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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에로스

by 똥이아빠 2015.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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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로스

 극장표를 두 장 얻었다. ‘에로스’라는 다소 에로틱한 제목의 이 영화는 한국영화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UIP영화를 상영하는 서울극장에서 상영하고 있었다. 아마도 영화수입을 위한 쿼터제 때문에 만든 영화인듯 하다. 사실 처음부터 이 영화에 대한 관심도 없었고 보고싶은 마음도 전혀 없었는데, 우연히 생긴 극장표때문에 보게되었다.
 이 영화는 한국영화이다. 지금 한국영화의 수준은 작품성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얀전쟁’이 그렇고 ‘서편제’가 그렇다. 매우 수준높은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영화의 질적인 수준을 높이는데 커다란 공헌을 하고있으며 한국영화의 발전적인 길을 제시하고 있어서 고무적이다. 우리 영화를 우리 관객이 보아주지 않으면 뿌리를 내릴 수 없고 문화적 침략이라는 살벌한 용어를 굳이 쓰지않더라도 한국적 정서를 표현하지 못할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따라서 한국영화는 미국과 같은 거대자본과 싸워 이길만한 수준높은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고, 관객들은 우리 영화를 아끼고 애정을 가지고 보아주어야 한다.
 그러나, 앞에서 당위적으로 한 이야기들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적용이 되는지는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대다수의 한국영화들을 보면 이내 알 수 있다. 오늘 본 영화 ‘에로스’만 하더라도 도대체 이 영화가 왜 만들어져서 상영이 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영화의 선정성 문제에 관한 시비와 논란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시대착오적이고 관객을 우롱하는 무조건적 벗기기 영화의 재탕으로 이 영화는 지금까지 나온 에로물들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열악한 제작상황, 적은 자본, 소재의 제한 등 한국영화가 가지고 있는 많은 어려움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따라서 적은 자본으로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제작자의 심정도 이해는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충 여자 옷이나 벗기고 신음소리나 울린다고 관객들이 극장으로 몰려들 것으로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에로티시즘’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강변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옳은 이야기이다. 바로 그 ‘창작과 표현의 자유’라는 것이 여자의 옷을 벗겨서 가슴을 드러내고 노골적인 성행위와 신음소리를 지르게 하는 것이라면 그것도 옳은 말이지만, 광주민중항쟁이나 노동자의 파업을 주제로 한 영화들은 ‘창작과 표현의 자유’에서 완전히 질식해버리는 이 나라의 영화산업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은 어떻게 변명할 것인가.
 이른바 ‘창작과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아래 영화 속에서 여성의 알몸을 드러내고 적나라한 성행위를 표현하는 저질 포르노물이 근사한 상품으로 포장되어 광고되고 있다. 물론, 여성이나 남성의 육체가 알몸으로 등장하거나 성행위의 노골적인 표현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봉건시대의 유교적 가치관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남녀의 노골적인 성행위를 표현하는 영화를 도덕적으로 비난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의 노출은 그 영화의 줄거리나 주제에 맞게 필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에서 만드는 이른바 에로물들의 대부분은 여성의 알몸을 필요이상으로 과장되게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이른바 ‘성의 상품화’이다.
 영화산업이라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에 적응하는 첨단산업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알고 있다. 따라서 영화의 주제나 소재에 제한을 받는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체제에 비판적인 내용이나 변혁을 주장하는 영화들은 결코 만들어질 수 없으며 설령 만들어졌다해도 공권력에 의해 상영이 금지되거나 필름이 몰수된다. 우리는 그 확실한 예를 많이 보아왔다. 그렇기때문에 영화제작자들은 돈을 투자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이윤을 보장할만한 영화를 만들어야 하며 그 내용이 어떤 것인가를 잘 알고 있다. 바로 ‘성’을 상품화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제작된 한국영화의 상당 부분이 ‘성’과 관계된 영화들이라는 것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애마부인’‘뽕’‘산딸기’‘변강쇠’등으로 대표되는 ‘에로티시즘’영화. 이런 영화들이 만들어지게 되는 배경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우선,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보이지않는 통제가 있음을 우리는 안다. 즉, 민중의 의식을 일깨우는 내용들은 만들어질 수 없으며 소수의 영화인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해도 상영되지는 못한다. 극히 소수만이 그 내용을 알 뿐이다. 이것은 권력이 부패한 나라일수록 심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군부독재시절에는 폭력적으로 소재의 제한을 막았다. 물론 영화뿐만 아니라 모든 매체에서 체제비판적인 내용은 다룰 수가 없었다.
 두번째는 자본의 빈곤이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영화를 한편 제작하는데 들어가는 돈이 우리나라 돈으로 수백억, 수천억원이라고 한다. 이렇게 돈을 퍼부어서 만든 영화는 질이 좋을수밖에 없고, 흥행에도 성공을 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영화는 극소수의 영화를 빼고는 자본력이 없어서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도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적은 돈으로 만들 수 있는 영화는 제한적이고, 그나마 가장 손쉬운 것이 ‘사랑’과 ‘성’의 문제를 다룬 영화이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오락기능을 대체하는 것이 바로 ‘성’의 상품화이기 때문이다. 한국영화가 ‘에로물’을 만드는 것은,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때의 흥행을 염두에 두기보다는 이 영화가 비디오테이프로 담겨서 일반 가정까지 배달되었을 때의 흥행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한국영화의 ‘에로물’을 유치하고 조잡하며 한심한 것으로 생각하고 영화관까지 일부러 찾아가서 볼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관객들이 개별화되는 가정에서는 은밀하고 선정적인 것을 즐겨 찾는다. 한때 여관 등에서 포르노 비디오테이프를 상영하지 않으면 손님이 줄어든다는 사실과 가정에서 비디오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이 곧 음란비디오라고 생각했던 것을 볼 때, 개별화된 사람들은 ‘성의 상품화’에 매우 집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지금 동네마다 몇 개씩이나 되는 비디오 대여점의 한국영화를 보면 거의 대부분이 이른바 ‘에로물’임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골적인 성행위를 표현하는 이런 에로물이 제작자와 수요자 즉 관객과의 완전한 합의에 의해 만들어지는가 하면 그것은 절대 아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칙에는 ‘수요가 있으니까 공급이 있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수요라는 것은 조작에 의해서도 만들어진다. 즉, 다른 대체물이 없기 때문에 수요가 발생하는 것이고, 수요가 발생하도록 상황을 조작하는 것이다. 전두환 독재정권이 들어서면서 유명하게 된 이야기 가운데 ‘3S 정책’이라는 것이 있다. 이른바 스포츠,섹스,스크린이라고 불리는 이 세 가지 정책은 민중의 우매화를 위한 정권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노태우정권하에서도 전혀 변하지 않았고 현재까지도 별로 변한 것같지 않다.
 권력을 잡은 소수는 변화를 바라지 않고 다수의 민중들이 우매하게 따라주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런 정책을 입안하게 된다. 즉, 포르노에 가까운 영화들은 자본의 영세성에도 그 원인이 있지만 권력과의 역관계에 더 큰 비중이 있는 것이다.
 대중매체의 중요성과 그 기능의 정치성, 즉 이데올로기성에 대해서 날카로운 지적을 한 이효성 교수의 글도 있거니와 다른 모든 매체들과 함께 영화는 대중들의 정서를 좌우하는 중요한 매체이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국영화의 선정성은 비판적으로 극복되어야 하며 민주주의의 발전에 따라 소재의 제한과 표현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주제와 표현들이 가능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 성에 대한 예술적 표현과 음란물에 대한 논란이 가능할 것이며 한국영화의 수준도 질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현재의 이같은 영화산업 구조 속에서는 한국영화인의 일부가 커다란 성공을 거두고 있다하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속으로 썩어들어가는 늪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이제는 알몸을 드러내고 성행위를 보여줌으로써 관객의 발길을 잡으려는 유치하고 구태의연한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영화의 발전에 대한 일차적인 노력은 영화인들이 스스로 노력하고 싸워서 권리를 찾아야 하며 그러한 노력이 있을때, 관객들은 한국영화를 찾는 것으로 격려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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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관리실 직원인 노총각 한수는 상가의 경비 업무와 세입자 관리를 하고 있다. 그는 항상 가방 속에 누드 모델 사진첩을 간직하는데 그 중에서도 왕년의 에로 스타 윤소희의 사진을 가장 소중히 한다. 어느 날 한수는 윤소희를 실물로 보게 된다. 소희가 자신이 관리하는 상가 지하의 나이트 클럽을 인수한 것. 10년 전의 미모를 유지하고 있는 그녀에게 한수는 마음이 향하지만 그녀 주변의 지배인 원도수는 그를 주눅들게 한다. 어느 날 한수는 한소희와 원도수가 살인 사건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엿듣고 자신에게 살인 누명이 다가오는 것도 모른 채 소희에게 접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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