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허삼관

by 똥이아빠 2015. 2. 5.
728x90



<영화> 허삼관

하정우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분명 코믹한 내용이긴 하지만, 원작 소설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과 사회성을 제거하고 난 결과가 얼마나 부실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문화대혁명 시기를 겪는 허삼관과 그의 가족들, 그리고 이웃들의 생생한 고통이 이 영화에서는 드러나지 않는다. 소설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압축하긴 했지만, 소설 속 상황을 한국에서는 5.16군사쿠데타와 독재정권에서 억압당하는 허삼관의 모습과 서민의 삶을 보여주었다면, 영화의 밀도는 훨씬 높아졌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도 그렇고 영화에서도 중요한 주제는 '매혈' 또는 '피'다. 허삼관은 자신의 피를 팔아 허옥란과 결혼을 할 수 있었고, 집안에 어려움이 생기거나 가족이 아프면 역시 피를 팔아 문제를 해결하곤 했다.
'피'가 상징하는 것은 '돈'일 수도 있지만, '매혈'은 곧 서민, 민중의 피를 빨아먹는 권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권력(집단)은 민중의 피를 빨아먹으며 더 살찌우고, 민중은 피를 빨리면서 겨우 먹고 살 식량을 얻는 착취 구조를 은연 중 드러내고 있다.
작가 위화는 자신의 소설이 '평등'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상당히 완곡하게 표현한 체제비판의 내용이다. 실제로는 권력에 의해 이용당하고, 돈과 권력의 변두리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서민, 민중의 삶이 얼마나 비참한가를 작가는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알맹이는 다 빠지고, 단지 가족의 이야기만 그리고 있다. 알맹이가 빠짐으로써, 관객에게 전달되는 파토스가 약하거나 없게 되고, 관객은 감동하지 못하게 된다. 필연적이다.
소설에서 허삼관은 약간 모자란 사람처럼 그려지는데, 사실은 모자란 사람이 아니라, 그가 배우지 못했고, 세상을 무한히 신뢰하고 낙관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일 수 있었다. 마치 '바보 이반'처럼, 누가 뭐라해도 자신의 삶을 우직하게 끝까지 밀고나가는 허삼관의 태도는 바로 역사 속 '민중'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소재는 좋았지만, 알맹이를 채워 넣기에 실패한 영화라서 안타깝다. 별 두 개 반.

----------------

가진 건 없지만 가족들만 보면 행복한 남자 '허삼관'이, 11년간 남의 자식을 키우고 있었다는 기막힌 사실을 알게 되면서 펼쳐지는 웃음과 감동의 코믹휴먼드라마




반응형

'영화를 보다 > 한국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  (0) 2015.02.26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0) 2015.02.20
<영화> 경주  (0) 2015.02.10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0) 2015.02.09
<영화> 쎄시봉  (0) 2015.02.09
<영화> 자유부인  (0) 2015.01.29
<영화> 돼지꿈  (0) 2015.01.26
<영화> 서울의 휴일  (0) 2015.01.26
<영화> 비열한 거리  (1) 2015.01.26
<영화> 강남1970  (0) 2015.01.25