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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돌로레스 크레이본

by 똥이아빠 2011.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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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레스 클레이본 - 10점
/워너브라더스


어제 저녁에 갑자기 영화를 보러 가겠다는 생각을 했다영화는 돌로레스 클레이본이었다이 영화가 마음을 끌었던 것은 몇 가지 중요한 이유 때문이었다이 영화의 주인공이 바로 케시 베이츠와 제니퍼 제이슨 리이다케시 베이츠는 생존하는 여배우 가운데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이다영화 미저리와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에서도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었으며 미저리에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상을 받은 것과는 전혀 관계없이 나는 케시 베이츠 아줌마를 좋아한다그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케시 베이츠라는 한 사람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케시 베이츠는 이미 오래전부터 연극무대에서 연기를 해왔었다영화에서 발견한 그이의 아름다움은 별다른 것이 없다케시 베이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이의 외모가 참으로 평범하다는 것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다나이도 있고 몸도 뚱뚱하고 키도 별로 크지 않은옆집 아주머니같은 수수함이 있는 보통의 중년 여성이다.

하지만 케시 베이츠에게는 다른 사람에게서 발견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나는 그이를 처음 영화에서 보자마자 한눈에 반해버리고 말았다조금도 숨김없이 솔직한 고백이다영화 미저리에서 싸이코 전직 간호사 역할을 맡았던 케시 베이츠는 완벽한 연기로 영화를 이끌어나갔다그리고 완벽한 연기의 중심은 얼굴 표정특히 눈빛의 연기에서 나오고 있었다케시 베이츠의 눈빛은 선과 악아름다움과 추악함사랑과 저주의 감정을 순간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물론 눈빛만으로 연기를 할 수는 없지만 그이의 온몸에서 나오는 연기의 결정이 눈과 눈빛의 표정에서 절정을 이루는 것은 분명하다.

케시 베이츠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그이는 타고난 연기자라는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세상의 어떤 배우보다 완벽한 연기를 한다고 나는 자신한다보통 여성 배우의 연기는 남성 배우에 비해 낮게 평가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자 관행이었다이를테면 세계의 대배우를 들었을 때말론 브란도를 비롯해 몇 명이 내리 남성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여성의 연기력이 낮게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역사적사회문화적 배경은 차치하고 이제 연기력으로 따지자면 케시 베이츠와 같은 대배우가 대접을 받아야한다고 믿는다. ‘미저리에서의 그 천진과 악마의 눈빛이 교차하던 표정연기와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에서 평범한 여성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당당한 여성으로 바뀌는 드라마틱하고 유쾌한 연기를 보면 케시 베이츠가 자신의 역할을 얼마나 완벽하게 이해하고 소화한 다음 연기를 하는지 알 수 있다.

미모와 몸매를 바탕으로 육체과시형’ 배우들이 판을 치는 요즘 내면의 복잡한 심리와 지성에 바탕을 둔 연기를 하는 순수한 연기파 배우들이 더욱 귀중하게 생각된다케시 베이츠는 좋은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지성파 배우이며 그이의 완벽한 연기는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믿는다.

내면의 연기로 말하자면 제니퍼 제이슨 리도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영화 부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에서 따뜻한 마음을 가진 창녀로 연기를 했던 제니퍼는 나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그이 역시 1994년 최우수 여배우로 선정되었으며 1995년에 영화 조지아로 몬트리올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아 그이만의 개성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영화 부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의 영화음악 가운데 ‘a love idea’는 내 영혼을 흔들었다고 말할 만큼 아름다운 곡이었다이 곡과 함께 제니퍼의 연기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제니퍼는 케시 베이츠만큼 충격을 주지는 못했다아직 그가 출연한 영화를 몇 개 못본 탓도 있지만 좋은 배우라는 인상 외에는 아직 이렇다하게 마음을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

이 두 주연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이니 나로서는 너무나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영화의 내용이 어떻든 케시 베이츠만 보기 위해서라도 나는 갔을 것이다나는 영화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바로 감독을 보는 것이다어떤 감독이 어떤 영화를 만드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우리가 어떤 소설가의 이름을 보고 책을 사듯이 영화는 영화감독의 이름을 보고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그리고 이 기준은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옳다고 믿는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면 바로 케시 베이츠와 같은 배우 때문이다케시 베이츠에게 보내는 나의 무조건적인 신뢰와 애정은 바로 그의 연기력에 있기 때문이다이렇게 한 배우의 연기력을 완벽하게 믿는 것도 힘들지만 나는 케시 베이츠를 무조건 신뢰한다사랑하기 때문에.

케시 베이츠를 믿고 사랑하는 것 때문에라도 갔겠지만이 영화의 원작자가 바로 스티븐 킹이라는 사실이 또 나를 들뜨게 했다스티븐 킹이 누구인가? ‘미저리를 쓴 작가이고 쇼생크 탈출을 작가가 아니던가나는 영화 미저리를 보고 나서도영화 쇼생크 탈출을 보고 나서도 스티븐 킹이라는 작가를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았었다그저 글 잘쓰는 추리소설가 정도로 여겼을 뿐이다그런데최근에 어느 통신망에서 스티븐 킹이 쓴 소설 쇼생크 탈출을 구해서 읽을 기회가 있었다어떤 분이 애써 영문을 한글로 번역해 놓은 것이었는데분량도 만만치않았다.

그 소설을 읽고나서 나는 스티븐 킹을 단순한 추리작가로 여기지 않고 아주 훌륭한 작가로 인정했다스티븐 킹은 존경할만한 작가이다소설쇼생크 탈출을 읽으면서 나는 영화보다 훨씬 더 많은 감동을 받았으며 영화를 볼 때보다 더 많은 상상과 자유의 갈망을 꿈꾸게 되었다이렇게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작가라면 분명 훌륭한 작가이다그를 단순히 대중작가로 치부해버리기에는 그의 작품이 너무 좋았다.

원작 소설의 훌륭함과 함께 뛰어난 명배우가 등장하는 영화를 안본다는 것은 영화와 철천지 원수지간이 아닌 다음에야 거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그래서 이 영화 돌로레스 클레이본을 보게 된 것이다.

이 영화는 상영시간이 무려 2시간 15분이나 된다. 135분나 되는 긴 시간동안 스펙타클하지도폭력이나 섹스가 난무하지도스피드와 환상이 나타나지도 않는다어찌보면 아주 심심한 영화일 수 있는 것이다그런데 2시간 15분이 마치 한 30분 정도 지난 것처럼 조금도 지루하지 않게 빠르게 흘러갈 수 있었던 것은 어떤 까닭일까.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인 돌로레스 클레이본이 가지고 있는 탄탄한 구성력이 먼저 떠올랐다원작이 훌륭하면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당연히 그보다 더 탄탄한 구성력을 가지게 된다순서는 영화에 맞게 바뀌지만 당연히 극적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원작과는 다른 형태를 보이게 된다소설과 비슷하게 이 영화에서도 문제를 던지고 하나씩 풀어나가는 추리기법을 동원했다.

주인 마님인 베라의 살인범으로 몰리는 돌로레스돌로레스를 구속하기 위해 사건을 맡은 존 매키 형사돌로레스의 딸인 셀레나를 사건에 끌어들이는 것도 역시 존 매키였다. ‘베라의 살인사건을 계기로 15년만에 고향을 찾은 셀레나그리고 18년 전에 발생했던 돌로레스의 남편이자 셀레나의 아버지 의문의 실족사가 함께 물리면서 사건은 혼란과 미궁 속에 빠진다.

이 영화는 등장인물이 상당히 적은 편에 속한다돌로레스그의 딸 셀레나돌로레스의 술주정뱅이 남편부자집 마나님 베라형사 존 매키가 거의 전부이다이들이 길게는 25년 전부터 현재까지를 동시에 연기하는 것이다조연으로 나오는 마님 베라역을 맡은 쥬디 파피트의 연기도 상당히 인상 깊었다젊은 마나님에서 중풍든 늙은이까지 상당히 어려운 역을 자연스럽게 해냈고 이지적이고 냉정한 차가움에서 점차 돌로레스의 친구로 바뀌는 그 따뜻한 인간성의 표현이 마음 아프면서도 감동을 주었다또한 정의의 화신인 존 매키 형사 역을 맡은 크리스토퍼 플로머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바로 일곱 아이의 아버지인 폰트랩 대령 역을 맡았던 유명한 사람이다연륜이 있는 만큼 연기력 또한 든든하게 뒷받침을 해주고 있었다.

이 영화에서는 몇 개의 함정과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아주 자세하게 논의하는 것은 이 글의 한계로 접어두고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자먼저,여성의 우정을 들 수 있을 것이다이 영화를 페미니즘’ 영화라고 평가할 수도 있을 만큼 여성의 입장을 전면에 드러내고 있다영화에서 여성의 우정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25년 전에 돌로레스는 부자집의 하녀로 들어간다주인마님은 물론 베라이다이 둘은 당연히 주인과 하녀의 사이로 시작한다하지만 겨울 여행을 떠났던 베라와 남편 잭은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으면서 베라만이 돌아오게 된다그전에 설정된 내용은 베라의 남편 잭이 아내에게 무관심하고 애정도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베라가 돌로레스를 완전히 신뢰하게 되었을 때베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한다돌로레스가 몇 년동안 푼푼이 모아두었던 돈을 은행에서 빼낸 술주정뱅이 남편이 딸인 셀레나까지 성폭행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돌로레스는 그 충격 때문에 깊은 절망과 슬픔에 잠긴다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본 세라는 자신에게 모든 것을 말하라고 설득하고 돌로레스의 말을 들은 베라는 자신이 어떻게 남편을 죽였는지 말한다그리고 더 큰 사랑을 위해 고통을 참아야 한다고 돌로레스를 위로한다.

관객은 이미 모든 정황을 알아차린다베라는 잭의 차브레이크를 고장낸 다음 교통사고로 죽은 것처럼 만들었다말을 하지 않았지만 베라는 돌로레스의 술주정뱅이 남편을 죽이라는 암시를 한다두 여자의 우정은 이렇게 같은 고통을 이해함으로써 이루어진다동일한 대상남편이라는 남성지배의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한 공감대를 통해 여성의 우정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15년 전에 집을 떠나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고 전화조차 하지 않았던 딸 셀레나와 돌로레스의 우정이다두 사람은 모녀사이지만 딸은 엄마를 증오하고 있었다엄마가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이 오해는 엄마의 솔직한 고백을 통해 풀리게 된다셀레나는 엄마가 자신을 위해 얼마나 큰 고통을 감수해야 했는지 마침내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두 사람의 화해로 이 사건은 행복한 결론으로 나아간다.

여성의 우정이 영화의 한 축을 이루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서 남성들은 폭력을 통해 여성을 억압하는 남성지배를 드러내고 있다돌로레스의 남편은 술주정뱅이에다 아내를 구타하는 전형적인 악당이다게다가 아내가 푼푼이 모은 딸의 장학금 통장을 털어서 도박과 술로 날리거나 딸을 성추행하는 인간쓰레기이다결국 아내의 꾀임에 빠져 죽음을 당하지만 그의 죽음을 아무도 동정하거나 슬퍼하지 않는다돌로레스가 은행에 쫓아가서 은행장에게 따질 때 이와 같은 내용이 나온다돌로레스는 자신이 여자였기 때문에 남편이 자신 몰래 통장을 해약할 때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만일 남편의 통장을 몰래 돌로레스가 해약하려 했다면 당장 전화를 걸어 확인했을 것이라는 말을 한다모든 남성은 여성을 얕잡아보거나 우습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폭로되고 있는 것이다.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도 마찬가지이다. 30년동안 86건의 살인사건을 맡았던 존 매키 형사는 그 가운데서 85건을 해결했다정말 훌륭한 형사가 아닐 수 없다하지만 단 한 사건바로 18년전 돌로레스의 남편이 실족사한 사건에 대해서는 살인사건이 아니라 실족사로 처리를 하고 말았다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기 때문에 돌로레스를 기소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사건 이후 존 매키 형사는 자신의 명예에 오점이 남았다고 생각하고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베라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돌로레스의 사건을 맡는다자신의 명예를 위해 돌로레스를 살인자로 몰아가려는 존 매키 형사의 태도는 마지막에 셀레나의 날카로운 기자 본연의 모습이 나오면서 참담하게 무너진다.

이 영화가 가지는 또 하나의 아름다움은 영상에 있다영화는 영상의 미학으로 보여지는 것이다스토리와 주제가 아무리 좋아도 영상이라는 구체적인 표현이 아름답지 못하면 실패할 여지가 많은 것이다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매우 신선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한 장면에서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데컬러를 달리해서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고 있다또한 이미지의 흐름이 동일한 현상이를테면 문을 닫는다든가 커피를 마신다든가 하는 행위에서 연속적으로 과거와 현재로 이어지고 있어서 자연스럽고 흥미있게 보였다.

135분동안 조금도 지루하지 않게흥미진진하고 감동에 젖어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를 만들려면 적어도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수없이 많은 오락용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영화가 사회와 역사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영화는 단순히 오락의 기능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서 감정을 정화하는 수단으로 작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단순히 감정을 정화한다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영화는 현실에 대한 심각한 발언을 해야할 의무가 있으며 사회를 개혁하고 변혁하는 도구로도 사용되기 때문이다어쨌거나 긍정적인 의미에서 이 영화는 삶의 내면을 일깨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돌로레스 클레이본
감독 테일러 핵포드 (1995 / 미국)
출연 캐시 베이츠,제니퍼 제이슨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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