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영화> Dead Man

by 똥이아빠 2015. 7. 6.
728x90



<영화> Dead Man

1990년대에 만든 영화인데 왜 흑백일까, 왜 서부영화이면서 액션이 아닐까, 왜 스토리는 엉성하고 지루할까, 왜 스토리는 모호하고 추상적이며, 몽환적일까,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를 보고나서 위의 몇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이 질문에 대답한다면, 영화의 실체에 조금은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짐 자무쉬의 영화는 흑백이 많다. 물론 다른 감독들도 흑백영화를 만든다. 흑백영화는 영화가 만들어지던 최초의 이미지이며, 영화의 순수성을 뜻하기도 한다. 영화사 초기에는 당연히 흑백 필름이었지만, 컬러 필름이 개발되면서 사람들은 총천연색의 컬러를 더 좋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컬러영화는 더 이상 작품성의 차별을 드러내지 않고, 영화의 의미보다는 영화를 소비하는 도구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극소수의 감독들은 이런 필름의 용도에 불만을 갖기 시작했고, 작가주의 감독들이 컬러 필름을 거부하고 흑백 필름을 의도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흑백 필름은 현실감을 배제하고, 과거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효과를 준다. 마틴 스코시지 감독의 'Raging Bull'이 컬러였다면, 그 강렬하고 아름다운 영상의 의미는 반으로 줄었을 것이다. 흑백은 시간은 물론, 영상의 깊이도 더 깊어진다. 컬러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영상이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짐 자무쉬의 영화에서는 컬러보다는 흑백이 더 잘 어울리는 것은 분명하다.
짐 자무쉬의 영화가 어떻길래, 컬러보다 흑백이 잘 어울리느냐는 질문을 한다면, 짐 자무쉬가 추구하고 있는 영화의 의미가 '오락'이나 '대중성'보다는 조금 더 인간의 삶과 내면에 집착하고 있다고 말해야겠다.
그의 영화 'Stranger Than Paradise'이 보여주었던 황폐한 미국과 이민자의 고독과 소외를 흑백으로 깊이 있게 다룬 것부터, 그의 작품들 밑바닥에 흐르는 정서는 미국 사회의 불안, 고독, 소외, 황폐함 같은 내면의 상처들이다.
이 영화 역시 배경은 서부영화지만,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총싸움이 아니라, '윌리엄 블레이크'를 통해 바라보는 미국 사회의 모습이며, 그 모습은 이 영화의 주제이기도 하다.

서부영화이면서 액션이 거의 없는 영화이고 심지어 지루하기까지 하다. 스토리는 매우 단순하다. 평범한 회계사가 '살인마'로 지명수배되어 쫓기는 것이다. 줄거리는 쏙 빼놓고,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실제로는 '풍경'에 있다.
영화의 시작은 클리브랜드에서 서부로 가는 기차 안의 풍경이다. 주인공 윌리엄 블레이크는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책을 읽다가, 졸다가, 풍경을 내다본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윌리엄이 볼 때마다 바뀌고, 지형적 특징이 기차의 위치를 알려준다. 
풍경이 바뀌는 장면들은 미국의 여러 주들을 상징한다. 나무와 숲이 많은 곳, 구릉과 들판이 있는 곳, 사막과 모래가 있는 곳을 지난다. 또 하나, 그 풍경들 속에서 항상 등장하는 것은 약탈과 파괴로 얼룩진 흔적들이다.
윌리엄이 인디언 '노바디'와 함께 옮겨다니면서 보게 되는 풍경 역시 처참한 흔적들 뿐이다. 이곳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특히 백인-이 저지른 살육과 파괴의 흔적들을 윌리엄은 찬찬히, 자세히 들여다 본다. 짐 자무쉬 감독은 미국의 역사-인디언 학살, 아프리카 노예의 수입, 자연환경의 파괴-를 찬찬히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이다.
즉, 이 영화는 '윌리엄 블레이크'라는 한 인물이 '데드맨' 즉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상징적 파괴를 통해 미국의 역사를 '이미 죽은' 상태로 치환하여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별 네 개.

-------------
동부 클리블랜드 출신의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죠니 뎁 분)는 취직 통지서를 받고 서부 머신 타운으로 향한다. 하지만, 긴 열차 여행을 마치고 도착한 곳은 기대와 달리 거칠고 위험스러운 도시. 설상가상으로 그의 일자리는 이미 다른 사람이 차지한 뒤다. 취직은 커녕 되돌아갈 차비도 없어 거리를 배회하던 블레이크. 
우연히 꽃파는 여자를 만나 그녀 방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중, 갑자기 그녀의 옛 연인이 침실로 들이닥치고 당황한 블레이크는 총격전 끝에 그를 사살한다. 순식간에 살인자로 몰린 블레이크. 자신도 가슴에 총상을 입은 채, 황급히 마을 밖으로 도망치지만 숲속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노바디라는 괴이한 성격의 인디언((Nobody: 게리 파머)에게 간호를 받은 블레이크가 의식을 되찾을 무렵, 노바디는 이미 작고한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영혼이 다시 육체로 환생했다고 믿는다. 블레이크는 인디언 노바디의 도움으로 태양이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힘겨운 도망을 시작하는데...('다음 영화'에서 가져 옴)

반응형

'영화를 보다 > 미국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everything must go  (0) 2015.07.08
<영화> Down By Law  (0) 2015.07.07
<영화> Night On Earth  (0) 2015.07.07
<영화> Spy Game  (0) 2015.07.07
<영화> Ghost Dog: The Way of the Samurai  (0) 2015.07.06
<영화> Stranger Than Paradise  (0) 2015.07.04
<영화> Enter Nowhere  (0) 2015.06.23
<영화> Kill the Irishman  (0) 2015.06.21
<영화> The Numbers Station  (0) 2015.06.19
<영화> Man of Steel  (0) 2015.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