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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화장

by 똥이아빠 2015.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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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장

김훈 소설 원작. 제목이 갖는 중의성은 이 영화를 상징한다. 오상무는 화장품 회사에 다니고 있고, '화장'은 아름다움을 상징하며, 또 다른 '화장'은 죽음을 상징한다. 
초로의 남성인 오상무는 유명 화장품 회사의 중견 임원으로 퍽 성실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다. 그는 진중하며, 성실한 인간이다. 사회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한 오상무의 태도는, 그러나 삶의 자잘하고 아기자기한 즐거움과 재미는 알지 못한다. 
오상무의 가족을 보면, 그가 살가운 남편, 아버지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극중에서 짧게, 그것도 딸의 목소리로 나오는 내용을 보면, 오상무의 아내-암투병을 하다 죽는-의 집안이 넉넉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오상무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성실하게 공부해 좋은 대학을 나오고, 화장품 회사에 취직해 오로지 한 회사에서 30년 넘게 일을 한 사람인 듯 하다. 회장의 신임을 얻고 있고, 곧 부사장으로 승진할 거라는 소문이 도는, 업계에서는 유능한 인물이기도 하다.
즉, 회사라는 조직에서는 성실하고 유능한 사람이지만, 가정에서는 성실하지만 재미 없는 아버지, 남편이었던 남자였다. 흔히 말하는 가부장 사회의 모범 또는 표본일 듯한 사내가 어느 날, 딸 정도의 나이에 불과한 여성 직원에게 마음이 끌린다.
먹고 사는 문제에서 벗어났고, 사회적으로 성공했으며, 별다른 취미나 특기도 없는 남성이라면, 두 가지 특성을 갖는다. 혼자 노는 것을 잘 하는 사람이라면 책 읽고, 영화 보고, 산에 다니고, 음악 듣고, 텃밭을 가꾸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아서 바쁘다.
다른 경우는, 할 줄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서 혼자 지내는 삶이 너무 무료해 어떻게든 밖으로 나도는 경우다. 사회적으로 성공했어도 내면이 빈곤한 사람은 불행하다. 오상무의 경우는 후자에 속하고, 그래서 그는 불행하다.

늙은 사람이 젊은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로리타 증후군'이라는 말도 있듯이, 늙은이는 젊음 그 자체를 본능적으로 탐한다. 젊음은 부러움의 대상이고 이룰 수 없는 욕망의 현현이다.
암 투병을 하는 불행한 아내의 존재와는 별개로, 오상무가 느끼는 또 다른 욕망의 실체는, 지나간 젊음에 대한 회한과 후회, 채우지 못한 욕망의 안타까움 등이 혼재해 있다.
하지만 오상무는 이성적인 사람이다. 자신이 놓여 있는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사회적 위치와 경륜을 지키려는 의지도 강한 사람이다. 자신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 순간부터, 그 결과가 가져 올 위험에 대해서도 생각할 만큼, 오상무는 철저한 현실주의자다.
반면 추과장의 태도는 모호하다. 오상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추과장은 매력적인 여성이지만, 추과장이 오상무를 연정으로 바라보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너무도 당연하지만, 오상무와 추과장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임에 틀림 없고, 두 사람은 '사랑'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이 보면 '불륜'에 불과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추과장도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고, 그 때문에 오상무와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상무의 호의를 '애정'으로 느끼기는 했겠지만, 그 때문에 자신의 삶을 바꾸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 똑똑한 여성이기 때문이다.

짧게 머물다 사라진 '사랑'의 감정을 두고 복잡하게 해석하는 것이 오히려 난감하다. 살다 보면 이런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가 드문 것도 아니고, 이런 감정이 들 때마다 무슨 일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니, 이 영화처럼 그저 스치고 지나가는 감정의 파도라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겠다. 별 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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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의 투병 끝에 아내가 죽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딸의 오열에 오상무는 암이 재발했다는 말을 듣고 터트린 아내의 울음소리를 떠올렸다. 

화장품 대기업 중역인 오상무는 헌신적이고 충실한 간병인이자 남편이었다. 장례식장은 어느 새 손님들로 가득하고, 부하직원들은 오상무의 결재를 필요로 하는 서류들을 가지고 온다. 신규 화장품 출시를 앞두고 광고 카피와 부분 모델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도 오상무의 신경은 다른 쪽에 집중된다. 까만 바지 정장을 입고 문상을 온 부하직원 추은주는 오랜 기간 오상무의 연모의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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