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돈 컴 녹킹
서부극 영화의 주인공으로 화려한 영화배우의 경력을 자랑하던 하워드는 어느날 영화촬영을 하다 말을 타고 도망친다. 주연배우가 사라진 촬영장은 혼란에 빠졌고, 영화사는 사립탐정을 시켜 하워드의 뒤를 추적하라고 말한다.
하워드는 입고 있던 영화용 의상과 신발, 말까지도 어느 시골마을의 노인이 입던 옷과 바꿔입고, 양말만 신은 채 철도를 걷고, 자동차를 빌려 타고, 시외버스를 타면서 어머니가 계신 네바다주의 엘코로 향한다. 엘코는 작은 마을로, 80번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마을이다. 80번 고속도로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카고, 클리블랜드를 지나 뉴욕에 이르는 대륙 횡단 고속도로다. 고속도로가 지나긴해도 엘코는 크지 않은 마을로 오래되고, 빛바랜 느낌의 마을이다. 이곳에 하워드의 어머니는 혼자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남편이 죽자 목장을 처분하고 도시로 나왔다. 아들인 하워드는 유명한 영화배우가 되었지만 20년 가까이 연락을 하지 않고 살았기에, 아들이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말을 들은 어머니는 아들의 신변에 어떤 일이 발생했다는 걸 직감한다.
하워드가 촬영장을 탈출한 이유는 어머니가 모아둔 신문 스크랩을 통해 드러난다. 하워드는 헐리우드 스타가 되고, 돈도 벌었지만 마약과 여자, 술로 인생을 스스로 망가뜨렸다. 
고향에 돌아와서도 달라진 것 없이 말썽을 일으키는 아들 하워드를 보고 그의 어머니는 몇년 전에 하워드의 아들을 낳았다는 여자에게 전화가 왔었다고 알려준다. 하워드는 결코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하지만,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한다. 그는 어머니가 알려준 몬태나주의 뷰트로 향한다. 뷰트 역시 15번 고속도로가 지나는 곳에 있는 작은 마을인데, 하워드가 이곳에서 영화촬영을 할 때 잠깐 만났던 여성이 있었다. 하워드는 어머니가 보관하고 있던 아버지의 자동차-1950년대 빈티지, 허드슨 위스프-를 몰고 뷰트에 도착한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20년 전에 만났던, 지금은 중년의 여성(제시카 랭)을 다시 만난다. 그녀는 하워드를 보고 마치 아침에 만난 사람을 보듯 너무도 자연스럽게 하워드를 대한다. 그동안 어디에 있다 왔느냐면서.

그녀는 작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고, 클럽에서 노래하는 청년을 가리키며, '당신 아들이에요'라고 무심히 말한다. 하워드는 노래를 마친 아들을 따라가고, 아들은 아버지인줄 모른 채, 자신을 따라오는 중년남자가 신경에 거슬린다. 시비 끝에 하워드는 자신이 아버지라고 밝히지만, 아들 얼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남자가 갑자기 나타나 아버지라고 하자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어 신경질을 폭발한다. 
하워드에게는 아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죽은 엄마의 유골을 가지고 뷰트로 돌아온 젊은 여성은 자기가 하워드의 딸이라고 말한다. 평생 혼자 살았고, 결혼도 하지 않았던 하워드에게 갑자기 아들과 딸이 나타났고, 그것은 하워드에게도 몹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하워드는 아들 얼이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하며 창밖으로 집어던진 소파에 오래도록 앉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가 20년 전에 아주 잠깐 만났던 여인과 자신의 아들이라고 말하는 청년을 만나러 온 것은 왜일까. 그는 답을 얻었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어리석음은 나아지지 않았다.
자신의 아들, 딸과 화해하지 못한 채 영화사에서 보낸 사립탐정에게 잡혀 촬영장으로 돌아가는 하워드는 아들 얼에게 자신이 타고 온 자동차 키를 건네준다. 할아버지가 탔던 차라는 말과 함께. 
이 영화는 '파리, 텍사스'에서 호흡을 맞췄던 시나리오 작가 샘 셰퍼드와 다시 작업을 한 것으로, 이번에는 샘 셰퍼드가 주인공인 하워드 역할을 했다. 이 영화가 20년 전에 만든 '파리, 텍사스'와 연결되는 지점은 주인공 하워드의 아들이 20대라는 점인데, 이는 '파리, 텍사스'에서 트레비스의 아들 헌터가 시간이 흘러 자랐다면 그 나이쯤 되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네바다도 텍사스만큼 메마른 땅이고, 풍경은 황량하다. 하워드는 화려한 영화배우로 살았지만 그의 삶과 내면은 황폐했다. 그가 술과 마약과 여자에 찌들어 살았던 것도, 마음의 안식을 얻을 사람과 장소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워드는 다시 촬영장으로 돌아가지만, 그가 계약을 마치고 이곳 작은 시골마을로 돌아올까. 그의 아들과 딸이 있는 곳, 그가 잠깐 사랑했던 여자가 있는 곳, 그의 영혼이 쉴 수 있는 곳. 아마도 그럴 거라고 우리는 믿고 싶다.



Posted by 똥이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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