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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강남1970

by 똥이아빠 2015.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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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남1970

이 영화를 두고 유하 감독의 '거리 삼부작'의 완결편이라고들 한다.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그리고 이 영화 모두 강남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앞의 두 영화가 강남을 배경으로 했어도, 특별한 시대적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즉 정치적, 경제적 상황을 영화의 바탕에 깔고 있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강남'이라는 지역과 70년대의 정치, 경제적 상황을 빼면 이야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관계로 연결되어 있으며, 감독은 그 자체를 말하려는 강한 의도를 가지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도 좋지만, 영화 흥행을 위해서 유하 감독의 치밀한 계산이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1970년대라는 40년 전의 이야기를 하면서 젊은 관객을 불러 모으기 위한 전략으로 젊은 배우 두 사람을 캐스팅했다. 40대 이상인 사람에게는 1970년대라는 시대 상황이 영화의 관심거리라고 할 수 있고, 그 이전 세대에게는 1970년대의 시대상황보다는 젊고 유명한 인기배우의 액션을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게 된다. 
나 역시 이 영화에서 재현한 70년대 풍경을 보면서, 내가 살았던 동네와 거리, 소품들에 빠져들었다. 넝마주이가 있고, 판자집들이 줄지어 있고, 도시에서도 개천이 지나가고, 다들 가난하게 살았던 그 시절.
영화 내용을 보면, 강남의 개발 과정이 철저하게 당시의 권력에 의해 주도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박정희 정권은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이후, 강력한 독재정치로 반대세력을 폭력으로 억압하고,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었다.
물론 이 영화에서 박정희가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정보부장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곧 최고 권력을 상징하고 있다. 정보부장과 국회의원, 그리고 깡패의 등장은 이 정권의 실체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강남의 개발은 폭력으로 시작되어 폭력으로 완성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와중에서 많은 서민들이 다시 주변부로 밀려나고, 복부인과 땅투기로 대표되는 70년대 이후의 천민자본주의의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다.

두 주인공은 고아다. 종대와 용기는 수원의 한 고아원에서 처음 만났고, 아주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피는 다르지만 형제나 같은 사이다. 사실, 이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여기서부터는 글쓴이의 창작...) 종대와 용기는 전혀 모르는 사이가 아니었다. 종대와 용기는 1943년생으로, 해방 직후에 태어났다. 
종대와 용기의 아버지는 서로 다른 직업을 가졌지만, 두 사람의 공통점은 '사회주의'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종대의 아버지는 남로당 당원으로, 일본 식민지 치하에서 독립운동과 사회주의 활동을 동시에 했던 지식인이었고, 용기의 아버지는 대구의 공장에서 일하던 공장 노동자로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었다.
두 아버지는 활동하는 범위는 달랐지만 사회주의자로 조선의 독립과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었고, 그들은 비교적 지하활동을 잘 해왔지만, 해방이 된 이후, 우익의 백색테러로 목숨을 잃게 된다. 이때 다행히 아이들만 이웃의 보살핌으로 살아남고, 아이의 부모는 모두 학살당한다. 
두 주인공이 고아라는 사실은, 이 영화는 물론이고 한국현대사가 극우, 파시스트 세력에 의해 얼마나 폭력적으로 유린당했는가를 보여주는 단초이기도 하다. 독립운동을 하던 정의로운 사람들은 오히려 일제의 군인과 경찰로 앞잡이 노릇을 했던 자들이 권력을 잡게 되는 더러운 현실 속에서 또 다시 피해자로 전락한다.
불의와 폭력, 협잡과 사기가 득세하면서, 독립운동가의 후손은 더 가난하고 천대받는 삶을 살게 되고, 그들의 저항은 결국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결말을 맞게 되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종대를 자신의 아들로 호적에 입적한 강사장은 인력 사무소의 사장이자 조직폭력배의 두목으로 등장하지만, 그가 해방 전에 사회주의 활동을 했다는 것은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강사장 자신도 과거에 대해서는 완강히 숨기고 있었고, 만일 그런 과거의 일이 드러난다면 자신 뿐 아니라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몰살 당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종대를 친아들로 호적에 입적하고 친아들처럼 생각했다. 강사장이 인력사무소에서 처음 종대를 봤을 때, 그는 상당히 낯익은 얼굴을 발견한 것이다. 바로 종대의 아버지 얼굴을 그대로 빼닮은 종대였기 때문이다.
강사장도 식민지 치하에서 사회주의 활동을 할 때, 종대의 아버지를 만난 적이 있었고, 그가 비참한 죽음을 당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 종대가 깡패가 되는 것을 반대했고, 스스로도 빚을 지면서까지 깡패의 세계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것이다.

결국 한국현대사는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폭력으로 얼룩진 역사다. 그나마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시민들의 저항으로 오늘날 이 정도의 민주주의의 공기를 숨쉬고 있는 것이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다시 70년대로 회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매우 걱정스럽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두 주연배우의 연기를 보면, 기대했던 것보다는 많이 부족하다. 비슷한 영화로 <신세계>나 <나쁜놈들:범죄와의 전쟁>을 보면 배우들의 연기가 무시무시하게 대단하다. 영화의 첫번째는 시나리오라고 생각하지만, 배우의 연기는 그 시나리오에 피를 돌게 하고, 살을 입히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배우들의 연기-주로 감정연기-는 아쉬움이 많았다. 액션은 훌륭하고, 멋진 느와르 영화의 장면을 연출했지만, 감정이 들어가는 연기에서는 실망스러워서 두 주인공이 조금 더 연기의 폭과 깊이를 확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별 세 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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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적도 제대로 없는 고아로, 넝마주이 생활을 하며 친형제처럼 살던 종대(이민호)와 용기(김래원). 유일한 안식처였던 무허가촌의 작은 판자집마저 빼앗기게 된 두 사람은 건달들이 개입된 전당대회 훼방 작전에 얽히게 되고 그 곳에서 서로를 잃어버린다. 

3년 후, 자신을 가족으로 받아 준 조직 두목 출신 길수(정진영)의 바람과 달리, 잘 살고 싶다는 꿈 하나로 건달 생활을 하게 되는 종대. 정보와 권력의 수뇌부에 닿아있는 복부인 민마담(김지수)과 함께 강남 개발의 이권다툼에 뛰어든 종대는 명동파의 중간보스가 된 용기와 재회하고, 두 사람은 정치권까지 개입된 의리와 음모, 배신의 전쟁터. 그 한 가운데에 놓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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