서 나는 현실과 영화를 착각할 정도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너무 비극적인 현실이다. 이런 비극적인 현실이 하루빨리 사라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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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배경은 남미 우루과이의 몬테 비데오. 미국 정부는 비밀 경찰 요원 필립 마이클 산토레(이브 몽땅)를 평범한 시민으로 가장해 파견시킨다. 이는 우루과이에 대한 미국의 정치적 개입을 위해 계속 되어 온 일이다. 그러나 일명 "투파마로스"로 불리는 우루과이 민족해방 전선은 그를 납치해 미정부의 음모를 밝혀내려 한다. 
투파마로 단은 산토레가 워싱턴 경찰학교 소속으로, 남아메리카 독재정권의 경찰관들을 반정부 세력에 대비해 조직적으로 훈련시키는 책임자임을 알게 되고 이런 사실들을 언론사에 공개한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산토레를 희생시키고 조직적 비리를 감추려 든다. 결국 투파마로 단은 대중에게 잔혹한 이미지로 비춰질 것을 우려하면서도 산토레를 처형시킴으로서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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