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인마
한국 호러영화의 초기 작품. 시나리오도 좋고, 영화의 만듦새도 뛰어나다. 1965년 발표작이니 당시로는 상당한 센세이션을 일으켰을 영화다. 그 시기 최고의 배우였던 도금봉, 이예춘, 남궁원, 이애란, 추석양 등이 출연했고, 특수효과까지 써서 보는 즐거움이 있다.
영화는 독일 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은 느낌으로, 영화의 초반부는 프리츠 랑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분위기가 보인다. 삭막하고, 낯선 공간, 텅 비어 있는 공간에 긴 그림자가 드리우는 장면은 지금은 낯익은 표현이지만, 당시로는 꽤 진보적 표현방식이었다.
시나리오와 연출도 세련됐다. 낯선 공간, 뜻밖의 인물, 죽은 아내의 초상화로 시작하는 발단은 관객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아내의 초상화를 벽에 걸고부터 집에서 이상한 현상이 나타난다. 기괴한 소리가 들리고, 죽었던 아내가 살아 돌아온다. 
할머니는 절에 가서 불공을 들이다 귀신이 된 며느리에게 죽임을 당하고, 고양이의 혼이 할머니에게 빙의한다. 귀신은 다시 세 아이를 데려간다. 남자는 죽은 아내의 혼령이 나타나 가족을 괴롭히는 것에 충격을 받지만 여전히 이유를 알 수 없다.
아내의 혼령이 나타나는 이유는 영화 중반이 되어서야 조금씩 드러난다. 시어머니의 불륜을 알게 된 며느리를 쫓아내고, 집안 일을 도와주던 죽은 아내의 사촌동생을 아들과 결혼시키는데, 시어머니와 사촌언니를 갈라 놓은 것이 바로 그 사촌동생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이해관계로 얽혀 며느리이자 사촌언니를 죽이고, 남자와 결혼시킨다.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며느리의 혼령은 사찰의 지하 벽에 갇히고-이건 에드가 앨런 포우의 '검은 고양이'를 떠 올린다-그 사체는 고양이에게 먹히면서 혼령이 고양이에게 들어간다.
인과응보. 악행을 저지른 자는 반드시 벌을 받게 된다는 전통적 윤리관이 투영되어 있고, 서양의 표현주의 기법과 서양의 호러 서사-고양이를 악마로 표현하는 건 서양의 문화다-를 도입한 영화다. 

여기에 불교의 보살까지 등장하는데, 피해자인 며느리가 독실한 불교도여서 그를 위해 보살이 현현해 아이들을 보호한다. 보살은 악행을 저지른 자들을 징벌하는 며느리의 혼령을 보호하고, 모든 인과응보가 끝난 다음에는 아이들을 다시 돌려보낸다. 불교적 세계관이 등장하는 것은 이 시기의 관객들이 바라는 결과에 호응하기 위해서다. 60년대만 해도 기독교보다는 불교 세계관이 넓게 민중의 삶에 퍼져있었고, 부처보다는 보살이 서민에게 가까운 존재였다. 지금봐도 흥미롭고 재미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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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똥이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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