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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웨스턴 애비뉴

by 똥이아빠 2015.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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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웨스턴 애비뉴

 한국인의 이민은 100년전부터 있어왔다. 최초의 서양이민은 하와이의 사탕수수농장 노동자였으며 조선민족의 비참한 역사적 현실과 맞물리는 시대적 상황이었다. 특히 70년대의 이민 붐은 팍스아메리카나를 꿈꾸는 미국인들과 그들에게서 무조건적인 희망을 느끼며 비판없이 받아들였던 양키문화에 이끌린 ‘환상의 이민’이었다. 무조건 미국에만 가면 한밑천 잡고 잘 살 수 있다는 허황한 꿈을 가지고 너도나도 미국으로 건너갔다. 가난한 조국보다는 배부른 거지로라도 외국에서 살고싶은 그 참담한 현실을 비난할 수는 없지만 분단된 조국, 가난한 제3세계인 한국의 실정은 이민을 생존의 도피처로 삼을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을 만들었던 것이다. 바로 그 시기에 이민한 한 가족의 이야기가 바로 ‘웨스턴 에비뉴’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미국에서 자란 매리언(수지)과 그 형제들은 자신들을 잘 키우기 위해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은 부모님들의 뜻에 따르지 않고 미국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부모들은 한국적(유교적) 사고방식으로 자식들을 간섭하고 갈등을 일으키며 돌이킬 수 없는 이질감을 느낀다.
 동양인으로 인종적 차별이 심한 미국인 사회에서 어떻게든 완벽한 미국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민 2세들. 그러나 그들은 결코 완벽한 미국인이 될 수는 없다. 매리언은 다니던 의과대학을 포기하고 드라마공부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딸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들과의 갈등으로 매리언은 집을 나오고 만다.
 미국인과 동거를 하며 스스로 자립을 하려던 매리언은 결국 실패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는 가운데 두순자사건과 로드니킹 사건이 서로 연결되면서 로스엔젤레스에서는 폭동이 일어나고, 한국인과 흑인 사이에는 피할 수 없는 대결이 벌어진다.
 결국 매리언의 둘째 오빠와 매리언의 흑인남자친구가 총에 맞아죽고 사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만다.
 이 영화는 미국에 이민온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이민 1세와 이민 2세가 미국에서 각각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가는가를 나름대로 충실하게 보여주고는 있지만, 감독의 의도와는 달리 영화는 일관된 흐름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것은 영화의 앞부분과 뒷부분이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상태로 진행되는 점에서 그러한데, 앞부분은 매리언의 방황과 갈등과 고통스러운 적응과정과 그 실패가 드러나는 부분이고 뒷부분은 집으로 돌아와 평온을 되찾는 매리언보다는 로스엔젤레스에서 벌어진 폭동과정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상황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따로 떨어져 관객에게 인식되고 있다. 특히 앞부분에서 지루할 정도로 계속되는 매리언의 일상사와 정사장면은 뒷부분에서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으므로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
 이민 2세가 미국사회에서 적응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다가 결국 실패한다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서로 뿔뿔히 흩어졌던 가족들이 마침내 하나로 만나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과정으로서의 방황인지가 분명치 않고 스토리전개에 무리가 따르고 있다.
 감독이 무슨 말을 할려는지 그 의도는 짐작하겠지만, 미국사회에서 한국인들이 적응해가는 방법과 흑인들과의 갈등이 생기게 된 원인, 한국인의 잘못된 점들을 보다 현실적이고 직접적으로 다루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한국인과 흑인과의 갈등 부분이다. 하지만 흑인의 폭력적인 모습에 비해 한국인들이 평소에 흑인들에게 어떻게 대해왔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흑인들이 가지고 있는 열등감과 유치한 인종감정도 분명 잘못된 면이지만 한국인들은 그런 흑인들에 대해 마치 백인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본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영화 속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매리언이 미국계 중국인 남자와 정사하는 모습이다. 이 장면의 신이 매우 길기도 하였지만 또한 적나라해서 미성년자 불가라는 딱지가 붙었던 걸로 안다. 하지만 감독의 의도가 어떤 것인지는 이 신에서도 분명하지가 않다. 핑크 프로이드의 ‘THE WALL’ 뮤직비디오가 화면에 나오고 음악이 흐른다. 그 화면에 나오는 장면은 매우 선정적인 에니메이션인데, 감독의 의도적인 연출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이 장면을 매우 상징적으로 느꼈는데, 미국 사회의 단면과 함께 미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동양인들의 심정도 드러내고 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정사장면이 필요이상으로 길었던 것은 사실이다. 자칫하면 이 장면이 상업주의적 선정주의로 오해받을 수도 있을듯 하다. 장길수 감독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감각적인 연출기법이 이 영화에서도 가끔 등장하는데, 영화 뒷부분의 무게와 역사적 의미를 표현하기 위한 다큐멘타리 기법 - 영화의 장면에 등장하는 실제 텔레비전 장면 - 을 본다면 앞부분은 너무 가볍고 개인사적 관심에 가깝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물론, 매리언의 방황과 갈등과 고통이 반드시 개인적이지는 않겠지만, 아무래도 주제에 비해 가볍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가 가지는 의미는 작품 자체의 완성도보다는 미국의 한국인들이 어떻게 미국인화되어가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변이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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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는 미국 웨스턴 애비뉴가에서 킴스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아버지와 오빠 프랭키, 바비와 함께 살고 있다. 전형적인 한국인 아버지의 높은 교육열과 유교적인 가치관은 아이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지수는 의대를 그만두고 오랜 꿈인 연기자가 되기 위해 뉴욕의 드라마스쿨에 입학한다. 백인 친구 스티븐과 함께 동거하며 연기에 대한 꿈을 불태우는 그녀, 하지만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은 커져만 간다. 지수의 작품 발표회가 있던 날, 지수는 스티븐의 조롱을 받고 절망한 나머지 무분별하게 타락해가며 자신을 가학한다. 결국 그녀는 가족들이 있는 웨스턴 애비뉴로 돌아오지만 로드니 킹 사건이 일어난다. 재판의 결과로 흑인 폭동이 일어나고 킴스마켓은 폭동의 중심에 놓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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