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스터즈 거친녀석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작품. 타란티노 특유의 유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레인 중위는 미군이면서 유대인이다. 그는 미군 가운데 유대인들만 골라 특공대를 꾸린 다음, 프랑스의 적진으로 뛰어든다. 유대인을 학살한 독일군을 똑같은 방식으로 보복하겠다는 것이 목적인데, 잔인하게 살해당한 독일군의 시체를 보고 다른 독일군들이 겁에 질리고 공포에 떨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독일군을 잔인하게 죽이는 특공대 대장 레인 중위를 보면, 히틀러처럼 콧수염을 기르고 있다. 이는 명백히 히틀러를 비꼬는 분장이고, 아메리카 원주민의 후손인 레인 중위가 독일군의 머리가죽을 벗기는 것은 아메리카 대륙을 침공한 백인들을 죽이고 머리가죽을 벗기는 원주민의 행동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즉 레인 중위는 복합적인 캐릭터로 히틀러와 아메리카 원주민의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영화는 전쟁을 소재로 했지만 정작 전투 장면은 거의 없다. 첫 장면부터 대부분의 시간이 대화로 구성되어 있고, 타란티노의 특기인 대화는 그 자체로 긴장과 서스펜스를 느끼게 한다. 등장하는 인물들도 개성이 강한 캐릭터여서 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레인 중위는 자신이 아파치족의 후손이라고 말하고, 그들의 전통대로 독일군 머리가죽을 벗기지만 한편 그가 이탈리아인으로 변해야 할 때는 딱 봐도 대부의 콜레오네와 똑같은 표정과 말을 흉내내고 있다.
영화의 소재는 연합군이 독일군을 때려잡는 이야기지만, 상식적으로는 과장되고 비트는 방식으로 전쟁을 희화하고 있다. 4개 언어(독일어,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숨어 있는 유대인을 찾아내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친위대 한스 대령은 독일군의 대단한 능력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는 독일 상류층 교육을 받은 인물로 유대인 멸족에 대해 사명감을 가진 인물이다. 미군 중위 레인이 보여주는 잔혹한 살육과는 달리 한스 대령은 말과 행동에서 우아하고 점잖은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악인이 우아하고 점잖은 반면, 정의를 실현하는 쪽이 난폭하고 잔혹한 것 역시 타란티노다운 유머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 '영화' 그 자체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의 중반 이후는 영화관과 영화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파리의 작은 극장에서 독일군 영웅영화를 상영하기로 결정하고, 히틀러를 비롯해 중요 인물들이 극장에 모인다는 첩보를 확보한 레인 중위 팀은 그 안에 잠입해 폭탄을 터뜨리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와 별개로 극장의 주인인 쇼사나는 영화의 첫 장면에서 살해당하는 유대인 가족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물이다. 그녀는 자신의 극장(고모에게 물려받은 극장)에 독일군 장교들이 그것도 히틀러까지 참석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극장을 불태울 계획을 세운다.
극장이 등장하고, 당시 사용하던 필름이 불에 매우 약하고 화력이 좋다는 것, 릴 필름을 바꿔가며 영사기를 돌려야 하는 것, 4:3 비율의 흑백영화 등 영화에 관한 직접적인 것들도 있고, 레인 중위 팀이 극장에 잠입하기 위해 이중 스파이인 독일 여배우와 동행하면서 영화 스텝으로 분장하는 것, 연합군인 영국군 장교 가운데 독일어를 잘 하는 영화평론가가 극장에 잠입하기 위해 접선하다 죽게 되는데, 그가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줄곧 하고 있다. 이것은 타란티노가 영화의 백과사전이라는 것과 관계가 있다. 영화이야기라면 헐리우드에서 최고라고 자타가 인정하는 타란티노의 해박함이 영화 안에서도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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