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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불한당

by 똥이아빠 2017.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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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불한당

영화는 나쁘지 않았는데, 영화를 만든 감독이 SNS에서 이상한 말을 하는 바람에 거액을 들여 만든 영화가 폭삭 망한 케이스. 이런 경우는 드문데, 감독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말을 한 것이 결국 영화 전체를 망하게 만든다는 것은, 거꾸로, 감독의 한 마디가 영화를 망하게도, 흥하게도 할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이 있다는 뜻이겠다.
즉, 감독이 대중과 어떤 생각으로, 어떤 방식으로 소통을 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흥행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고,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영화에서 감독의 그런 개인적(?) 일탈을 제외하고 오로지 영화로만 봤다면 과연 흥행에 성공했을까를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약 230만 명이라고 하는데, 실제 관객은 100만 정도였다. 그렇다면 감독의 말 한마디가 130만 명을 불러모으지 못했다는 것인데, 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의 발언이 과연 그 정도로 강력한 영향이 있었을까를 되짚어 본다면, 약간은 회의적이다.
즉, 이 영화는 감독의 바람직하지 못한 발언이 없었다 해도 230만 명이 넘기는 쉽지 않았을 거라는 예측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설경구와 임시완 같은 유명 배우가 나오고, 스토리나 액션도 나쁘지 않은데도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지금까지 이런 느와르와 액션 장르의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고, 관객들이 퍽 익숙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이 영화도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들, 이야기들이 많이 보인다. 범죄조직의 내부에 침투하는 경찰의 이야기는 이미 '신세계'에서 다룬 것이고, 경찰이 마약을 빼앗기 위해 작전을 펼치는 것은 이 영화의 반전이긴 하지만 오히려 그 반전이 비현실적이고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반전의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액션은 강렬하고 효과적이어서 충분히 완성도를 높였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인지 오히려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교도소 안에서 생활하는 장면들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무수한 사건들은 한석규가 주연을 맡은 '프리즌'을 떠올리게 하고, 그 무대는 미국식 교도소를 연상하게 된다.

좋은 영화란, 일단 재미있어야 하지만, 설령 흥행에 실패했더라도 무언가 남는 장면이나 이야기거리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 가운데 처절하게 실패했지만, '저주받은 걸작'으로 유명한 영화인 '지구를 지켜라'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시간이 지나도 전설로 남아 있고, 여전히 '걸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흥행에 성공하면 가장 좋겠지만, 당장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걸작'으로 남거나 기억해야 할 영화로 인정을 받는다면 영화감독은 자신의 삶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만드는 일이 워낙 큰 돈이 들어가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한 번의 실패만으로도 위험이 큰 사업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영화는 '예술'이다. 영화가 '장사'가 아닌, '예술'일 수 있어야만 감독은 물론 관객도 영화를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로지 상업적 성공만을 바탕으로 만드는 영화는 한계가 보이기 마련이다. 영화에서 무엇을 말하려는가 즉 감독의 영화철학이 녹아들지 않는다면 관객은 그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채게 된다.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 가운데는 감독의 영화철학이 없는 경우도 많다. 삼류영화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삼류영화를 영화사에 남을 걸작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오래 전부터 B급 영화 즉 비주류 영화들을 만드는 작업에서도 그것이 영화로 말하고자 하는 시대의 정신이 들어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고, 그래서 B급 영화들의 개성과 자유가 흥행 성공의 비결이 되기도 했다.
영화를 스타일리시하게 만드는 것도 좋지만, 한 장면이라도 관객의 뇌리에 남아서 오래 기억할 수 있는, 그 영화만의 독특한 개성과 깊이가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은 감독의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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