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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지렁이

by 똥이아빠 2017.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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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렁이

문제는, 한국의 현실이 이 영화보다도 더 참담하고 잔혹하다는 것이다. 픽션이 논픽션의 세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은,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비극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비롯해 이미 우리 사회에서 벌어졌던 많은 성범죄 사건들이 떠오른다. 여기에 가난, 장애인 문제까지 함축되어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혈압이 꾸준히 상승하는 현상을 느낄 수 있다.
장애가 있지만 성실하게 살아가는 아버지와 성악에 재능이 있는 딸, 두 사람은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딸의 재능을 발휘하기 위해 예술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고, 어떻게든 딸을 위해 모든 노력과 애정을 다하는 장애를 가진 아버지는 평범한 가장이다. 딸은 가난하지만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학교 생활을 하지만, '가진 자'들의 세계에서 처절하게 짓밟히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가 현실을 반영하려면 마지막 부분이 더 비참하고 참혹하게 끝나야 하겠지만, 영화는 현실의 대리만족도 가능하므로, 관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보여준다. 그마져도 없었다면 영화를 보고나서 울화통이 터졌을 것이다. '도가니'나 '한공주'가 바로 그런 영화들 아니던가. 영화보다 현실이 더 참혹하고, 잔인하며, 악랄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나마 영화에서라도 복수를 원하는 것이다.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돈도 권력도 없는 무지렁이 서민들은 자조적으로 스스로를 지렁이에 비유한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돈과 권력으로 사람을 함부로 대하고, 안하무인이고, 깔보고, 얕잡아보고, 우습게 생각하는 자들에게는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야 한다. 이 영화에서 장애를 가진 아버지가 보여주는 바로 그런 태도다. 칼에는 칼로, 폭력에는 폭력으로, 잔혹함에는 잔혹함으로, 악의에는 악의로 그대로 되갚아 주면 된다. 그것이 가난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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