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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유럽영화

소년의 시간

by 똥이아빠 2025. 3. 17.
소년의 시간
 
넷플릭스 시리즈. 엄청난 작품. 강력 추천. 고작 4부작이지만, 시나리오, 연출, 배우들의 연기 모두 완벽할 뿐 아니라 드라마가 다루는 주제도 신선하다. 4부작이면서 한 편마다 독립적 서사가 있고, 완결성을 갖추면서 네 편 전체에 흐르는 거대한 이야기가 마지막에 맞춰진다.
열세 살 소년 제이미는 어느 날 새벽,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에게 체포된다. 완전무장한 경찰기동대가 문을 부수고, 총을 겨냥한 채 가족들을 엎드리라고 소리치고, 소년의 방으로 들어가 체포하는데, 소년은 겁에 질려 바지에 오줌을 싼다. 경찰은 매우 심각한 상황처럼 행동하는데, 고작 소년 한 명을 잡으려고 자동소총에 중무장을 한 기동대가 출동하는 장면은 누가 봐도 지나쳐 보인다.
1편은 소년이 체포되는 장면부터 경찰서에 연행되어 필요한 조사를 받고 임시 구금되는 과정까지를 그린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매 순간과 과정이 핍진하고 치밀해서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장면이 이어진다. 경찰은 위협적으로 행동하는 듯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강력범죄자를 대하는 메뉴얼에 따른 행동이었다는 게 드러나고, 소년을 체포한 이후 경찰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미성년이면서 범죄용의자인 소년을 대한다.
경찰은 강력범죄 용의자로 제이미를 체포했지만, 그가 미성년이라는 점을 감안해 곧바로 보호자를 붙여주고, 아버지가 모든 조사에 참석하도록 한다. 그리고 간호사와 변호사를 불러 제이미에게서 채혈하고, 변호할 권리를 보장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과장 없이 건조하면서 당연하다는 듯 보여지는 영국 경찰의 모습을 보면서, 인권을 먼저 생각하는 경찰과 이런 문화를 만든 나라가 선진국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른 면으로 보면, 영국 경찰이 한 행동은 지나치고 융통성이 없어 보인다. 고작 열세 살 소년을 체포하려고 경찰기동대까지 투입하는 건 누가 봐도 지나쳐 보인다. 그저 사복 경찰 두 명이 찾아가서 문을 두드리고, 소년은 안심시키면서 경찰서로 데리고 와도 아무 문제 없을 걸로 보이는데, 너무 매뉴얼에 얽매여 행동하는 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하면, 미성년이라고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강력범죄를 대하는 경찰의 태도가 일관하지 않게 되고, 매뉴얼에 따르지 않는 체포 절차는 그 자체로 위법한 행위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할 수 있다.
제이미의 가족은 국선변호사를 선택한다. 가족변호사가 없다는 걸 확인한 경찰이 제이미의 가족에게 제안하고, 가족이 받아들이면서 국선변호사가 오는데, 발 빠르게 도착한 국선변호사는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수행하고, 제이미가 경찰 조사를 받을 때 입회해 도움말을 준다. 이때 국선변호사가 제이미의 가족에게 하는 말 가운데, 아무리 강력범죄 용의자라 해도 미성년자에게는 채혈이나 지문 채취, 신체 검사 등을 다 하지는 않는데, 이런 검사를 다 하는 걸 보면 경찰이 강력한 증거를 가졌다고 봐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경험 많은 국선변호사는 제이미가 미성년자로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잘 알고, 그가 받는 조사가 어떤 의미가 있는 지 이미 알고 있다.
제이미는 경찰이 묻는 말에 대답을 하지 않거나 부인하는데, 경찰은 구체적 증거를 하나씩 보이면서 제이미가 자백하도록 만든다. 인스타그램에서 오고간 제이미와 그의 친구들의 사진과 댓글들, 사건이 발생한 날 CCTV에 찍힌 제이미의 동선과 장면들이 하나같이 제이미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제이미는 끝까지 모른다고 말한다.
결국 경찰은 CCTV에서 확보한 동영상을 제이미와 변호사, 동석한 제이미의 아버지 앞에서 공개한다. 그 영상은 충격적이면서 제이미가 자기 행동을 부인할 수 없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제이미는 끝까지 자기가 하지 않았다고 부인한다. 하지만 제이미의 아버지, 국선변호사는 그 장면을 보고 제이미가 한 행동이 돌이킬 수 없는 범죄라는 걸 분명하게 인지한다.
그럼에도 제이미가 범행에 쓴 흉기인 칼이 발견되지 않았고, 제이미가 '친구'라고 보이는 케이티를 살해한 '동기'를 알 수 없는 경찰은 제이미의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다. 제이미는 경찰서 유치장에 일시 갇히게 되는데, 제이미는 가족과 멀어지면서 두려움과 공포와 슬픔이 뒤섞인 울음을 터뜨린다. 그런 감정은 제이미의 가족도 마찬가지여서, 부모와 누나는 큰 충격을 받고, 불과 열세 살 아이가 '살인 혐의'로 체포된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2편은 수사 담당 경찰인 배스컴 경위와 프랭크 경사가 제이미가 다니는 학교를 방문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이미 구체적 물증을 확보했지만, 범행에 쓴 흉기인 칼을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칼의 행방과 제이미가 저지른 범행의 동기를 알아보려고 학교를 방문한 두 경찰은 학교의 도움으로 제이미의 친구들을 만난다.
하지만 제이미의 학급이나 친구들에게서는 어떤 정보도 알아내지 못한다. 2편에서 두 명의 경찰이 제이미가 다니는 학교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장면들은 단지 제이미의 친구들을 만나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는 내용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제이미는 지역의 공립학교를 다니는데, 학교에서는 끔찍한 냄새가 나고, 학생들(청소년)은 끊임없이 떠들고, 제멋대로 행동하며, 선생들은 여기저기서 소리를 지르고, 학생들을 윽박지른다.
이런 모습이 마치 편집되지 않은 필름처럼, 롱테이크로 이어지며 학교 건물 곳곳을 끊이지 않고 움직이며 보이고, 선생과 어른에게 대들고, 모욕하는 한편 자기들끼리로 패거리를 지어 약해 보이는 학생을 괴롭히는 모습을 보인다. 청소년들은 어른을 믿지 않는다. 선생도 어른이고, 부모도 어른이지만 그들 모두 청소년들의 시각에서는 자기들을 짓밟고, 억누르고, 억압하는 나쁜 존재들로 비친다.
학교에서 따돌림은 당연한 일상이고,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은 누구에게도 이런 고통을 말하지 못한다. 그런 내용을 어른들 - 선생님, 부모님 등 - 에게 말하면, 그 다음에는 더 큰 괴롭힘과 보복이 두렵기 때문이다. 배스컴 경위의 아들 애덤도 제이미가 다니는 학교에 다니지만 학년은 두 학년이 높아서 제이미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 하지만 애덤 역시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는 처지였지만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못)는다. 배스컴 경위와 애덤의 에피소드는 2편에서 잠깐 등장하지만 깊은 감동을 준다. 배스컴에게 애덤은 친자식이 아니었고, 청소년인 애덤과 친밀하게 지낼 기회가 없었다. 부자 사이였지만 늘 어색한 사이였던 배스컴과 애덤은 제이미 사건을 계기로 가까워진다.
배스컴이 학교에서 제이미의 친구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얻으려 하지만 실패하는데, 그건 배스컴을 비롯한 어른들이 청소년 문화를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보다 못한 애덤이 배스컴을 따로 불러 청소년들이 소통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애덤이 알려주는 청소년 또래 문화는 제이미 부모들도 전혀 모르는 내용이었고, 배스컴도 애덤이 알려줘 알 수 있었던 내용이었다. 애덤의 이야기를 듣고 배스컴은 자신이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자식인 애덤에게 얼마나 소통하려 노력하지 않고, 무관심했는가를 깨닫는다. 배스컴이 하교하는 애덤을 기다려 함께 밥 먹자고 하는 장면, 애덤이 '중국집에 가, 거기 맛있는 바비큐 소스 있어.'라고 말하는 장면은 자식이 있는 부모라면 가슴 뭉클한 장면이다. 아이들은 늘 성장하고, 그 자체로 훌륭하다. 다만 부모, 어른들이 아이들의 진심을,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거나, 이해하지 못할 뿐이다.
청소년 시기는 길들지 않은 야생마처럼 목적 없이 질주하는 때이기도 하다. 생물학적으로도 호르몬 작용이 왕성하고,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의 중간에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는 불안하고 두려운 시기라는 점이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3편은 그 자체로 하나의 모노드라마다. 제이미는 '청소년 보호훈련센터'에서 지내고, 체포된 지 7개월이 지났다. 교도소는 아니지만 미성년 범죄자들이나 여러 검사를 통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사람을 수용해 상담과 교화를 하는 곳인데, 제이미는 이 곳을 '정신병원'으로 인식한다.
제이미는 정기적으로 상담을 하는데, 상담사는 임상 심리학자가 맡고, 상담 내용은 재판에서 판사에게 제출되어 판결의 근거로 쓰인다. 따라서 제이미가 하는 말과 행동은 매우 중요하고, 임상 심리학자는 제이미의 말과 행동을 통해 그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려 한다. 제이미를 찾은 임상 심리학자 애리스턴은 이미 제이미를 네 번 만났고, 이제 다섯 번째 만남이다.
애리스턴은 제이미가 좋아하는 핫초코와 치즈샌드위치를 건네며 우호적으로 대한다. 애리스턴이 묻고, 제이미가 대답하는 형식이지만, 애리스턴이 하는 질문은 제이미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제이미는 여전히 자기가 케이티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명백한 증거가 있어도 끝까지 그 사실을 부인하는데, 그건 제이미가 자신이 한 행동이라고 인정하는 게 두렵고 끔찍하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애리스턴은 질문을 던지면서 제이미가 케이티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제이미가 생각하는 여성의 의미, 이성을 대하는 태도, 제이미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묻는데, 자연스럽게 아버지 이야기를 꺼낸다. 제이미가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버지와 관계가 어떤지, 아버지의 취미, 친구들과 지내는 일상까지.
청소년인 제이미가 이성을 어떻게 생각하고, 좋아하는 이성이 있는지, 데이트는 했는지, 성 지식은 있는지, 이성과 성적 접촉은 어디까지 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묻는다. 제이미는 이런 질문들이 낯설고,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질문이라 당황하기도 하고,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나 자기가 모욕적이라고 생각하는 질문에 짜증을 폭발하기도 한다.
임상 심리학자 애리스턴은 보통 체구의 여성으로, 제이미가 위협적인 행동을 할 때도 침착한 모습을 보이지만, 제이미의 돌발행동과 위협을 보고 느끼면서, 제이미가 또래 여자에게 느꼈던 감정과 심리 상태를 미루어 짐작한다. 즉 평소에는 온순하고 평범한 소년이지만, 어느 순간 자신도 주체할 수 없게 폭발하는 청소년의 이상 심리상태를 보이고, 제이미에게는 그런 과잉 심리를 자극한 계기가 있었다는 걸 대화를 통해 알아낸다.
2편에서 배스컴 경위가 아들 애덤의 이야기를 듣고 알아낸 것처럼, 제이미가 말하는 학교에서 따돌림 특히 이성(여성) 사이에서 80대 20의 법칙이 작동하고, 한 번 배제된 남자 청소년은 그 집단에서 영원히 배제된다는 그들 사이의 따돌림 문화와 제이미의 잘못된 판단이 결합해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걸 알게 된다.
제이미는 집에서나 학교에서 조용한 학생이고, 온순하고 평범해 보이는 학생이지만, 그의 내부에서 들끓고 있는 욕망과 욕구, 불안한 정서, 집단 속에서 소외당하는 괴로움과 이성(여성)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자신이 못 생겼다는 가스라이팅으로 고통스러워했다.
하지만 제이미 내면에서 자라는 남성우월주의, 가부장적 태도, 폭력에 의지하려는 강압적 태도 등이 범행을 저지른 또 다른 동기라는 걸 상담을 통해 드러낸다. 제이미는 인지하지 못하지만, 임상 심리학자 애리스턴은 제이미가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서, 제이미의 아버지에 관해 질문할 때부터 불편한 모습을 보인 제이미의 심리를 읽는다.
제이미가 드러내는 폭력성은 그가 보고 자란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으로 알 수 있다. 제이미의 아버지는 단 한 번도 가족에게 폭력을 쓰지 않았지만, 자주 화를 내고, 기물을 부수는 행동을 통해 폭력을 발산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이미는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의 폭력에 위축된 상태였고, 학교에서는 무시당하고, 이성에게는 배제되는 존재로 학교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런 복합적 심리 상태에서 자기를 무시하고 집단 따돌림을 주도한 케이티에게 관심을 가졌지만, 돌아오는 건 냉정하고 모욕적인 비웃음 뿐이었다.
4편은 제이미 가족의 이야기다. 다시 몇 달이 흐르고, 제이미는 곧 정식 재판을 앞두고 있다. 제이미의 아버지 에디 생일날이고, 에디의 아내 만다는 에디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한다. 하지만 에디의 차에 누군가 페인트로 '강감법'이라고 써 놓았고, 가족의 평온은 깨진다. 세 식구는 철물점으로 가서 페인트를 구입해 차에 쓴 낙서를 지우는데, 이때 철물점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이 에디에게 제이미와 가족을 응원한다며 힘내라고 말한다. 좁은 지역사회에서 제이미 사건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제이미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주로 남성 청년들로, 이들은 '인셀' 문화가 80대 20의 법칙을 통해 80%의 남성들은 여성에게 소외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여성들이 집단으로 남성을 따돌리는 문화에 분노하고 있다. 제이미는 그런 남성으로, 자신을 대신해 여성을 응징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제이미를 옹호하고 응원하는 것이다.
만다는 차라리 여기를 떠나 리버풀로 돌아가자고 에디에게 말하지만, 에디는 돌아가면 오히려 더 힘들고 나빠질 것이라고 말한다. 에디의 생일을 축하하려던 하루는 불쾌하게 시작하지만 가족들은 철물점을 다녀오는 차안에서 옛날 추억을 이야기하며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제이미가 전화해 유죄를 인정하겠다는 말을 한다.
운전하며 스피커폰으로 가족 모두가 듣는 제이미와의 통화는 곤혹스럽고 마음이 무겁다. 지금까지 무죄를 주장했던 제이미였는데, 그가 마음을 바꾸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제이미가 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면 - 인정하지 않더라도 - 최소한 몇십 년에서 최고 무기징역을 살아야 하는 냉혹한 현실이 눈앞에 있다.
에디, 만다, 사라는 저마다 비통한 심정이지만 일상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그들은 영화를 보고, 외식을 할 계획이었지만 포기한다. 에디와 만다는 제이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가 커가면서 점차 자기만의 벽을 만들고, 자신의 세계에 부모가 간섭하거나 침입하는 걸 경계하며 분노한다는 걸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에디는 어릴 때 아버지에게 심하게 맞으며 자랐다고 말한다. 심지어 허리띠로 채찍처럼 맞기도 했다는데, 그래서 더욱 자신이 아이를 낳으면 절대 때리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에디는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물리적 폭력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만다의 눈에 에디는 제이미의 우상이었다. 어릴 때는 아버지가 아들의 우상이라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아버지가 아들이 바라는 그런 멋진 모습이 아니었을 때, 아버지도 평범한 사람이고, 부족한 인간이라는 걸 아들이 이해할 수 없는 어린 아이라서, 설명할 수도 없을 때, 아버지도 절망한다.
아버지는 아들을 사랑하지만, 어떻게 말하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른다. 아버지가 되는 것도 처음이고, 어린 아들을 키우는 것도 처음이기에, 자신이 부족하다는 걸 알면서도 또는 모르는 상태에서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에디도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그는 노력했고, 애썼지만 아들 제이미는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가 되었다. 에디는 스스로 부끄럽다. 잘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당한 폭력은 당연했고, 자신은 더 나은 아버지, 가장이 되려고 노력했다.
영국의 중하층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나 자란 에디는 배관공이 되었고, 나름 성실하게 살고 있다. 그는 많이 배우지 못했지만,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 좋은 가장이 되려 노력했고, 지금도 노력하는 사람이다. 딸은 이제 대학에 들어갔고, 아들은 중학교에 다니고, 먹고 살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되는,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지만 무난한 일상을 영위하는 에디의 가족이었지만, 아들 제이미가 살인을 저지르고 어쩌면 평생을 감옥에서 지내야 할 처지가 되었다.
에디는 아들 제이미에게 더 잘 해주지 못한 걸 후회한다. 더 다정하게, 더 따뜻하게,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놀고, 이야기 하는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한 걸 후회한다. 그가 울음을 삼키며 흘리는 눈물에는 아들을 향한 진한 사랑과 통한의 피가 섞여 있다.
자식을 둔 부모라면, 특히 아버지라면 이 드라마가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몰입하게 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봤다. 내가 지금도 아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과 마음 깊은 곳에 죄책감을 갖고 있기 때문일 수 있지만, 내가 아들에게 최선을 다했는지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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