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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2009년

2009년-우리동네음악회 100회 기념

by 똥이아빠 2012.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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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사람들’이 북한강변에 모였다. 사진 왼쪽부터 주민 김청광씨, 이금복 서종면 면장, 정연심 부회장, 류재관 주민자치위원장, 주민 김영승씨, 이근명 부회장, 음악평론가 탁계석씨, 주민 백건우씨. |강윤중기자 



10년간 이어온 양평군 서종면 ‘우리동네 음악회’

“우리 마을에 오케스트라가 왔어요.” 면사무소 2층에 마련된 소박한 연주회장.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 500원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연주회장 입구에서 표를 팔고 연주 프로그램도 나눠준다. 중학생 봉사자들은 부지런히 움직이며 객석에 의자를 배치한다. 모두 200여석. 일과를 마친 마을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는다. 키 작은 아이들은 앞에 앉고 어른들은 뒤에 앉는다. 서울에서 내려와 정착한 화가와 소설가도, 과수원에서 일하다 옷 갈아 입고 나타난 김씨 아저씨도, 구멍가게 주인 박씨 아줌마도 이날은 모두 객석의 ‘귀빈’이다. 인구 약 6700명의 경기 양평군 서종면에서 10년째 열어오고 있는 ‘우리동네 음악회’. 철저하게 주민 자치로 이뤄져온 이 소박한 음악회가 이달 22일로 100회째를 맞는다. 

음악회를 이끌어온 이들은 ‘서종사람들’이라는 주민 모임이다. 160명이 넘는 회원들의 면면이 다양하다. 서울에서 이주해온 예술가들을 비롯해 지역 농민, 자영업자, 중소기업 사장, 직장인 등이다. 

회장을 맡고 있는 민정기 화백(60)은 “초등학교 강당에서 첫 음악회를 열 때만 해도 100회를 맞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면서 “처음에는 외지에서 이주해온 예술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진행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주민들의 자발적 문화로 뿌리내리게 돼 마음이 뿌듯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80년대 ‘현실과 발언’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민중미술 초기의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평가받았던 그는 “22년 전 서종면으로 삶터를 옮겼다”고 했다. 민 화백은 그때부터 양평의 산수를 화폭에 옮기는 일에 주력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문화로 교감하는 일에도 열정을 쏟았다. 미술관도 열고 환경미술제도 개최했다. 서종면 아이들과 ‘우리동네 그리기’도 하고 ‘올챙이와 개구리전’ 같은 생태 미술전도 열었다. 그는 “음악회 초기에 참가했던 코흘리개들이 이제 고등학생, 대학생으로 성장해 진지하게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동네 음악회’가 순풍에 돛단 듯 달려온 것은 아니다. 이근명 부회장은 “예산이 부족한 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연주자들에게 소액의 공연료를 지불하는 것도 벅찼고, 야외 무대를 설치하고 조명과 음향시설을 갖추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고 했다. 그동안 가장 큰 ‘자금줄’은 열성적인 후원회원들이었다. 정연심 부회장은 “서울에서 가끔 친구들이 내려오면 10만원씩 기부하게 했다”며 웃었다. 그래도 ‘서종사람들’은 “올해부터 군청과 경기문화재단에서 약간의 지원금을 받게 됐다”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이 부회장은 “우리가 재력은 부족해도 뛰어난 인력은 아주 많다”며 “면장님도 스태프 가운데 한 명”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동네 음악회’는 아마추어 연주자들의 무대가 아니다. 지난 10년간의 공연 중에는 서울의 번듯한 공연장에서 5만~6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던 ‘비싼’ 공연들도 적지 않다. 체코의 프라하 브라스 앙상블, 아이리쉬 체임버 오케스트라,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 주역 가수들, 러시아 국립 남성합창단, 모나코 왕실 소년합창단 등 쟁쟁한 커리어의 연주팀들도 ‘우리동네 음악회’에서 주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가끔 초등학생들이 “오늘은 300원밖에 없어요”라며 입장료를 흥정하기도 한다. 그래도 얼마든지 좋은 자리에서 공연을 볼 수 있다. 한때 입장료를 2000원으로 ‘대폭’ 올렸다가, 주민들 대부분이 “비싸다”며 반대하자 1000원으로 되돌렸던 적도 있다. ‘서종사람들’ 회원인 음악평론가 탁계석씨는 “비록 액수가 적더라도 입장료를 받는 것이 옳다”며 “문화는 공짜로 얻는 게 아니라 돈을 내고 사는 것이라는 점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공립 단체나 정부가 주도하는) ‘찾아가는 음악회’는 지역 주민을 시혜의 대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많다”며 “지역 자체가 자생적인 문화 인프라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100회째인 22일에는 서울의 강남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서종면을 찾는다. 국내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주민 자치 음악회를 10년째 이끌어온 ‘서종사람들’은 “우리 마을은 다양한 계층이 함께 어울려 사는 곳”이라며 “한달에 한번 열리는 ‘우리동네 음악회’가 명실상부한 동네 잔치가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031) 771-8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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